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 52시간제 해제하는 잠수함패치 ‘공용컴퓨터
- 류호정 의원, “잘못된 관행 개선한 펄어비스의 노력에는 감사”
- PC-off 시스템 우회해 ‘공용컴퓨터’로 일하게 해, 전형적인 공짜야근
- 의원실에 보고해 놓고 꼼수 부린 것, 나은 환경 기대한 직원들에 대한 기만
- 펄어비스 허진영 대표, “개선하지 못한 부분 송구”
* 화면자료는 PDF 파일로 첨부해 두었습니다.
오늘(10일)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펄어비스 허진영 대표를 상대로 사내에 횡행하는 ‘공짜야근 꼼수’를 지적했다. 류 의원은 이를 가리켜 ‘잠수함패치(온라인 게임 용어: 게임 이용자에게 별도의 공지 없이 하는 패치)에 빗댔다. 1주일 최대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상 ’주52시간제‘를 몰래 해제한다는 뜻이다.
앞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이상헌)는 여야 교섭단체 합의로 민간 게임 개발사 펄어비스의 허진영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류 의원의 증인 신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류호정 의원과 펄어비스의 인연은 꽤 오래됐다. 게임 개발 및 배급사 스마일게이트의 노동자 출신인 류 의원은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시절이었던 2020년 3월, 펄어비스의 ’당일 해고‘ 등 부조리한 관행을 고발했다. 게임업계 노동자들의 제보에 따른 것이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펄어비스의 근로감독을 통해 임금체불과 직장내갑질, 장시간 노동 등을 추가로 밝혀냈다. 류호정 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에는 근본적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임금체불금지법‘과 ’부당권고사직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결국 펄어비스는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수용하고 노동 환경 개선에 나섰다.
펄어비스가 류호정 의원실에 제출한 <류호정 의원 지적에 따른 펄어비스 노동 환경 개선 노력 보고>에는 피해 노동자들의 제보와 근로감독을 통해 드러난 잘못된 관행을 개선한 결과가 담겨있다. 류 의원도 이날 국정감사에서 “(잘못된 관행의)시정을 위해 노력했던 펄어비스에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류호정 의원은 사내 노동자들의 추가 제보를 근거로 시정 조치를 우회하거나, 무력화하는 꼼수가 횡행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바로 ’공용컴퓨터‘ 꼼수다.
류 의원은 “초과 근무를 없애겠다고 PC-off(업무 시간이 아닐 때 자동으로 PC가 종료되도록 하는 시스템) 제도를 운용하니까, 근무 시간 외에는 서브컴퓨터나 공용컴퓨터를 사용해 일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게 단순 초과 근무보다 더 나쁜 이유는 근무 시간이 기록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소위 ’공짜야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또 류 의원은 “의원실에 보고할 때는 ’장시간 노동, 공짜 노동, 만성적 야근: 개선 완료‘라고 보고해 놓고 뒤에서 꼼수를 부린 것”이라며, “노동 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던 직원들에 대한 기만”이라 비판했다.
허진영 펄버비스 대표는 “제보를 통해 그런 관행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문제를 다 개선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송구하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어 류호정 의원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게임 업계 노동자들과의 만남을 요청했다. 류 의원은 “장관들이 기업 대표들은 자주 만나는데, 이렇게 일하는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 많다”며 “’오징어잡이배‘라 불릴 만큼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게임업계 노동자와 만나셔야 한다”고 말했다.
유인촌 장관은 “게임은 수출 산업의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효자 종목”이라 운을 뗐다. 유 장관은 “’주52시간제‘를 지키려면 업계가 인력을 충원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기존의 방식을 계속 고수하면서 생기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바뀐 환경에 맞게 개선해 보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