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초청 강연회 <독일의 사회민주주의 현황과 개혁논의> 녹취록 전문

[보도자료]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초청 강연회 <독일의 사회민주주의 현황과 개혁논의> 녹취록 전문

 

- 강연자 : 크리스토퍼 폴만 소장

- 일시 및 장소 : 2013년 7월 2일 2:30 국회의원회관 의원식당

 

- 주최 : 진보정의당

- 주관 : 김제남 박원석 서기호 심상정 정진후 의원실, 진보정의연구소

 

현장 녹취록 전문

 

(한국어로) 안녕하십니까. 저는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 소장 크리스토퍼 폴만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이 자리에 저를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그리고 노회찬 대표님 저를 친절하게 소개해주셔서 감사하다.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저로서도 영광이다. 한국의 진보정의당, 이 의미있는 모임에 저를 불러주신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하며 오늘 강연에서 여러분의 관심을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올해는 특별한 해다. 한독 수교 130주년이 되는 해고, 60년대 초에 한국에서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들을 보내는 협약을 맺은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기념할 만한 일 외에도 지난해부터 독일에 대한 한국의 관심이 더욱 새로워지고 뜨거워지고 있어서 여러 가지 기념할 만한 해다. 특별히 지난해부터 독일의 사회시장 경제모델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제 짧은 강의가 여러분에게 어떤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지금부터 강의를 시작하겠다.

 

사민주의라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아주 오래된 개념이자 전통이 있는 개념이다. 우리 사민당은 생긴 지가 벌서 150년이 되었다. 한 달 전에는 이를 축하하는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사민주의에 대한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사민주의의 기본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그리고 사민주의와 관련된 몇 가지 주제들을 골라 여러분에게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다.

 

사민주의의 출발은 19세기 중반으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독일과 영국, 그리고 유럽의 몇몇 국가들에서 사민당이 시작되었다. 한 150년 전쯤 되겠다. 그때는 노동자들이 아직 조직되지도 않았고 힘이 약했기 때문에 조직을 만들어 정치세력이라든가 왕정, 자본가연합에 대항해야했다. 그때 노동자의 조직이 만들어졌다.

 

당시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던 노동자들은 공평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 불운한 사람들을 위한 연합이 생겼고, 연대의식에 따라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사민주의가 시작되었다. 물론 그때부터 사민당이 이어져오고 있긴 하지만 많은 변화를 겪기도 했다.

 

중요한 점이 있는데, 특히 한국의 상황에서 더더욱 중요하리라 본다. 한국과 독일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반공주의가 존재한다는 것인데, 사민주의와 마르크스주의 사이에는 분명하 차이가 있었다. 마르크스주의가 혁명적인 변화를 꾀했다면 사민주의는 개량주의적 방법을 통한 점진적 변화를 꾀했으며, 노동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했다.

 

사민당에서 변화를 이끌어나갈 때는 자본주의 아래서 노동자에게 더 많은 힘을 주고 여성들에게 더 평등한 기회를 주면 사회 안에서 점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낸다. 더불어 절대적으로 비폭력의 입장을 견지해왔다.

 

초창기에는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방식으로 개혁이 추진되었고 19세기 말경에는 사민당이 더 많은 힘을 갖게 되었다. 특히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60~70년대에는 사민당이 많은 나라들에서 가장 힘있는 당이 되었다.

 

사민주의는 1959년을 기점으로 도약한다. 그 이후부터 새로운 그룹들이 사민당의 지지세력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노동자 중심의 당이었다면, 그 이후에는 전문가, 학자, 그리고 특히 여성들이 사민주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60년대 이후에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게 된 데는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민주의의 절정은 아마도 60~70년대라고 볼 수 있다. 그 때는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아주 높았던 시기다. 그로 인해 사회적 합의도 가능했다. 그 당시에 사민당은 복지재정을 늘렸고, 모두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으며, 경제를 통제하기도 했다. 그래서 자본주의를 제도로서 통제했던 시기였다. 이것은 노동자와 자본가 모두에게 혜택으로 돌아갔다.

 

70~80년대에는 새로운 경향이 출현한다. 바로 신자유주의가 출현한다. 레이건과 대처를 중심으로 복지를 줄이고 자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게 된다. 또 민영화와 규제 완화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시기다. 이런 신자유주의의 부흥은 금융위기로 종말을 맞는 듯 보였다. 사민주의는 이에 대해 매우 방어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때 출현한 것이 바로 제3의 길이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를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영국에서 이 정책의 대부분이 만들어졌다. 물론 독일에서도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이것을 받아들였다. 당시의 적록연정이 제3의 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한편으로는 이것을 사민주의의 현대화라고 볼 수도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의 여러 가치들을 사민주의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복지예산을 삭감하고 국제경쟁에 뛰어드는 것을 사민주의가 받아들인 것이다.

첫 해에는 성장률이 상승했다. 하지만 양극화도 심화되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이때가 아마도 2003~4년 즈음이었는데, 사민당에 위기가 도래한 시기였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사람들이 사민당이 추구하는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며 지지를 머뭇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민당은 지금도 여전히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당 안에서는 이 위기로부터 근본적으로 벗어나기 위한 여러 가지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가 사민주의에 대한 짤막한 역사적 소개였다. 지금부터는 몇 가지 쟁점에 대해 짚어보겠다.

 

150년이 넘는 동안 사민주의 안에는 세 가지 중요한 가치가 있었다. 자유 정의 연대가 그것이다.

 

이것들 사이에는 우선순위가 없다. 자유 정의 연대는 함께 가야 한다. 그렇게 함께 갈 때에만 정의롭고 공평한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

 

먼저 자유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자유는 자유주의적 가치와도 맞물린다. 우선 정치적 자유를 들 수 있다. 개인이 정치적 자유를 갖는 것은 어쩌면 미국적 가치라고도 볼 수 있는데 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또한 이 자유는 공권력에 의해 침해받지 않을 자유도 포함한다.

 

하지만 사민주의에서 말하는 자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것은 정의와 맞물려 설명되어야 한다. 한 사람의 자유를 추구하는 데 있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그 자유는 제한되어야 한다. 이는 공권력에도 마찬가지다. 공권력이 행사될 때는 정의롭고 공평해야 한다. 삶에서 자신이 바라는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한 사람, 또는 소수에게만 그런 기회가 제공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는 정의로워야 하고 모두에게 기회를 허락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남을 돕는 것, 내 가치를 다른 사람과도 공유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연대로 넘어가게 된다. 연대란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융합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연대의 가치가 있을 때 그것이 사회민주주의 사회라고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가치가 바로 사회민주주의와 노동조합을 묶어주는 기본 가치다. 약자에게 도움을 주고 강자가 모든 것을 취하지 않고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이때 사회가 진보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약자를 돕는다는 기본 가치가 사회민주주의와 노동조합을 묶어주고 있다. 물론 둘이 항상 같은 의견을 내는 것도 아니고 같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이제는 가치의 기본 개요에 대해 설명했고 이제는 현재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현재 사민당과 사민주의과 유럽과 독일에서 어떤 상태에 처해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기회와 도전은 어떤 것들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사민당, 또 어떻게 보면 노동조합을 비롯한 모든 큰 조직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원화되고 있고, 다양성이 중시되고 있으며 개인주의적 경향이 더 커지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조직에 참여하기를 꺼리고 주저한다. 어떤 조직에 속하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작은 엔지오나 지역기반 공동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큰 조직에 속하거나 오랫동안 일하기보다는 짧은 시간 동안 자기 삶의 일정 부분만을 할애하길 원한다. 이것이 지금 제가 판단하기로 사민주의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 문제 중 한다.

 

이런 일반적 문제 외에 또 다른 문제는 제3의 길 때문에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정당에 대한 신뢰를 많이 잃었다. 특히 사민당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경향은 독일, 영국, 스웨덴 모두 다르지 않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사민당들이 모여서 더 많은 토론을 하고 또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신자유주의를 사민주의 안에서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위기를 거치면서 지난 10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토론이 있어왔다. 유럽의 많은 사민당들이 실권을 한 직후였다. 이 토론의 과정, 어떻게 하면 혁신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먼저 금융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에서부터 문제는 시작되었다. 2008~9년 무렵이었다. 사민당은 어떻게 하면 경제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했다. 그리고 경제를 회복하는 데 있어 우리가 가진 산업 자원들을 조금 더 생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한 국가 차원이 아니라 유럽과 세계적 수준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는 시장과 국가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국가는 시장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주었다. 그래서 이 부분도 재정립되어야 한다.

 

유럽 사민당들의 고민 중 하나는 유럽의 부채 위기를 잘 극복하는 일이다. 유럽연합의 사민당들은 어떤 식으로 개혁을 진행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지금까지는 경제 중심으로 유럽연합의 통합이 진행돼왔는데 앞으로는 조금 더 깊고 끈끈한 통합이 이루어지도록 사회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또 은행과 금융규제를 조금 더 탄탄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려 노력 중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몇몇 국가들에만 허락된 것처럼 보였던 사회안전망을 유럽연합 전체의 국가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사민당들의 과제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왕도는 없다. 조직적 문제도 해결해야 되고 실용적 관점에서도 문제를 해결해야 되기도 하다. 그래서 이 정책 안에 있는 신자유주의의 가치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정책이나 어떤 하나의 해결책을 들고 온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가령, 세금정책을 마련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사민당에서 중요하고 생각하고 있는 지점은 어떻게 대화를 시작할 것인가,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사민당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설득력있는 담론을 만들려고 한다. 그것이 우리의 근본적 과제다.

 

그래서 나온 말이 Good society, 좋은 사회 담론이다. 어떤 사회가 좋은 사회일까, 21세기의 좋은 사회는 구성원들이 어떤 것을 누리는 사회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모두가 자기 삶에서 바라는 바를 성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한 나라 차원의 논의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유럽연합 차원에서, 나아가 국제적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자원이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이 한정된 자원 안에서 국제적 논의가 이뤄질 때에만 지구촌 안의 모든 나라와 시민이 함께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이 문제는 여러 가지를 포함하고 있어서 대안적 접근이 필요하다. 부의 재분배, 소득 격차의 완화, 양극화 축소, 성장의 재정의,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의 담론을 만드는 것, 지속가능성, 그리고 삶의 질의 문제, 분배를 통해 가난을 줄여나가는 것 등 이런 문제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분께 말씀드린 것과 더불어 8페이지를 보시면 몇 가지 중요한 쟁점들이 나와있다. 사회민주주의의 혁신을 위한 몇 가지 관점과 가능성이라고 돼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여러분이 보시고 앞으로도 토론을 계속 해나갔으면 한다. 여기에는 혁신의 기본 방향과 지금껏 사민당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해서도 나와 있다. 사살 사민당은 전략적으로 실패한 면이 있는데 노동조합과의 결합이 약화된 것이 그렇다. 이에 대해서는 사민당 안에서도 전략적 실패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이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를 모색하며 힘을 쏟고 있다. 동시에 노조 자체가 유럽 안에서 힘이 많이 약해졌기 때문에 사민당은 노조가 아닌 다른 새로운 파트너도 찾아야 한다. 이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감사하다.

 

---------------- 질의 응답 ----------------

 

질문1. 기민당의 콜 총리가 18년간 장기집권한 뒤에야 사민당이 98년 적록연정을 통해 집권했다. 제3의 길의 실책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제3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미식 자본주의의 문제점도 드러나긴 했지만 유럽형ㆍ대륙형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깊은 고민의 결과였다고 본다. 실제로 18년간 관성화돼있던 독일의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개혁들도 많이 이루어졌다. 다만 그 성과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비로소 나타나고 있고, 최근 한국에서 독일 모델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결국 개혁노선이라는 것은 늘 단기적 성취를 이룰 것이냐, 아니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장기적 목표를 위해 나아갈 것이냐 하는 딜레마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에 대한 독일 사민당의 고민과 쟁점들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달라.

 

- 가장 어려운 딜레마에 대한 질문이다. 지적한 대로 당시 적록연정이 제3의 길을 받아들여 신자유주의의 길을 간 데는 이유가 있었다. 당시에는 그것이 가장 지배적 담론이었고 다른 대안을 찾기도 어려웠고 다른 대안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또한 당시 독일은 통일을 이룬 뒤 10년 굉장히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그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시장을 개방하고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자원을 더 자유롭게 쓰기 위해 복지예산을 축소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강연 중에 말씀드린 것은 일반적인 사민주의에 대한 것이었고, 독일의 사민주의는 상당히 다르다. 독일의 사민주의는 굉장히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아젠다 2010 이후에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꾸준이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적록연정의 성과를 들자면 이 이후 추가적 고용이 쉬워졌다. 왜냐하면 고용주가 내는 사회안전비용이 줄었기 때문에 고용주 입장에서는 더 많은 고용을 더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적록연정 덕에 독일의 거시경제가 수혜를 입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슈는 탈핵이다. 당시에 적록연정은 탈핵을 선언했고 메르켈 총리는 이것을 되돌리려 했으나 후쿠시마 사태 이후에 다시 탈핵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것 또한 적록연정의 성과 중 하나다.

또 경제침체에서 탈출한 덕이 통일에 다른 적자가 많이 해소되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완성하려면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슈뢰더 정부가 잘 한 것도 많지만 또 하나의 실책이 있었다. 바로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정책을 발표한 뒤 곧바로 실행하는 식이었다. 이 정책을 왜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었다. 그래서 사회적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또 한 가지는 운과 연관이 돼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데, 장기적 안목을 갖는 문제다. 당시 사민당이 제 살을 깎아내는 여러 개혁 조치 때문에 단기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투표로 심판을 내려서 정권에서 물러나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효과가 10년, 20년이 지나서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게 사실이고, 그 덕에 현재 메르켈 총리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마지막 포인트는 제 생각에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기도 한데, 그 이후에 독일의 국가경쟁력이 상승하고 국가 부채도 줄어들었지만 사회 양극화가 크게 심화되었다. 현재 독일은 약 200만 명에 이르는 워킹푸어가 있다. 이들은 일을 해도 가난하다. 직업을 2~3개씩 가져도 먹고 살기가 빠듯한 지경이다. 비정규직의 수가 많이 늘었다.

사회 문제를 바라볼 때는 여러 측면을 봐야 한다. 거시경제지표들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사회적 환경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사민당에 투표를 할 때는 더욱 더 정의롭고 공평한 사회, 그리고 중산층이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바랐는데 지금은 사회에서 밀려나는 계층이 늘고 있다.

 

질문2. 현재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봤을 때 독일이 홀로 유럽의 경제 위기를 극복해나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또 통일 당시 동서독의 화폐를 1대 1로 통합한 것은 옳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보는데 어떻게 보나.

 

- 경제학자는 아니라서 원하는 답을 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독일이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포르투칼 이탈리아에 이르기까지 나라마다 문제들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경쟁력 약화에 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포르투칼 같은 나라에서는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부패지수가 높은 문제들이 있다. 독일이 조금 더 나은 상황에 있는 이유는 아마도 아젠다 2010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독일은 10년 넘게 임금인상을 하지 않고 있다. 이 결과로 독일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말씀드렸던 이들 나라들은 독일과 경쟁이 안 된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조율이 굉장히 중요하다. 경제적 정책과 여러 사회적 정책이 제대로 조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 문제에 대해서 두 학파가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한 학파는 구조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세금을 줄이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복지예산을 줄여야 한다. 이 사회에 돈이 더 많이 돌게끔 해야 한다. 새로운 기업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또 다른 학파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것에 더해 세금과 임금정책간의 조율이 필요하다. 그리고 유럽 안에서 서로가 경쟁하는 시스템으로 갈 것이 아니라 통합적이고 상호조율이 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학파 중 일부는 한쪽으로 굉장히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사회비용을 줄이고 약자를 덜 배려했다.

하지만 지금 저는 낙관적이다. 왜냐하면 유럽에서는 현재 또 다른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도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남유럽에 조금 더 숨통을 트이게 해줘야 한다면서 여러 정책을 섞어 시행을 해보자고 한다. 세금을 올리거나 이들 나라에 조금 더 시간과 여유를 주고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한다. 개혁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들 나라에 조금 더 투자를 하고 자문도 해줘서 새로운 경제 체제를 해주고 새로운 경제 엔진을 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논의들이 있다.

 

동서독 간에 1대1로 화폐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한 결정은 경제적인 결정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결정이었다. 동독 시민들도 통일 이후에 똑같은 구매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도 동독 화폐가 서독보다 불리하다는 이유로 2류 시민이라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한 조치였다. 그래서 경제적으로는 문제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것은 정치적인 결정이었다.

 

물론 경제적으로 볼 때는 재론의 여지없이 실패한 정책이었다. 왜냐하면 통일 당시 동독의 경쟁력은 서독의 3분의 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일한 가치로 화폐를 통합하다보니 혼란이 올 수밖에 없었다. 통일 이후에 동독은 심각한 실업난에 허덕여야 했고, 3~5년 동안 혼란을 수습하기에도 어려웠다. 지금에서야 조금씩 진정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질문3. 유럽의 사민당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독일 사민당은 세력 확장을 위해 청소년이나 또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에버트재단이 세계적으로 사민당과 관련한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스웨덴과 유럽의 여러 사민당들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나라들에서 최근 실권을 경험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덴마크 등에서 최근 다시 집권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래서 현재는 조금씩 힘을 추스르고 있는 회복기라고 볼 수 있다. 저는 조금 더 장기적 관점으로 이것을 바라보려 한다. 사민당의 역사는 150년이다. 지난 10년간 조금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150년에 비하면 10년은 짧다. 다가올 5~10년에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저절로 개선될 일은 없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젊은 층에서 조금 더 매력적인 당으로 보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당이 조금 더 투명해지도록 노력하고 있고 도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사람들을 찾아나서고 있다. 또 한시적이긴 하지만 당원이 되었다가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나가도 되는 그런 제도도 마련했다.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연속 워크샾을 통해 사민당의 정책에 대해 이해를 높이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워크샾에는 당원이 아닌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었다. 또 선거 중에는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워크샾을 시작한 지 2년이 되었다. 앞으로 더 개방적인 당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에버트재단에 대해 말하자면, 독일에는 6개의 정치 재단이 있다. 이 재단을 운영하는 데 드는 에산은 연방의회에서 나온다. 그리고 우리 재단을 비롯한 어떤 재단도 정당에 속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사민당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사민당에 속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민주의 아래에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사민당의 당수인 가브리엘이 우리에게 무엇을 지시하거나 할 수 없다. 저희 또한 명시적으로 그들을 지원하거나 선거 때 너무 티나게 그들을 지원할 수는 없다. 또 금전적으로는 둘 사이에 아무 거래도 없다.

 

모든 재단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 사회 안에 민주주의가 자리잡도록 기여하기 위해서 활동한다. 그래서 사회 안에 사민주의 담론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일을 한다. 또 정치인에 대한 교육도 담당한다. 한국과 브라질에 있는 사무소에 독일 정치인이 직접 찾아오고 교류를 할 수도 있다. 저희의 파트너가 사민당 뿐만은 아니다. 노조와 시민사회도 우리 파트너다. 사민당의 개혁만이 우리의 역할은 아니다. 우리는 오히려 사민당과는 거리를 두고 있고 독립적 관게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다만 우리는 이념적 틀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이 우리의 주된 연구 분야다. 정당의 개혁을 비롯한 구조적 개혁은 당이 해결해야 할 일이다.

 

질문4. 얼마 전 우리 국회에서 한중일투자협정이 비준이 되었고,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한중 에프티에이에 속도가 붙고 있다. 유럽의 통합 경험에 비추어 동아시아의 경제통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하다.

 

- 유럽연합과 동아시아의 경제통합을 비교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논외로 치더라도 한중일 사이에는 어떤 제도적 통합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면 유럽에서는 이미 많은 것이 진행돼왔다. 동북아시아 간의 경제통합과 자유무역협정을 가장 선진화된 통합을 이룬 유럽연합과 비교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특히 유럽연합에서는 경제통합이 통합의 핵심이었는데 이는 수십년간 성숙돼온 과정이 있었다. 또 유럽 국가들은 이미 성숙한 시장을 바탕으로 통합을 이루었다면 자유무역협정은 아직 미성숙한 단계의 통합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단계의 효율성에 있어서는 유럽의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한-중으로 시작해서 나중에 삼자로 확대하는 것, 이 과정에 있어서는 시사점이 있을 것이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사회적 면이 경제통합에 있어 항상 배제돼왔다. 하지만 이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임금의 문제, 노동권, 그리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 노조의 협상력이라든가 참여권 등은 분명히 고려되어야 할 문제다. 가령, 중국은 ILO에 발표에 따르면 인권과 노동권 등이 낙후돼있는데, 한중간 협상을 진행할 때 오히려 한국의 수준이 중국의 기준에 따라 떨어지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조금 더 긍정적인 면에 대해 말하자면, 저는 근본적으로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협상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 본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중국에는 말씀드렸던 여러 문제들이 있는데,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그것이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압력으로 작용해 중국의 인권이나 노동권이 신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현재 중국이 가진 최고의 경쟁력은 가격경쟁력인데, 협정이 체결되면 중국의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는 가격으로만 경쟁하지만 나중에는 질로 경쟁을 해야하는 공평한 경쟁 구조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무리 발언)

감사합니다. 저로서도 이곳에 오게 되어 기뻤다. 보여주신 관심에도 감사드린다. 여러분의 질문과 의견에서 저도 많은 것을 배웠다. 제가 여러분에게 현실적인 그림을 그려드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로서도 희망적 메시지를 안고 돌아간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 지금 개혁이 한창인 것 같다. 지난 대선을 통해 불거진 문제들을 진보정의당에서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아까 잠깐 들었는데 그런 문제들을 모두 극복해나가길 바라며, 또 다른 궁금한 점들은 언제든 사무실에 자료를 요청해주시기 바란다. 감사하다.■■

 

2013년 7월 3일

진보정의당 대변인실

참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