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권영국 대표, 6.10 민주항쟁 37주년 메세지(서면)
오늘은 6·10 민주항쟁 37주년입니다.
37년 전 오늘, 전국 곳곳에서 시민과 노동자들의 성난 함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호헌철폐 독재타도”, “직선제 개헌 요구”를 뜨겁게 외친 1987년 6월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6·10 민주항쟁은 전두환 군사정권의 장기집권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펼쳐진 반정부 시위였습니다. 시민과 노동자들의 민주화를 향한 열망이 한 달 동안 거리를 채운 결과 우리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루어냈고, 우리의 손으로 제6공화국의 막을 올렸습니다. 헌법을 제정할 권력을 가진 주체이자 주권자로서 대한민국 국민이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민주화에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삼권분립이라는 헌정질서와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으니 마침내 헌법과 국민의 의사가 권력을 통제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마주한 현실은 시민들의 믿음과 달랐습니다. 헌법이 부여한 권력을 몇몇 참모들과 대통령의 사적 관계들이 좌지우지했고, 국가의 공적 시스템은 처참하게 붕괴되었습니다.
시민과 노동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습니다.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주말마다 전국 거리에 피어오른 촛불이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을 탄핵하라고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압박했습니다. 그 결과 1987년 6월 그때처럼 우리는 주권자로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해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을 끌어 내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탄핵이라는 제도적 제약도 확인했습니다. 연인원 1,600만 명이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5%까지 곤두박질쳐도 대통령은 자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연일 정쟁을 일삼는 국회와 선출되지 않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9인에게만 대통령의 권력 행사를 제한할 권한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탄핵 제도는 국민의 주권 행사에 있어 상당한 제약이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윤석열 정권 하에서 우리는 또다시 불의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재난을 예방하지 못하고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며 구조 지휘에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동안 159명의 꽃다운 생명이 스러졌지만 우리는 재난과 안전을 총괄하는 행정 책임자조차 헌재의 탄핵심판 청구 기각으로 인해 제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어떻습니까.
일본의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부정해가며 제3자 변제를 강행했고,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해서도 밥 먹듯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사법권과 입법권이 함께 부정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친인척의 범죄 혐의를 밝히겠다는 특검도 거부합니다.
측근 사단장을 보호하겠다고 해병대 장병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도 외압을 행사합니다. 정권 지지율을 높이려고 노동조합을 폭력집단으로 몰아가며, 남북간 평화를 지킬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군사합의도 하루 아침에 무효화하고 있습니다. 정권 비판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방송장악을 시도하고 징계와 압수수색을 남발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은 분노하거나 절망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제도적으로 제한할 방법이 없습니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그 권력을 남용하고 악용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주권자인 국민이 그 권력을 제한하거나 환수할 수 있는 절차를 고민해야 합니다. 제6공화국으로 쟁취한 대통령제에 제왕적 권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음을 확인한 지금, 국민이 주권자로서 지위를 회복하기 위한 헌법 개정을 논의하는 것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6·10 민주항쟁 37주년을 맞이하여 군사독재에 맞서 당당하게 민주화를 쟁취한 과거를 기억하고 기념합니다. 하지만 단지 기념에 그친다면 6월 정신을 충분히 계승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대통령의 무도한 통치에 마침표를 찍고, 민주주의를 올바르게 구현하기 위한 헌법과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논의하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6월 정신의 계승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2024년 6월 10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