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정의당이 ‘유럽을 통해 본 한국 복지사회의 미래’라는 주제로 유럽 주요국가 대사님들과 재단 관계자 분들을 초청해 특강을 들은 것이 오늘로 다섯 번째입니다.
지난번 네 차례의 강연을 들으며 제가 느낀 것은, 유럽의 선진복지국가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첫째, 바람직한 국가상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고, 둘째, 그것을 기반으로 만든 구체적인 국가 모델이 있으며, 셋째,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단단한 사회적 합의가 있습니다.
저희 정의당이 유럽 복지국가를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하나의 모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때 유의해야 할 것이 우리가 그 나라들로부터 수입해 와야 할 것은 그들의 복지제도 그 자체가 아니라, 방금 말씀드린 이 세 가지 ‘국가 운영 프레임’이라고 봅니다. 앞서 강연하신 다른 나라 대사님들도 지적하셨듯이, 우리가 유럽 국가들의 제도 자체를 그대로 본 따오는 것은 과연 적절하고 실효성이 있는지는 더 고민해봐야 하겠지만, 제도의 가치는 어디서든 통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유럽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영국의 스콧 와이트먼 대사님을 모시고, 영국은 어떤 국가 철학을 바탕으로 어떤 국가 모델을 정립했으며, 어떻게 국가 구성원들 간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는지 귀 기울여 듣겠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영국은 1942년 베버리지 보고서 채택을 시발점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상징되는 복지국가의 원조입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베버리지 보고서를 채택하고 보편적 복지제도를 확립시킨 것은 보수당이 집권하던 시기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베버리지 보고서 채택 시점도 제2차 세계대전 한복판이었습니다. 국민의 삶의 질의 근간이 되는 복지가 보수-진보 어느 일방의 노선이 아니며, 안보를 위해 복지는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논리도 성립할 수 없음을 드러내주는 가장 잘 드러내주는 사례가 바로 영국이라고 생각합니다.
20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보수당과 노동당의 번갈아 집권하며 영국 복지제도의 일부 조정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강연하실 와이트먼 대사님은 평생 외교관으로 활동해 오셨기 때문에 특정 정파에 대한 선호를 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국의 복지제도가 착상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진 과정, 그리고 외교관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과 다른 나라들의 복지제도에 대한 비교적 관점의 시사점도 제공해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희 정의당의 초청에 응해주신 스콧 와이트먼 대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오늘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10월 1일
원내대표 심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