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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비상구

  • [11화] 비정규직 100% 공장과 불법파견
    이해하기 어려운 동희오토 하급심 판결... 대법원에 기대한다
 자료사진(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자료사진(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carlosaranda on Unsplash

대표적인 비정규직 100% 공장으로 알려진 동희오토의 불법파견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기아자동차의 위탁을 받아 모닝, 레이, 스토닉 등 완성차를 생산하는 동희오토 생산현장에는 정규직이 거의 없다.

대법원이 2010년 현대자동차 사건에서 불법파견으로 선언한 이후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이, 왼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조립'하는 식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재하여 근무하는 제조업 사내하청 공정에 대하여 대체적으로 불법파견이 인정되었다.

기업들은 불법파견의 징표를 없애기 위한 방편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담당공정을 분리하거나 2차 하청업체를 만들거나 생산현장을 100% 비정규직으로만 채우는 등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하는 부분이 원청이 관리하는 전 공정과 맞물려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통제하는 주체는 원청일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외형의 변경'을 통해 불법파견의 책임을 피하려고 하지만, 노동자들은 외양의 변경에 감추어진 본질을 드러내어 원청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곳곳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위아 평택공장 불법파견 사건도 그 중 하나다. 현대위아 평택 1, 2공장에서 사내협력업체 소속으로 엔진조립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현대위아 주식회사를 상대로 근로자파견을 이유로 근로관계확인 내지 고용의무이행을 구했다(대법원 2021. 7. 8. 선고 2018다243935, 243942 판결).

이 사건에서 피고 현대위아 주식회사는 '사내협력업체들이 현대위아 평택 1공장에서 담당하는 엔진조립업무는 정규직이 담당하는 엔진가공업무와 연동이 극히 적고, 특히 제2공장의 경우에는 정규직이 담당하는 공정 자체가 없고 오로지 사내하청만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할 가능성 조차 없다'고 주장하였다. 현대위아 사건은 생산현장에서 혼재근무가 없는 비정규직 100% 공장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사례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작업표준서나 중점관리표, 작업공정 모니터(1공장), 부품조견표(2공장)에 따라 조립공정에 투입할 부품 및 조립방법을 정하게 되고, 그에 따라 해당 조립업무를 수행한다. 작업공정 모니터, 부품조견표는 구체적 사양에 따라 어떠한 부품을 조립하여야 할지 결정하게 되는 근거이고, 작업표준서, 중점관리표는 결정된 부품을 조립하는 방법을 기재한 것이다"라고 하여 컨베이어 자동생산체계 하에서 원청이 정한 작업표준서 등을 주요한 작업지시 수단으로 보았다.

또한 "이 사건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담당한 엔진조립 업무는 피고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이며 피고가 정한 생산계획 등에 따라 일일작업량이 실질적으로 정하여져 있으므로 이 사건 사내협력업체가 이를 무시한 채 자체적으로 생산계획을 조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고,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가 계획한 전체 엔진생산 일정 등에 연동하여 작업이 진행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하여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원청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청의 지휘·통제와 사업편입을 판단함에 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생산현장에 혼재되어 근무하는지 여부는 주요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2024년 현대모비스 CKD(Complete Knock Down) 품질관리업무를 수행한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불법파견사건(대법원 2024. 6. 17. 선고 2021다226558 판결)에서도 "비록 원고들은 피고의 포장협력사들의 공장 내에서 근무하여 피고의 근로자들과 상시적으로 함께 근무하지는 않았지만..."이라고 하여 사업수행의 실질에 입각하여 불법파견을 인정하였다.

현대위아 평택공장과 현대모비스 사건의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볼 때 동희오토 사건 하급심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다. 동희오토 하급심 판결(대전고등법원 2024. 6. 27. 선고 2024나10691 판결)은 원청이 제공하는 업무매뉴얼에 대하여 "업무 관련 매뉴얼은 업무 범위와 내용 등 계약 목적을 구체화하거나 품질 담보를 위한 도급목적의 지시 또는 정보의 제공, 업무수행 여부의 확인 수단에 불과할 뿐,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의 징표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이는 원청의 생산방식과 하청노동자의 작업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자동차 생산과 같은 연속흐름 생산공정에서는 전·후 공정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일정한 작업속도로 계속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대법원은 현대차, 기아차, 지엠대우 등 여러 완성차 불법파견 사건에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도급인이 미리 작성하여 교부한 각종 작업지시서, 단위작업서, 조립사양서, 포장작업사양서 등에 의하여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한 경우 도급인의 사용사업주로서의 지휘·명령이 있다고 보았다.

이외에도 동희오토 하급심은 "(원청이) 운영계획을 수립하여 각 사내협력업체에게 교부하는 것만으로는, 피고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인 원고들에게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휘·명령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동희오토가 매월 각 사내하청업체에 보내는 운영계획서에는 시간당 생산량(UPH), 가동률, 근무형태, 내수 및 수출용 차량 생산량, 변속기 사양[AT(자동), MT(수동)]별 생산량, 공장 가동일과 휴무일, 특근(휴일근무, 야간근무)을 할 날짜 및 특근시간, 근무일 변경사항(특정 근무일에 휴무하고, 대신 특정 휴무일에 근무토록 하는 것)이 정해져 있었다. 이는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로서 '전체 생산일정과의 연동'이 있으면 도급인 사업에의 편입을 인정된다는 현대위아 평택공장의 대법원 판례와 배치된다.

사실상 동일한 사안과 쟁점에 대하여 전혀 다른 법원의 판단을 접했을 때 적지 않게 당혹스럽다. 동희오토에 대한 하급심 판결이 그렇다.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배치되는 하급심 판결을 대법원에서 조속히 바로잡기를 기대한다.

* 위 기고문은 오마이뉴스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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