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천호선 대표, 한겨레21 “2년 내 대표 진보정당 만들겠다”

“2년 내 대표 진보정당 만들겠다” [2013.07.29 제971호]

[정치] 진보정의당 새 대표 된 천호선 전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 “상황과 지역 따라 민주당·안철수와 선거 연대 가능”
 
 
 
 
 
천호선 진보정의당 신임 대표는 ‘국회의원 노무현’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고,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국정상황실장, 대변인, 홍보수석비서관 등을 지냈다. 그리고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으로서 통합진보당 창당의 한 주역으로 활약했다.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영광은 짧고, 상처는 너무 깊었다. 지난해 통합진보당 분당 사태와 함께 진보정의당이 탄생했다. 7월21일 열리는 전당대회에 단독후보로 출마해 사실상 당 대표로 확정된 그를 지난 7월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새 당명 먼저 결정하자고 했는데…”

전당대회 당일 당명도 바뀐다. ‘사회민주당’과 ‘정의당’이 경합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당명을 먼저 결정하자고 주장했던건데, 아직 어떤 당의 대표가 될지 모르겠다.(웃음)

국가정보원 사태와 대화록 파동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심경도 남다르겠다.

이명박 정부가 그랬다면 그나마 이해하겠다. 박근혜 정부가 굳이 왜 저렇게까지 할까.

국정원 사건의 확산을 북방한계선(NLL) 문제로 덮으려는 의도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국정원은 합법과 불법마저 가리지 않으며 정치에 공공연하게 개입하고 있다. 총만안 들었을 뿐 과거의 중앙정보부와 뭐가 다른가. 그 내면에는 노무현과 함께했던 세력에 대한 증오와 함께 부담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적 망명객이던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를 제외하면 전통적 의미에서 운동가 출신이 아닌, 진보정당의 첫 당 대표가 됐다.


많은 분들이 청와대 대변인 이후만 기억하는데, 그 전에도 진보운동 하는 분들과 똑같이 살았다. 물론 정통 민중운동·진보정치 운동가 출신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여기엔 일정한 의미가 있다. 진보정당 리더십의 교체라기보다는 수직적·수평적 확장이라는 의미다. 노회찬·심상정, 평당원인 유시민, 그리고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의 조준호…. 이분들은 변함없는 우리 당의 리더다. 여기에 새로운 세대가 들어오면서 당이 수직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 정통 진보정당 출신이 아닌 사람도 진보적 가치에 동의하면 리더로 세울 수 있다는 것이 내부적으로 양해될 정도로 유연해졌고, 수평적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운동권·운동가 정당의 한계를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동의하나.

강한 이념 지향성과 자기 폐쇄성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념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념으로 정당을 하는 건 아니다. 가치와 비전으로 해야 한다. 이념적 순수성을 지키는 정치는 하면 안 된다.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청사진과 비전, 계획을 국민 앞에 떳떳하게 내놓고 평가받는 게 바로 정당이라는 이야기다. 문화적 폐쇄성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서울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많이 하는데, 같은 비정규직인 시민들이 동참하기는커녕 옆에서 구경하기에도 불편한 집회가 많다. 노동자 집회에 가면 구호끝에 ‘민주노조, 사수, 투쟁, 철폐, 투쟁’ 등의 말을 덧붙이는데, 나도 아직 못 따라하겠더라.

“내부 혁신이 먼저, 선거 연대는 나중”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를 겪으며 진보정치 전체의 파이가 급속히 위축됐다. 차분히 복기하자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혁신 없이 확장하려 했기 때문에 나타난 문제라고 본다. 전통적 진보정당 세력과 진보적 가치를 공유하지만 좀더 오른쪽에 있는 세력이 함께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들어보자고 했던 것이 통합진보당이었다. 그 의지와 방향은 여전히 옳다고 본다. 하지만 그건 단지 세력을 합치는 게 아니라 진보정치의 근본적 자기 혁신과 더불어 진행해야 했다. 그런데 통합만 했다. 그렇게 문제가 증폭됐다.

당 차원에서 대표 권한의 대폭적 강화가 이뤄졌다. 역설적으로 리더십의 위기로 읽히기도 한다.

최고위원들을 통한, 각 의견그룹의 합의

구조가 당의 화학적 통합성을 높이지 않더라는 게 지난 진보정당 10년의 경험이다. 각 그룹이 표를 조직해 지도부를 선출하고, 그 사람들이 정파의 이해를 대변하고, 그 이면에 거래와 조정이 이뤄졌다.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대표의 독점적 권한을 강화하자는 게 아니다. 대표가 정치적 판단을 갖고 당을 통합해나가는 힘이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

“2년 내에 진보 대표정당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떤 의미인가.

폭넓은 의미에서 진보운동을 지지해온 사람들에게 저 당이 앞으로 새로운 진보정치를 끌어나갈 정당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다는 의미다. 우선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의 사랑을 회복하겠다. 그리고 우리 당이 가장 실력 있고, 믿을 만하고,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대중적 승인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10월 재보선부터 내년 지방선거까지의 기간 동안야권 연대 전술은 여전히 유용한가.

연대를 우리가 먼저 주장할 것은 아니고, 지금은 오히려 내부 혁신에 집중할 시기다.하지만 선거 연대는 국민과 상황이 요구할 것으로 예견된다.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은 아마도 경쟁하고 충돌할 것이다. 대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운데에서 숨이 막힐 것 같다. (웃음) 두 세력을 놓고 보면 진보정의당은 등거리 전략이다. 두 세력 사이에서 어리석은 중간점을 지키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역과 상황에 따라 어떤 세력과 선연대하는 등의 현명함은 필요하겠지. 어쨌든 진정한 정치적 격변은 지방선거 이후에 온다고 본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 지형은 상상못할 정도로 급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낙관은 않지만 희망은 있다”

진보정의당 내의 특정 인사가 안철수 의원 쪽과 손잡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개인이든 그룹이든 우리 내부에서 외부 세력과 다각도로 협력하는 건 좋다고 본다. 하지만 당 대표로서 그 중심은 내가 잡아나가겠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당의 한 정치인 개인이 누군가와 손잡고 움직일 구상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럴 의사를 가진 분도 없다.

신임 대표로서 각오도 밝혀달라.

서민을 좀더 폭넓게, 그리고 투철하게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이겠다. 시민의 참여를 가로막는 장애를 제거하고, 국가 운영의 비전도 보여드리겠다. 강도높은 혁신을 해나가고 있다. 아직 작은 정당이지만 우리가 실패하면 당분간 진보정치는 없을 것이라고, 이건 진보정치의 마지막 시도라고 생각한다. 낙관하지는 않지만 희망을 갖고 있다.

글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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