[보도자료] 심상정 원내대표 “박근혜 대통령 첫 기자회견, ‘소(疏)’가 없으니 통(通)하지 않아”
“‘474 경제전략’은 서민들에게 큰 근심 안겨줄 것”
“박근혜 대통령 경제구상은 공공부문 허물어 재벌대기업에 나눠주는 ‘MB식 비즈니스 프랜들리 시즌 2’하겠다는 것”
오늘(7일) 의원총회 모두발언 전문
- 일시 및 장소 : 2014년 1월 7일(화) 08:30, 국회 원내대표실(본청 217호)
‘소통(疏通)’이라는 것은 “막힌 것을 틔우고, 길을 내고 더불어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밝힌 자신만의 소통론은 막힌 것을 틔우려는 노력보다는 오로지 국민들에게 자신의 뜻을 일방으로 전달하는 불통스러운 모습을 재확인해줄 뿐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밝힌 경제정책 구상은, 양극화가 심화되고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어려워져가는 이 시기에, 국민들께 더 큰 근심을 안겨주는 정책방향입니다.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허물어 재벌기업들의 돈벌이 수단만 늘려준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철석같이 약속했던 ‘경제민주화’는 단 한 차례도 입 밖에 내지 않은 채 ‘창조’니 ‘혁신’이니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했지만, 결국 이미 실패로 점철된 ‘MB식 비즈니스 프랜들리 시즌 2’를 공식 선언한 것일 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국가경제에 대한 인식수준이 국가의 역할을 야경국가 수준으로 후퇴시키고, 편협한 시장만능주의를 다시 표방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실망스럽습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보건·의료 및 교육 등 필수 공공부문을 ‘5대 유망 서비스산업’으로 지정해 시장으로 내몰겠다고 밝힌 대목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서비스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투자의 가장 큰 장벽인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는 대통령의 인식에 ‘국민’은 없고, 오로지 ‘기업’만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과 교육을 위해 보호되고 제한되었던 제도적 장치들을 기업투자의 장애물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하며, 국민의 안녕을 위한 국가의 최소한의 역할조차 포기하려는 인식수준을 드러냈습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현 시점에는 국민의 건강과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공공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옳은 방향입니다. 병원비 마련도 힘든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병원을 확대하고, 매년 치솟는 사교육비로 허리가 휘는 학부모님들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교육의 공공성을 대폭 강화하는 것, 이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책방향입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공기업 개혁방안에 대해서도 우려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만경영 등 공기업에서 잘못된 관행과 정부실패가 발생함에 따라 강도 높은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개혁의 방향은 지난해 말 철도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민영화 도입과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노조 탄압으로 이어질 우려가 매우 높습니다.
공기업 개혁, 해야 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방향은 공기업이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보편적인 공공성을 오히려 약화시킬 것입니다. 공공부문에 대한 무분별한 경쟁질서 도입은 마땅히 제공되어야 할 서비스가 과소공급되고, 요금은 오히려 상승하게 되는 시장실패를 초래할 것이 뻔합니다.
진정 공기업을 개혁하고자 한다면 4대강사업으로, 해외 자원개발로 천문학적인 공기업 부채를 만든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우선돼야 합니다. 그리고 공기업 내부의 노조-경영진-관료들 간의 힘의 균형을 통해 경영을 혁신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사회 공공성이 완비된 유럽 복지국가에서 입증된 공공부문 개혁방안입니다. 그렇지 않고 엉뚱하게 마치 노조가 개혁의 걸림돌인 양 노조를 탄압하고, 나아가 ‘떼쓰기’ 세력이라 몰아붙이는 일은 과녁을 한참 빗나간 화살일 뿐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사회양극화만 심화시켰을 뿐 경제성장조차 이뤄내지 못한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경제민주화 3개년 계획’으로 경제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모색할 것을 촉구합니다. 아울러 공공부문 개혁은 정부의 일방통행이 아닌 사회적 대화를 통해 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해 말씀드립니다. 저희 정의당은 당운을 걸고 교육?의료부문 시장화에 맞서나갈 것입니다.
(개헌 논의 관련)
지난 2일 강창희 국회의장은 이번 달 중순 국회의장 직속으로 ‘헌법개정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화 이후 정권마다 논란이 되었던 개헌문제를 국회의장이 매듭을 짓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는 측면에서 나름대로의 정치적 의미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헌법개정자문위원 구성에 있습니다.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모두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비교섭단체는 배제한 채 각 교섭단체가 3명씩 위원을 추천하기로 돼 있습니다.
국회의장이 대한민국의 100년 뒤를 내다보면서 '제2의 제헌'을 하는 각오로 개헌 논의를 하자는 취지에서 볼 때, 교섭단체에만 위원 추천권을 주는 것은 너무도 협소한 정치적 판단입니다. 개헌은 대한민국의 모든 구성원과 모든 정치세력의 다양한 입장이 충분히 존중되고 반영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비교섭단체의 헌법개정자문위원회 위원 추천권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소수파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헌정질서와 헌법적 가치가 살아있는 개헌의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2014년 1월 7일
정의당 원내공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