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천호선 대표, 8/20 레디앙 "난 사회민주주의자, 진보정치의 자기혁신은 '의무'"

난 사회민주주의자, 진보정치의 자기혁신은 '의무'

 

* 7월 21일 진보정의당은 정의당으로 당명을 변경하고, 천호선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천 대표가 8월초의 방송 일정 때문에 국내에 없어서, 인터뷰 일정이 조금 미뤄졌다. 천호선 정의당 신임 대표와의 인터뷰는 8월 16일 정의당 중앙당사에서 진행했다. 인터뷰 정리는 장여진 기자가 맡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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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권: 지난 7월 22일 당대회에서 정의당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당명 개정 과정에서 사민당이냐 정의당으로 논란이 있었다고 들었다.

천호선: 당명은 결과적으로 ‘진보’자를 떼고 정의당으로 했다. 사민당이 적극적으로 제기됐던 것은 나름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과거부터 진보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가라는 논란이 있었던 것이 ‘진보’를 떼게 된 하나의 이유로 작동됐다. 작년에 국민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 컸고, ‘진보’가 붙은 당명이 너무 많다는 것도 이유가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한 이념적 지향보다는 대중에게 가장 와닿는 가치 지향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 지향에서는 진보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드리기 위한, 대중정당을 향하는 의지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정의라는 표현이 경제정의, 사법정의, 일터의 정의 측면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게 진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갑?을’ 문제에서도 정의가 시대의 화두가 될 것이다. 정의가 흔히 보수의 가치라 말하지만 그건 학자들만의 제기일 뿐이라 생각한다. 정의는 진보보다 대중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가치이다. 진짜 대중적 정당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사민당 당명이 제기된 것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많은 당원들이 사민당 당명에 공감했다. 사민당으로 당명이 결정되면 입당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들었다. 그 당명이 채택되진 않았지만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당원들이 아래로부터 사민당을 내세운 건 초유의 일이다. 다만, 지금 사민당을 채택하는 것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측면들에 대한 우려가 조금 더 많았던 것 뿐이라 생각한다.

정종권: 당명 개정을 포함해 천호선 대표 체제 등장한 지난 당 대회를 혁신 재창당 대회로 규정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혁신 재창당의 의미는

천호선: 혁신 재창당은 크게 ‘대중적 진보정당’이라는 큰 방향선에 있다. 지금은 그 참신한 맛이 없어진 표현이 되었지만 그 지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한 것이다.

작년에 진보정의당을 창당할 때 현대적 정당, 생활 정당, 시민참여 정당, 대중 정당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는데 그것이 혁신의 큰 방향이자 기본 방향이었다. 그리고 구체적 조치로 정의당이라는 보다 대중정당에 어울리는 당명으로 바꾸었고, 정통 진보정치 출신이 아닌 제가 대표가 된 것도 혁신의 의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통합진보당 때도 그랬고, 진보정의당때 그랬고, 작년 <레디앙> 인터뷰에서도 “국민참여계는 보조축이다”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그래서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때 심상정, 조준호, 노회찬 등이 대표를 맡았고, 저는 최고위원으로서 당의 균형을 잡는 역할만 했다.

그러다 노회찬 대표가 의원과 당원 자격을 상실하게 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문제를 고민하게 됐고, 지금이 진보정치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금 진보정치가 혁신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민의 사랑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심상정, 노회찬, 조준호 전 대표는 정통 진보정치를 했던 사람들은 저와는 비중이 다른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진보정치의 변방에서 온 내가 혁신의 적임자

이런 고민을 했다. 우선, ‘진보정치가 변화한다는 상징이 될 수 있을까’ 라는 문제이다. 또한 진보정치를 오래하신 분들이 본인 스스로 혁명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봤다. 모든 혁명은 변방에서 시작된다고 하는데 오히려 외곽에 있었던, 진보정치에 공감하지만 한 걸음 떨어져있던 사람들이 뛰어드는 것이 오히려 혁신의 동력을 더 붙일 수 있는 건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는 원래 개인적인 선택을 안 하는 사람인데 후자의 선택을 능동적으로 제기했고, 이 부분에서 다수 당원들이 동의해준 것이라고 본다. 이런 점들이 당원들의 혁신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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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권: ‘정의’라는 표현이 예전 민주정의당(민정당) 때문에 보수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계적으로 ‘정의당’이라는 당명을 가장 많이 쓰는 곳이 이슬람 성향의 종교정당들이다. 터키나 이집트 등이 대표적이다. 종교 성향 때문에 이념과 가치 지향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나름의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의당이라는 당명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천호선: 대한민국 국민 중 그 사실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겠나. 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의로운 것이 바로 우리의 정의라 생각한다.

시민의 자유, 평등, 생태, 연대, 자주, 평화, 녹색, 정의, 통일 등 그러한 가치를 담아내는 이념이라는 것이 이론과 체계, 전략과 전술, 사회분석 틀을 포함하는 것이라면, 가치는 이념을 세우는 기본 지향점이고 체계이다. 좋은 의미에서 계속 이념정당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념은 자기 완결성이 굉장히 강하다. 가치는 공유하지만 이념이라는 자기 완결적 구조에 집착하면서 계속 충돌해왔던 것이 진보정치의 역사였다. 이런 식의 이념 정당은 끝나야 한다고 본다.

이념 집착을 극복한 가치 중심의 대중정당 지향해야

진보적 가치 지향, 그걸 실현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다양성을 서로 넓게 이해해야 한다. 자기 완결적 이념성에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동안 이념 중심 진보정당이나 진보정치였다면 이제는 가치 중심의 진보정당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가치를 무엇으로 상징하느냐. 저는 자주, 평화, 통일도 유효하다고 본다. 평등, 생태, 평화 연대, 참여, 정의 등 기존에 나왔던 가치적 표현들 다 합치면 10가지 정도 되는데 저는 그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이 정의라고 생각한다.

정종권: 진보진영에서 ‘이념’이라는 것이 자기 완결적 논리구조를 가진 틀이었고 그런 자기 완결성에 집착하면서 과잉 대립하거나 갈등해왔다, 그걸 극복해야 한다. 뭐 이런 의미로 이해하면 되는가?

천호선: 그렇다.

정종권: 국민참여당 출신인 건 알고 있는데 과거 개혁국민정당에도 참여했었나? 과거 정치경력은 어떻게 되나?

천호선: 아니다. 개혁당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저는 80년대에 학생운동으로 하고, 87년 전후로는 노동운동을 하다가 91년부터는 민주당 노무현 의원의 비서 등을 하면서 민주당 내에서 정치활동을 했다.

그리고 이광재, 안희정씨 등이 노무현 의원 주변에서 일을 했다면 저는 당시 민주당 내에서 청년 중심으로 정치개혁운동을 했다. 95년경 청년들을 지방선거에 출마시키는 운동을 했다. 소위 386 중심으로 개혁 정치의 모범을 아래로부터 세우고자 했다. 민주당 내에서 청년 중심의 정치개혁운동을 하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로 들어갔던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 등은 당적을 갖지 않기 때문에 열린우리당 당원이었던 적은 없다. 엄밀히 따지자면 민주당 당원이었다가 바로 국민참여당 당원이 된 것이다.

청와대에서 나온 뒤 열린우리당에 합류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보면서, 민주당의 자기 역할은 인정하지만 기본적으로 그 당은 진보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민주당은 점점 노쇠해가는 정당이라는 인식을 가졌다. 내가 94년때 서울 송파구지구당 사무국장을 했었다. 그때 40대 중반의 선배들이 있었는데 그 뒤로 젊은 세대 당원이 없었고, 또 젊은 세대가 들어오는 당이 될 가능성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국민참여당을 만들겠다는 겁 없는 구상을 하게 된 것이다. 내가 능동적으로 당은 국민참여당이다.

정종권: 민주당 내에서 개혁정치 등 내부 활동을 한 것은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치의 흐름과는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다. 천 대표가 진보정치에 합류한 것인지, 아니면 양자가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 위해 모인 것인지 등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다.

난 사회민주주의자!

천호선: 저는 현실적으로 사회민주주의자다. 한국 사회에서 사민주의라는 표현이 맞는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있기는 하지만, 혁명주의적 노선이 아닌 자유, 평등, 연대 등의 가치를 선거와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실현한다라는 폭 넓은 의미의 사민주의를 지향한다. 진보신당이나 과거의 민주노동당도 현실적으로 제기하는 정책은 사민주의의 범주에 있다고 본다. 물론 그 내부에서는 사회주의자들도 있지만.

저는 사민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 사회자유주의라 할 수 있는 것들이 원칙적으로는 가깝다고 생각하고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 편집장이 예전 인터뷰에서 진보적 자유주의가 정치적 측면에서는 일정하게 진보적이지만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는 보수적인 거 아니냐고 지적도 했는데 그 지적이 맞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정치적 감수성은 유지해야 하지만 경제적 평등이나 생산수단 소유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자유주의가 조금 더 사민주의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왼쪽으로 간 것도 있고 오른쪽으로 간 부분도 있다. 특히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같은 걸 보면서 저는 ‘보편적 복지, 노동권 강화, 공정한 시장, 협동 경제’ 이 4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옛날에는 보편복지냐 노동이냐의 문제에서 약간의 긴장도 있었다고 본다. 또 저는 공정한 시장이라는 부분도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아닌 제3의 영역인 사회적 협동경제 영역이 생김으로써, 사민주의적인 측면과 사회자유주의, 진보적 자유주의, 경제적 자유주의의 혼합형 통합 경제 모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정종권: 낯설지 않은가. 민주당이라는 보수정당, 중도정당의 틀 내에 있다가 진보정치라는 낮선 동네와 만난 것인데 거기서 느끼는 괴리와 이질감은 없나?

천호선: 당연히 있다. 저는 신뢰가 형성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정의당에 모인 세력들은 통합진보당 통합 논의 때, 서로 상대방에 대해 함께 할 수 없다고 견제하고 비판했던 사람들이 다 모인 기괴한 정당이다. 그러다 소위 통합진보당 사태 때 패권주의에 함께 맞서 싸우면서 사람들간의 (정치적) 신뢰가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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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에서는 각 세력간 문화적 차이의 인정과 존중, 그리고 대중적 정당이 되기 위해 서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 하나 보면 앞으로도 계속 이견들은 생겨나고 존재할 것이다.

내 공약 중 하나가 당 내 문화혁신위원회를 만드는 것인데, 그 위원회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새로운 정치문화 집회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대한문 앞 집회를 보면, 그 내용에 공감하는 사람들조차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집회이다. 또 민주노총 집회를 가보면 구호 맨 뒤에 ‘민주노조 사수, 결사, 투쟁!’ 이런 걸 하는데, 이게 앞 구호 내용에 따라 매일 바뀐다. 도대체 지나가는 일반 시민들이 이걸 어떻게 따라하겠나.

집회문화, 조직문화 모두 바뀌어야 하고 정치문화 자체를 가지고도 대중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대중과의 소통방식은 집회, 성명, 언론이 전부였고 문화적으로 소통하는 것에는 거리감이 있었다. 서로의 전통적 정치문화를 존중해야 하지만, 당 전체의 문화는 훨씬 더 대중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1, 2년동안 문화적으로도 혁신하고 통합을 해야 한다고 본다.

정종권: 정치 문화와 정치 기풍을 바꿔야 한다, 문화를 혁신하고 대중적이어야 한다는 말이 추상적으로 들린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어떤 걸 들 수 있나?

천호선: 당의 조직문화도 바꿔나갈 생각이다. 대부분의 진보정당은 출마자에게 성평등, 장애인 평등 교육 등을 하게 하는데, 이를 지역위원회 차원에서 실시하는 전 당원의 의무교육으로 확대할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지역위원회에서 1년에 한 번 반드시 당원 대상으로 이를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종권: 정의당에 대해서는 진보정치세력이 아니라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과 더 가깝고, 그들과 무언가를 도모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의구심이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이나 안철수 세력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혁신의 방향성에 입각한 통합과 재편 모색해야

천호선: 진보정치에 대해서 먼저 말하자면, 노동정치연석회의 등의 흐름과 모색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또 당연히 진보정치 세력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통합과 혁신이라는 것이 항상 정의당의 주제이고 고민이기도 하지만, 저는 통합 그 자체가 아닌 혁신의 방향에 입각한 통합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합이 서로의 차이점을 조정하며 평준화 통합을 하다보니 ‘옛날의 진보와 똑같다’, 이런 소리를 듣기도 하는데 그런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혁신으로 나아가는 방향이라는 기조와 과정속에서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때문에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통합을) 열어놓고 있지만 오히려 호흡을 길게 해야 한다고 본다. 그냥 뭉치자는 것이 하향 평준화하는 것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본다.

민주당과 안철수 문제에 대해 저는 기본적으로 ‘등거리 전략’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실제 마음도 그렇고 정서적으로도 그렇다. 민주당의 경우 개혁세력에 신뢰를 가지고 있지만, 이들이 민주당의 틀을 뛰어넘는 상상을 하지 못한다면 야권은 새롭게 재편되지 못한다. 그런데 현재까지 민주당 안에서 민주당을 뛰어넘을 비전을 가진 세력은 없다.

안철수,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관계

안철수는 기존 새누리당 민주당의 양당 기득권 구조를 깰 수 있는 협력의 파트너로서 민주당보다는 훨씬 가깝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개인과 안철수 현상이 전혀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정치와 변화에 대한 국민적 염원이 분명 있다고 본다. 그런데 안 의원이 그것을 인지하고 있다고는 보지만 정치적 비전이나 리더십으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면에서 양쪽(민주당과 안철수)에 대해서 어느 한 쪽과 특별히 전략적으로 연대하고 한 쪽은 배제해야 한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 보다 급하고 중요한 것은 우리 정의당의 자기 혁신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본다.

지방선거의 선거연대에서 어느 한 쪽과 손을 잡느냐 마느냐라는 문제에 대해 현재로선 진척된 것이 없다. (심상정 의원의 여러 발언들이 안철수 세력과 함께 통합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심상정 의원도 양당 기득권을 깨기 위해 열린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지, 민주당 배제하고 안철수와 연대하자는 구상이거나 안철수와 이미 이야기가 진척됐거나 그런 건 아닌 걸로 알고 있다.

등거리 전략이라는 것은 모든 세력들 사이에서 기계적으로 가운데 위치해 있겠다는 뜻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어느 세력과 선 선거연대를 하는 것 등에 대해 배제하지는 않는다. 연대의 수준도 굉장히 다양할 수 있다. 선거연대 혹은 원내교섭 단체를 함께 구성하는 것 등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다.

정종권: 한편에서는 민주당과 안철수와의 연대와 관계, 또 한편에서는 진보정치 내부의 다양한 세력과의 협력과 통합 등 관계 설정에 고민이 있는 것 같다, 질문을 단순하게 하면, 어느 쪽과의 관계가 더 우선이라고 생각하는가?

천호선: 선후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정종권: 안철수 세력과 진보정치세력은 현실에서는 충돌하는데…

천호선: 그럼에도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답변하는 정치인은 어리석은 정치인이라 판단한다. (웃음)

정종권: 현재 여론조사 등에서 확인되는 정의당 지지율은 1% 전후한 수준이다. 민주당이나 안철수 세력과 선거연대 운운하기에는 주체 역량이 왜소해보인다. 대중정당을 표방하고 있지만 지지율에서는 그 기준에 미달하는 것 같다. 녹색당이나 노동당 등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하고 있나.

천호선: 대표로 당선된 이후 노동당과 녹색당을 방문했다. 또 노동정치연석회의나 새로하나 등이 흐름에 대해서도 듣고 있다. 이 모두와의 대화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당이나 녹색당에 갔을 때는 무슨 진지한 회의를 통한 결론보다는 덕담 수준의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호혜적, 협력적 분위기였다. 노동당의 경우 노회찬 전 대표가 방문했을 때보다는 제가 더 편했다(웃음). 최근에 헤어진 사람이 가장 미운 거다.

정종권: 원래 동족간의 갈등이 더 무서운 거다.(웃음)

천호선: 정의당의 지지율 문제는, 내가 당 대표로 출마했을 때 우리 당 지지율은 0%라고 말했다. 이건 두 가지 의미이다. 의지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0%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국민들에게 인지조차 안 된 정당이다. 국민들에게 통합진보당은 알려졌지만 진보정의당은 모른다. 여기서 ‘진보’자를 빼니 국민들은 더 모른다.

우리 은평 당원이 내 트위터 내용을 리트윗 하면서 ‘진보정의당 대표’ 트윗이라고 리트윗 하더라. 그정도이다. 국민들에게는 노회찬, 심상정, 조준호, 유시민 정도를 제외하고는 인지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혁신의 의지는 있지만 국민들에게는 인지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진보의 자신은 아직 금고 속에 잠겨있을 뿐

자본주의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생각한다. 과거 진보정치의 자산은 있지만 아직 금고 속에 들어가 있다. 그런데 이걸 현실화(현금화)시키는 방법이 혁신이라는 것이다.

컨벤션 효과로 천호선이 대표로 나왔다고 해서 정의당의 지지율이 오를 수준의 인지도나 지지도가 없다. 그 정도로 정의당이 취약하다고 본다. 내 임기가 2년인데 목표는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 사랑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정의당이 진보정당의 대표정당이 되고, 국민들이 진보정치 하면 ‘아 저기’라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걸 위해 1단계로 지방선거에서 진보정치의 대표정당으로 나갈 것이다. 지방의원 숫자는 다른 진보정당이 더 많을 수 있지만, 국민들에게 정의당이 대표 진보정당, 모범적인 진보정당이라는 위치를 확보하는 걸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정종권: 지방선거에 대한 정의당 내부의 계획이나 의지는 ‘진보정치의 대표성 회득’에 있는 것 같다. 이를 위해 나름의 정책과 컨텐츠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면 그것과는 독립적인 문제로 현재의 진보정당이 난립하고 있는 정치지형과 관련한 계획과 대안은 있는가?. 민주당, 안철수 세력등을 그렇다치더라고,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이 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적 구도와 악조건을 돌파할 수 있는 계획은 무엇인가?

천호선: 선거 때의 정치 구도는 어떻게 될 지 지금으로선 아무도 모른다. 우리 자체의 혁신을 통해 우리 역량을 강화하고, 양적보다는 질적으로 좋은 후보를 낼 것이다. 교육받지 않은 사람, 활동하지 않은 사람, 검증 받지 않은 사람을 후보로 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검증되고 대중들에게 지지를 부탁할 만한 출마자들에 대해서는 지역위 뿐만 아니라 시도당, 중앙당에서 최대한 지원할 것이다. 그래서 낙선한다 하더라도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할 사람을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이다.

총선은 제 임기 바깥에 있지만 총선이 최종 목표이다. 우리 당이 3년 뒤 총선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냐, 없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내년의 지방선거는 총선과 연계해서 전략과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정치구도와 관련해서는 전국적인 큰 연대와 구도를 만드는 전략도 있겠지만, 지방선거 특수성에 맞게 지역별 연대와 구도를 잘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옛날과 다르게 지금은 구도가 많이 분화됐기 때문에 판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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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권: 지방선거에서 특히 정당투표와 관련해 진보적 시민과 유권자들에게 여러 진보정당 중 정의당을 지지해달라고 할 수 있는 동기 부여는 어떻게 가능하다고 보나?

천호선: 쉽지는 않다고 본다. 노동당과 녹색당 등과 관련해서는 전국적 차원에서 선거연대 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기대하고 있다.

녹색당 노동당과는 협력과 연대에서 출발하고 싶어

정종권: 조금 더 추궁하고 싶은데, 천 대표체제가 들어선 이후 아직 지방선거와 관련한 전략과 계획은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 이 정도에서 정리하겠다.(웃음) 진보정당들의 난립 속에서 유권자들과 시민들에게 다른 진보정당이 아닌 우리 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쉽지 않고, 대중들의 냉소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생각이다.

천호선: 오늘은 노동당이나 녹색당과의 우선적 협력과 연대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고 있고, 전망한다는 정도에서 정리하겠다.

정종권: 작년 통합진보당 사태와 분당 이후 결국 통합진보당은 비교적 단일한 색깔을 가진 집단이 됐다. 그런데 정의당은 상당한 이질적 집단이 공존하는 정당이다. 색깔의 차이, 과거와 철학의 차이가 있는 민주노동당, 참여당, 통합연대 세력들이 공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토대는 무엇이고, 이 속에서 천호선 대표의 리더십이 지향하는 특징은 무엇인가

천호선: 저도 정통적인 진보정치 운동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굉장히 많은 점에서 거리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80년대까지는 똑같은 정서와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후 일정하게 다른 길을 걷다가 20년만에 다시 그 분들을 깊게 만나려고 하니 조금은 어려웠다.

그러나 거꾸로, 정통진보세력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어떻게 헌신해왔고, 어떠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 함께 고민하고 있다. 진보정치 내부는 오래된 관성, 인간관계 이런 것들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진보정치의 정체와 자기 만족에 머무는 것을 강화시켜왔다고 본다.

어쨌든 나는 민주당이라는 정당의 경험과 국정 운영에 직접 참여해본 경험을 가지고 다시 진보진영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런 면에서 제가 기존의 정통 진보정치세력들의 어떤 부족했던 점을 자극하고, 더 파격적인 가능성을 도전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의당 내부에서도 이질성과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하면….

정의당 내부의 이 다양한 세력이 한 정당이 될 수 없다면 100%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정의당 내에서 사람들에게 정의당이 실패하면 인천연합계는 노동운동해라, 참여계는 시민광장해라, 통합연대는 사민주의 포럼이나 하라고 했다. 나도 정치를 떠난다고 했다. 그만큼 정의당 내부에서부터 하나로 통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 어디서도 차이가 있는 세력들이 함께 공존하거나 정치적으로 확장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당 출신이건 모두 자기 혁신의 몫이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 난 혁신할 게 없고 너만 혁신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참여계에도 있지만, 이런 생각은 안 된다. 혁신은 가능성 이전에 의무라고 생각한다. 숙명적 과제,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이걸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진보정치에 대한 이해와 공감, 또 서로 다른 경험에 대한 이해, 그리고 소통과 존중이 중요하다. 강력한 리더십 스타일보다는 소통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소통할수록 강해진다. 소통할수록 힘이 세진다. 당 내 3개 그룹을 그렇게 소통하고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성공시킬 자신과 경험이 있다. 제 리더십 스타일이 그 정치적 과제를 수행하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또 이것은 정의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정치세력 전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87년 이후 진보정치운동이 우리 사회에 20년 동안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단계의 진보정치, 진보정치의 2기를 열어 가야 할 시기라 생각하고, 그 역할을 감히 정의당이 앞장서서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만 하겠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진보정치에 보내는 메세지는 우리 모두 뼈아픈 고통의 경험이 없다면 혁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만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하는 건 독선이다. 실천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모두가 도태할 것이라는 엄중한 상황 인식을 했으면 좋겠다. 정의당의 낯선 모습들도 애정과 관심으로 지켜봐주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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