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인권위 권고 거부한 고용노동부,
‘고용’도 ‘노동’도 포기한 것과 다름없어
“한참 일할 나이에 퇴출시키는 고용 형태는 좀 자제해 달라.”
지난해 12월, 당선인 시절 박근혜 대통령이 전경련 임원들을 만나 한 말이다. 정리해고를 자제해 달라는 대통령의 요청은 지난 5월 확정된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었다. 140개 국정과제 중 ‘경기변동 대비 고용안정 노력 및 지원 강화’ 분야에서 ‘경영상 해고 요건 강화, 고용재난지역 선포 등을 통해 근로자의 고용불안 완화 및 노동시장 참여 제고’를 포함시켰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와 관련해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의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한 바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대법원 판례 경향은 정리해고 요건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과 다름없었다. 심지어 대법원은 ‘장래에 올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리해고까지 정당하다고 손을 들어 주면서 결국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와 같은 비극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8월 27일자 인권위 권고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회신에 따르면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 강화’에 대해서는 ‘현행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 요건은 외국과 비교해볼 때 지나치게 추상적인 것은 아니며, 국제적 기준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인권위 권고를 거부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엄격히 제한한다면, 이는 경기 불황 시 기업 회생 수단 자체를 제한’한다고 하면서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면 도리어 ‘비정규직 남용 등 부작용이 발행할 우려’가 있다는 괴논리를 펴고 있다.
이토록 많은 희생자를 내고, 노동자들을 고통에 신음하게 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정리해고 제도가 국제적으로 있는지 고용노동부는 답해야 한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논리대로 라면 우리나라가 직면한 850만 비정규직 문제는 정리해고 요건이 엄격해서 그런 것인지 되물어 볼 일이다. 인권위 권고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회신이 과연 고용노동부의 입장인지, 아니면 재계의 입장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고 있는 ‘업무재조정, 무급휴직, 근로시간 단축 등 해고 회피 노력을 명문화’하여 고용불안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이것으로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막을 수 있었다면 24명이나 희생당한 쌍용자동차 문제는 해고 회피 노력이 명문화되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핵심은 고무줄 같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라는 요건이다. 대법원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라는 요건을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해석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권위는 이것을 지적한 것이지 추상적이냐 아니냐를 지적한 것이 아니다. 인권위 지적대로 ‘긴박’하다는 것이‘매우 다급하고 절박한 경영상 필요라는 사전적(辭典的) 정의에 맞게’ 해석되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본래의 의미를 찾아주자는 것이다. 인권위 권고의 취지마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입장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고용노동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노동자들을 살리고, 불안한 고용시장에서 벗어나 맘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고용률 70% 달성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라는 점은 외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인권위 권고를 거부한 것은 고용률 70% 달성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고용노동부는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것이 과연 노동자의 ‘일자리’인지 답해야 한다.
정의당 국회의원 심상정
※ 붙 임
고용노동부, ‘정리해고자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인권위 권고’에 대한 의견 제출
인권위, 정리해고자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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