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이정미 대변인, 박근혜 대통령 국정원 도움 부인 발언 관련

[논평] 이정미 대변인, 박근혜 대통령 국정원 도움 부인 발언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며, “금도를 넘어선 거리의 정치는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정치를 파행으로 몰고간다”는 말씀을 하셨다.

 

듣는 귀가 의심스럽다.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의 입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검찰 조사 과정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의한 조직적인 대선 개입이 있었다는 증거와 진술이 나왔다. 대선을 앞두고 심리전단 사이버팀을 확대하여 인터넷상의 여론조작을 위한 ‘업무 매뉴얼’을 작성, 심리전단 직원들을 교육해 왔고 직원들은 이에 대한 일일 보고체계를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말대로라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러한 불법 대선 개입 지시를 통해 누구를 도왔다는 것인가? 야당의 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도왔다는 소리인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뻔하디 뻔한 변명으로 누구를 설득하겠다는 것인가.

 

설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청문회를 끝으로 이번 국정원 대선불법 개입 사건이 덮어졌다고 착각하는 것인가?

 

증인선서까지 거부하며 국민을 우롱한 청문회의 모든 거짓 진술이 검찰 조사에서 하나둘씩 실체가 벗겨지고 있는데 무슨 용기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인가.

 

‘대통령인 내가 아니라면 아니다’는 식의 제왕적 발상이 아니라면 이런 말을 할 수는 없다.

 

국정운영의 무한책임자로서 헌법의 기본정신이 땅에 떨어지고 국민주권이 훼손당한 이번 사건은 본인의 직접적 관련 여부와 무관하게 마땅히 먼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기본 양식도 바라지 않겠다.

 

드러난 사실관계만큼이라도 인정하는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이라도 보여 달라.

 

유신공작 정치의 망령을 붙들고 국민들과 야당들의 모든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오늘의 발언이 정치를 더욱 파행으로 몰고 간다. 민주주의가 짓밟힌 나라에서 민생이 바로섰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바가 없다. 정작 모든 복지 공약을 없던 일로 후퇴시키며 부자감세 지키겠다고 세법 논란을 벌였던 분이 민생 이야기로 국민들과 야당에 대한 공격거리로 삼으니 기가 막힐 뿐이다.

 

박대통령의 오늘 말씀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통치권자의 본분보다는 국정원 정치공작으로 벌어진 이번 사태를 철저히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대처하겠다는 한 정파의 수장으로 스스로 전락하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오늘의 발언으로 민주공화국의 금도, 대통령의 금도를 넘어서고 있음을 경고 드린다.

 

2013년 8월 26일

정의당 대변인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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