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통상적이고 적법한” 합병이었다는 법원, 자본시장 공정성 심각하게 훼손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을 통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하여 항소심 법원이 2월 4일 무죄를 선고하였다. ‘두 회사의 합병 과정은 통상적이고 적법했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에 대한 재산상 손해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은 자본시장 공정성을 심각하게 교란하고 기업의 불법적 행위를 조장하는 판결이다. 정의당은 재벌·대기업에 대한 ‘봐주기 판결’에서 한발 더 나아간 이번 무죄 판결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2016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참여연대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 5천억원 회계부정 혐의를 제기했고, 그 결과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위원회가 검찰 고발 조치를 취했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가 이를 도와줬다는 증언이 나왔고, 결국 이재용 회장은 구속되었다. 당시 박근혜 정부를 탄핵한 촛불시민들이 함께 만든 성과였다.
이어 2019년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작성한 회계보고서를 공개하며, 3조원짜리 유령사업과 증권사 평가액 왜곡편취, 콜옵션 부채 미반영 등을 밝혀냈다. 이 자료들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잘못된 평가방식임을 알면서도, 앞장서서 진행했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이미 대법원은 승계 과정의 핵심인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이재용의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현안으로 보아 이재용에게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또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박한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직권남용죄, 그로 인하여 국민연금에 1,388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는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바 있다.
항소심 법원은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만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된 합병 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지배권 승계작업의 핵심이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었고, 해당 사건 관련자들의 범죄가 모두 인정되었음에도 자의적으로 중요성 여부를 저울질하여 본질을 외면하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미 대법원은 삼성물산 주가를 낮게 잡은 합병비율로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손해를 보았다고 판시한 바 있고, 해외 사모펀드들에도 국민 세금으로 피해를 배상하라는 결정이 나온 상황이다. 그럼에도 2심 법원은 분식회계, 합병비율로 인하여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보았다. 이번 판결을 보고 어떤 투자자가 이런 기업들에 투자를 결정할 수 있을까.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 사건은 국민 노후와 직결된 국민연금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승계작업 및 기업 지배권 강화를 시도한 중대한 사건이다. 이번 무죄 판결은 경제·사법정의를 무너뜨리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판결이다. 상고심에서라도 꼭 정당한 판결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2025년 2월 4일
정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