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개성공단 이대로 폐쇄된다면,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신뢰 잃을 것
: 북한당국 위협은 유감이지만 개성공단 자리에 북한군이 재진주한다면 안보도 그만큼 위태롭다
남북 양측은 25일 열린 6차 개성공단 정상화 실무회담에서 합의문 채택에 실패했으며 추가 회담 날짜도 잡지 못했다. 북측은 회담의 사실상 결렬을 선언하며 공단이 파탄날 때 북한군이 재주둔할 것임을 협박하고, 한국 정부는 북한이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했다. 남북 경협의 상징이자 보루이며 평화의 교두보인 개성공단은 이대로 폐쇄되고 마는 것인가? 남북 양 당국의 태도와 무능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남과 북 양 당국은 회담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이 상황에 처한 것에 대해 서로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남측은 “재발방지 보장 문제에 대해 북한 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진전이 없었다.”고 비판한다. 반면, 북측은 “자신들은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남측이 경직된 자세를 유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발언과 실무회담 과정에서 양측이 제시했다는 합의서의 초안과 수정안 등을 살펴보면, 재발방지의 제도적 장치를 우선하는 남과 즉시 재가동하며 정상화 조치를 동시에 추진하자는 북의 입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것은 개성공단이 왜 난관에 처해 있는지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도 기인한다. 북한은 남측의 인질 구출 발언, 한미연합 군사훈련 등이 공단의 안정적 가동을 저해한 요인이라고 말한다. 우리 정부는 상황이야 어찌됐든 북측의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가 문제였다고 한다.
우리는 전략핵폭격기가 시위를 하는 등 한미연합훈련이 북한 측의 신경을 거스르게 했을 것이라 판단하고, 특히 김관진 국방장관의 강경발언 등은 북한 당국의 강경대응의 빌미를 제공한 어리석은 행위였다고 본다. 그러나 정치ㆍ군사적인 문제와 경제협력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연계시켜 근로자 전원 철수 등의 조치를 취한 북한 당국의 태도에도 큰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로 보아 앞으로도 정치ㆍ군사적인 난관은 또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데, 그때마다 출입 차단이나 근로자 철수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전면전 발발의 상황이 아니라면 어떠한 경우에도 공단의 정상적 가동을 저해하는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과 같은 일방적 조치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보장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법적ㆍ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남한 당국의 입장이 그것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개성공단을 정상화할 수 없다는 경직된 자세인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실무회담의 합의서 정도로 안정적인 정상 가동을 담보할 수 없다면, 고위급회담을 열 수도 있고 양측 지도부 차원의 서명 등 담보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정도의 정치적 합의와 선언을 함과 동시에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면서 구체적인 법적ㆍ제도적 장치는 마련될 수도 있지 않은가? 왜 개성공단 재가동의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역공세를 받는지 자문할 일이다.
정책의 논리나 협상 과정이야 어찌됐든 정부 당국은 결과로 말한다. 아직 임기를 시작한지 1년도 안 된 박근혜 정부에게 가혹한 말일지는 모르지만, 이대로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면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보다 못 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남북관계를 전면적 파탄상태로 몰고 갔던 이명박 정부에서도 개성공단만큼은 유지되지 않았던가?
남북관계 정상화를 발판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주도해 나가는 담대한 접근을 이 정부에게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인가?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가 비핵화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도 임전무퇴의 군인정신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의심한다. 그렇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국민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도 개성공단이 폐쇄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 당국의 위협은 유감이지만 개성공단 자리에 북한군이 다시 진주한다면 안보도 그만큼 위태로워진다. 북한 당국 탓만을 할 것이 아니다. 하루빨리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고, 여기서 나아가 이산가족 상봉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관계 개선의 결과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 이른바 육사라인으로 짜인 청와대와 국정원장 등 참모진이 그런 결과를 보여줄 가능성이 없다면 교체도 적극 추진해 볼 일이다.
2013년 7월 26일
진보정의당 정책위원회(의장 정진후)
(문의 : 김수현 정책연구위원 070-4640-2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