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자진신고율 부유층일수록 낮다 |
증여재산 50억원이면 30%, 1억원이면 80%…부유층 탈세 심각
증여받은 재산이 많을수록 증여세 자진 신고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원석(무소속) 의원이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2010년 10억원 이상 증여받은 증여세 신고대상자 2884명 가운데 자진 신고한 인원은 1355명(46.9%)에 불과했다. 나머지 1529명은 증여받은 사실을 숨겼다가 과세당국에 적발됐다.
또 자진 신고자도 증여재산의 일부만을 신고한 경우가 많았다. 10억원 이상 증여받은 자 가운데 자진 신고한 증여세액은 6100억원으로, 국세청이 결정 통지한 증여세액인 1조8799억원의 32.4%에 그쳐 부유층의 탈세 행각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증여받은 재산이 많을수록 증여세 신고납부를 하지 않는 경향이 심했다. 증여 재산이 50억원이 넘는 부유층 가운데 자진 신고자는 88명으로 국세청이 결정한 인원(301명)의 29.2%였고, 신고세액은 2389억원으로 국세청 결정세액(1조331억원)의 23.1%에 불과했다. 이에 견줘 증여재산이 1억원 미만인 경우 자진신고자의 비율은 81.5%에 달했다. 신고 세액도 74.1%로 부유층에 견줘 결정세액 가운데 자진신고의 비중이 2배 이상 높았다.
부유층의 증여세 탈루 경향은 현 정부 들어서면서 더욱 두드러지는 추세다. 2008년 85.9%였던 자진신고자 비중이 2010년에는 82.7%로 낮아졌다. 또 2008년 56.8%였던 결정세액 가운데 자진신고세액 비중은 2010년에는 44.8%로 12.0%포인트나 낮아졌다. 특히 증여 재산이 10억원 넘는 고액을 증여받은 사람들의 결정세액 대비 신고세액 비중은 2008년 52.5%에서 2010년에는 32.4%로 대폭 낮아졌다.
박 의원은 “증여 재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세금을 제대로 신고 납부하지 않는다는 게 증명됐다”며 “부유층의 증여세 탈세를 막기 위해서는 국세청이 정확한 자료를 확보해 보다 강력한 자금출처조사, 주식명의신탁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