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는 주권의 포기이고 국민 기망이다
오는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재연기할 것을 김관진 국방장관이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한미 당국이 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한미 양국 국방부 관계자가 모두 확인한 것이므로 사실로 보인다.
전시작전통제권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 2012년 4월 17일까지 환수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명박 정부 시절에 2015년 말로 연기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가 다시 재연기를 제안하고 추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올해 초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는 등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사실 군 작전지휘권은 주권국가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주권의 요체이다. 1950년 7월 14일 한국 전쟁의 급박한 상황 속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넘긴 것은 당시 우리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나라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 환수에 이어 노무현 정권에서 한미 양국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합의한 것은 이제 한국이 독자적 힘으로 충분히 나라를 지킬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2006년 양국의 합의 당시 한미연합사 사령관이었던 벨은 한국 측 지휘관들에게 자신이 나토(NATO)에도 근무해 봤지만, 한국군의 능력이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도 낫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지금도 미국 국방부 고위관계자들은 "한국은 (군사) 능력과 역량을 정예화함으로써 (한국 안보에) 더 책임질 수 있고, 더 책임을 져야 하고, 더 책임지기를 원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 국방비는 올해 약 34조 6천억원으로 북한 국가 총예산의 약 5배, 북한 공식 발표 국방비의 30배가 넘는 수준으로 핵무기 등 일부 비대칭 무기를 제외하고는 북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정부 당국자나 수구적 인사들이 내세우는 요인인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위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제대로 대응할 일이다. 사실 북이 핵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우리가 자체적으로 핵을 보유하는 것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핵화가 되기 전에는 미국의 핵전력, 즉 핵우산에 일정하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나 일본 등이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서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에 이관하고 있지는 않다. 진보는 물론 '국가의 품격'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보수라면 당연히 주권국가로서의 국제적 기준과 위신을 생각해서라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오히려 앞장 설 일이다.
그리고 전작권 전환을 애초 계획대로 정상 추진한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고, 5월 28일 발표된 '국정과제'에서도 재천명되었던 것이다. 이제 그것을 뚜렷한 이유 없이 뒤집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망에 다름 아니다.
북핵 문제 해결, 혹은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샅바싸움이 한창이다. 지금 당장은 여의치 않은듯 보이지만 결국 6자회담 등이 재개되어야 하고, 재개되는 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의 동전의 이면으로서 한반도 평화체제가 논의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9.19공동성명에서의 합의가 그렇고, 핵무장 기정사실화를 노리면서도 평화협정 체결을 강조하는 북한과 접점을 찾아 비핵화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도 그렇다.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닌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마저 환수하지 못하면 북한은 우리를 상대하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94년 제네바합의 당시처럼 소외되거나 기껏해야 경제적 지원이나 맡는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북핵 문제의 해결, 즉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형성 과정에서 당당한 주체로 서기 위해서도 전시작전통제권은 예정된 일시에 반드시 환수되어야 한다.
2013년 7월 17일
진보정의당 정책위원회(의장 정진후)
문의 : 김수현 정책연구위원(070-4640-2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