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인터뷰 - 2013년 9월 4일]
출처: 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9032239315&code=910402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 인터뷰 “진보, 연고주의 벗어나 대한민국의 미래 놓고 경쟁해야”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54)는 3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해 “운동권 활동가가 아닌 헌법적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으로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당당히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진보 진영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놓고 경쟁하는 정치세력들로 재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지난해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 이후 진보당으로부터 분당했다. 한때 진보당에서 이 의원과 한솥밥을 먹었던 그는 ‘이 의원 언행의 위험성을 당시에는 몰랐느냐’는 질문에 “철저히 비밀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파악하기 어려웠다. 지금 드러난 것 같은 시대착오적인 위험한 언행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국가정보원 수사를 받고 있는데.
“이 문제는 사법적 판단과 정치적 판단으로 나뉜다. 체포동의서만 갖고 내란음모죄를 확증할 수 있느냐는 좀 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이는 국정원이 어떤 증거를 추가로 갖고 있느냐에 따라 법원에서 판단할 사법적 문제다. 그러나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이 의원은 더 이상 운동권 활동가가 아니다. 국민으로부터 헌법적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으로서 법이 정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이 의원의 언행은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정치적으로 부적절했다.”
-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민은 정당과 정치인의 비전과 정견을 보고 선거에서 투표한다. 국민 앞에서 밝힌 정견과 비밀활동에서의 정견이 다르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이 의원의 언행이 보호받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의 상식적 판단이 있다고 본다.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 4일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처리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정의당은 낡은 진보에서 탈피해 합리적이고 책임있는 진보를 표방한다. 이 문제는 정의당의 정체성과도 관련된 것이다. 민주주의의 원칙과 시민의 보편적 상식에 입각해 당론을 결정해 본회의장에서 투표할 것이다.”
- 최근 ‘헌법 밖의 진보’가 갖는 위험성을 언급했다.
“운동의 상식과 정치의 상식은 다르다. ‘헌법 밖의 진보’라고 한 것은 공당과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말이다. 헌법이 악법이어서 도전하겠다고 한다면 국회의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언제부터 진보가 헌법을 지켰느냐고 하는데 제가 말하는 것은 공당에 소속된 의원에 대한 얘기다.”
- 진보 진영에 위기가 아닌가.
“앞으로 진보 진영은 연고주의에 벗어나서 분명한 비전과 노선을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 과거에는 진보운동을 해온 모든 세력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진보대연합론이 대세였다. 이제는 그런 대연합의 관점에서 탈피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놓고 경쟁하는 정치세력들로 재편돼야 한다.”
- 향후 진보는 어떤 방향을 설정해야 하나.
“우선 제대로 된 보수와 진보가 생산적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종북 논란’을 불러오는 시대착오적이고 낡은 생각이나, 색깔론을 동원한 냉전수구적 사고와 모두 거리를 둬야 한다. 대신 민주주의 안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둘째로 진보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그 방향을 보다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선명한 민생정당을 건설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대선 때 야권연대를 거론하면서 다른 야당들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총선·대선 당시 야권연대 책임론은 주로 민주당을 겨냥하고 있다. 정의당을 상대로는 ‘(이 의원의 언행을) 알고도 통합했지 않느냐’는 식이다. 물론 사전에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같은 당을 했으면서 모르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지만 알려진 것처럼 철저히 비밀활동을 했기 때문에 진상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돌이켜보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시대착오적인 위험한 언행은 미리 알 수 없었다. 다만 진보정당 간 올바른 통합에 실패한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 이번 사건이 향후 야권연대에 장애가 될 수 있나.
“대한민국 헌법은 복수정당 체제를 존중하고 있다. 정당 간 연대와 협력은 당연한 정치 원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비전과 정책을 중심으로 연대하느냐는 정당의 권한이고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이다. 건건이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집권여당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진보당 측에서 협조 요청을 받았나.
“이정희 대표가 천호선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불발될 것으로 안다. 제게는 따로 연락온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