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노회찬 대표 6주기 추모 심포지엄 대표 인사말
[민주주의와 노회찬은 닮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의당 대표 권영국입니다.
 
노회찬 대표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6년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참 속절없이 흐릅니다.
 
노회찬 대표를 생각하면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파업 현장이 떠오릅니다. 제가 민변 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현장에 연대하러 갔을 때 그는 초선 국회의원으로 현장에 왔습니다. 꾸미지 않은 모습에 캐주얼한 신발을 신고 나타난 그는 행사가 다 끝날 때까지 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가 살아온 헌신적인 수십 년의 삶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장면이 유독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은 것은 ‘어려운 사람들의 곁에 머문다’라는 진보정치의 본령이 그 장면에 녹아 있기 때문일 겁니다.
 
노회찬 대표가 세상을 떠나고 많은 곳에서 그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냈습니다. 노동단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여성단체, 장애인단체, 자영업자단체, 성소수자단체, 평화단체 등 각자의 자리에서 싸우고 있는 단체들이 ‘노회찬은 우리와 함께 싸웠던 사람’이라고 그를 기억했습니다. 그는 그렇게나 다양하고 많은 어려운 사람들의 곁에 머무른 사람이었습니다.
 
민주주의는 어느 순간에 고정된 이념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발전하며 생동하는 이념입니다. 민주주의자 노회찬은 그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도적 민주화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이 나라의 주인이지만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그들과 함께했습니다. 그들의 곁에 있음으로써 사회가 그들을 발견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전경로라고 여겼습니다.
 
노회찬의 이름으로 민주주의의 질적 전환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래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가 평생을 힘써온 민주주의 혁신과 경제민주화는 물론이고, 그가 떠난 뒤에 본격적으로 의제화된 기후위기라는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주의가 끊임없이 발전하며 생동하는 이념이듯 노회찬이라는 정치인도 끊임없이 발전하며 생동하는 인간이었습니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는 매년 9월 기후정의행진 때마다 맨 앞자리에 있었을 것입니다.
 
언젠가 노회찬이라는 거대한 정치인이 서 있었던 그 무거운 자리에 이제 제가 서 있습니다.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라던 유지를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건만, 죄송스럽게도 지금 당의 상황은 많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겠습니다. 약 20년 전 당신이 제게 보여준 진보정치의 본령을 가슴에 새기고 앞으로, 그리고 어려운 사람들의 곁으로 나아가겠습니다.
 
2024년 7월 10일
권영국 정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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