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론화위 결정 무시한 윤석열 정부의 불통 연금개혁안,
세대 갈등 조장과 노인 빈곤 양산이 목적인가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안이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정부안에는 국민연금에 2개의 새로운 장치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는 청년층과 중장년층 등 세대별로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속도를 차등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기금 고갈 방지를 위해 인구 변동 및 경제상황에 따라 납부액, 수급액, 수급개시연령 등을 조정하는 재정자동안정화장치 도입이다.
듣도 보도 못한 안이고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제도이다. 그동안의 숱한 논의 과정에서 정부는 이러한 개혁안을 꺼내놓은 적이 없다. 지난 21대 국회에 설치되었던 국회연금개혁특위와 전문가들이 참여한 민간자문위원회 논의, 이후 올해 4~5월에 걸친 시민공론화위원회에서 논의된 적 없는 세대별 보험료 차등 적용과 자동안정화장치가 도대체 어떤 과정에서 나온 것인지 정부는 밝혀야 한다. 애초 설계했으면서 꽁꽁 숨겨 놨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대국민 검증을 회피하겠다는 것이고, 만약 시민공론화위원회 과정 이후에 갑자기 추진된 것이라면 졸속 정책이다.
특히 500명이 모인 시민공론화위원회에서 다수가 결정한 것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연금보험료를 13%로 인상하되 안정된 노후보장을 위해 급여 보장성도 50%로 높이는 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시민공론화위원회 결정을 완전히 무시하더니 듣도 보도 못한 안을 개혁안으로 들고 나올 참이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불통 정부의 모습을 또다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대별 보험료 차등 적용은 청년과 중장년층의 갈등만 조장할 수 있다. 중장년층 내에서도 비정규직, 실업자, 영세자영업자가 많고, 수급개시 연령과 정년 불일치 문제로 소득이 단절되는 구간이 있다. 이를 해결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청년층과 중장년층을 갈라치기해 서로에게 불안을 떠넘길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자동안정화장치 도입도 문제이다. 지금도 용돈 수준인 연금을 올려 안정적으로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안정화장치로 급여 수준을 더 낮게 만들고, 들쑥날쑥한 급여 계산으로 안그래도 불안한 노후를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 공적연금(국민연금+기초연금) 평균소득자의 소득대체율은 31.2%인데 OECD 회원국 평균은 50.7%이다. OECD 3분의 2 수준에 불과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심각한 노인빈곤율을 그나마 완화시킬 수 있다.
통계청 사회조사(2023)에 따르면, 국민들의 주된 노후준비방법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67.2%(국민연금 59.1, 직역연금 8.1%)를 차지하고 있다. 사적연금은 5.4%일 뿐이다. 국민 대다수가 자신의 노후를 국민연금에 기대고 있기에 국민연금이 튼튼해야 노인이 되어서도 안정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정부의 연금안은 결국 국민연금을 푼돈 수준으로 만들어 대다수의 국민들을 노후빈곤으로 내몰 수 있다. 결국 돈이 있는 사람은 사적연금을 추가로 가입하고, 사적연금에 가입할 여력이 없는 사람은 더 빈곤해지는 악순환에 내몰릴 수 있다. 정부의 연금안이 지속가능성을 핑계로 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이 아닌지 의심스럽기조차 하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한국 공적연금 총지출은 2050년에도 10.3%로 추계돼 OECD 31개국 평균(10.2%)이나 EU 27개국 평균(12.3%)과 비교해봐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기금고갈이 문제라지만 이는 연금 지출을 보험료로만 채우려고 하니 발생한다. 보험료 부과 기준을 넓히고 여타 사회보험처럼 국민연금에도 보험료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이 대폭 투입되어야 한다. 국민 전체를 위한 노후보장에 국가 세금이 들어가는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 영세한 자영업자 등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도 사회안전망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사회보험료 지원을 확대하고, 보험료율의 노사분담도 OECD 평균이 (노)35:(사)65임을 고려할 때 50:50이 아니라 사측이 더 많이 부담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관건은 국민연금제도의 본래 목적이 무엇이냐이다. 전국민 노후보장제도로서 국민연금을 튼튼히 할 수 있는 방안은 여러가지다. 세대별 보험료 차등적용, 자동안정화장치라는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안으로 세대별 갈등과 불안정한 노후만 조장하지 말고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수 있도록 국민연금을 튼튼히 하고 청년과 중장년 모두가 어우러지는 연금개혁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2024. 8. 28
정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