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4년 6월 6일 (목) 13:00
장소 : 공공운수노동조합
3주년이면 이제 두 발로 굳건히 설 수 있는 시간입니다.
3년 전 대림동 철도회관, 공공운수노조 5층 회의실에서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과 함께 전국물류센터지부와 쿠팡물류센터지회 노조 출범대회를 가졌습니다. 벌써 3년입니다.
당시 여러 분들이 쿠팡 사업장에 설립한 노조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질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워낙 뜨거운 열기로 출범대회를 시작했기 때문에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내심 확신했습니다.
조합원 규모는 적지만 교섭대표노조도 되었습니다(사실은 복수노조가 없기 때문에).
그런데 여전히 어려움이 많이 있죠. 3주년을 돌아보면서 제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물류센터에 직접 에어컨을 설치하겠다며 에어컨을 수레에 싣고 3박 4일 도보행진을 했던 일이었습니다.
(고용구조상) 조합원이 쉽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처음부터 예상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성과를 내기도 했죠. (하루 파업이지만) 폭염대책 세우라고 파업까지 했습니다. 이 작은 노조가 파업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회사로서도 감당하기 곤란한 일들을 겪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쿠팡 블랙리스트 폭로 사건으로 쿠팡을 궁지에 몰아넣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쿠팡은 만만치 않습니다. 오히려 고소고발로 역공격을 하고 수사 과정은 유야무야되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합니다.
그 과정에서 산재 유가족분들의 아픔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 행사장에 칠곡물류센터에서 과로사한 고 장덕준님의 부모님들이 함께 하고 계신데, 과로사의 책임을 묻기 위한 민사손배 소송 과정에서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법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쿠팡 측 주장들이 너무나 터무니없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유족들을 고려하지 않는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쿠팡물류센터에서 노조를 시작할 때부터 우리는 어려울 것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일용직과 계약직을 기본적인 근로형태로 취하고 있는 불안정한 고용구조 때문에 노동조합이 과연 정말 제대로 성장하고, 노사 대등한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3년이 지나는 과정에서 쿠팡 대책위원회와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분들이 지원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 홀로서기가 어려울 때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도 정의당 대표로서 결의를 단단히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쿠팡이 갖고 있는 야간노동의 문제, 장시간 노동의 문제, 불안정 고용구조의 문제, 그리고 비인간적인 작업환경의 문제... 이런 하나하나 문제를 치열하게 제기하며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3년 전에 전국물류센터지부 그리고 쿠팡물류센터지회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싸울 수 있었던 것이고 앞으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노동조합 활동을 위해 헌신해왔던 지회 조합원들, 물류센터지부 동지들에게 그리고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팀에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3년 후에는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3년 후에는 노조에서 파업을 하면 물류센터가 멈출 수 있도록 해야 되겠죠? 야간노동 없앨 수 있도록 해야 되겠죠? 그 선봉에 쿠팡의 노동조합과 쿠팡 대책위가 서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플랫폼 노동과 같은 불안전 고용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쿠팡에서의 싸움은 매우 중요하고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 싸움에 정의당은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전국물류센터지부 출범 3주년을 축하드립니다.
3년 후에는 정말 쿠팡과 대등한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모든 물류센터에 냉방기가 설치되어 있는 그런 작업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3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공공운수노조 2층 회의실에서
권영국 정의당 대표
2024년 6월 6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