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4당(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 공동결의문
병립형 환원은 촛불 시민에 대한 배신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라!
선거제도 개혁이 또다시 퇴행으로 귀결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미 정개특위 문은 닫은 채 이른바 ‘2+2 밀실협상’에 돌입할 때부터 우려되던 예감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이 소선거구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내용으로 한 선거제도 개혁안 합의와 21일 본회의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권역별’만 빼면 촛불 이전의 선거제도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퇴행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은 정치를 바꾸라는 촛불시민의 정치개혁 열망을 반영한 것이다. 연동률이 50%밖에 안 되고 비례의석 47석 가운데 30석에만 적용되는 한계는 있었지만, 대량의 사표를 양산하는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개혁해 국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의사를 의석배분에 반영하기 위해 도입됐던 것이다.
그런데 불과 4년만에 다시 병립형 선거제도로 환원하는 것이 어떻게 선거제도 개혁이고 정치개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정개특위가 실시한 국민공론조사와 전문가조사 결과에서 밝혀졌듯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더 강화하는 것이 선거제도 개혁의 정도 아닌가.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선거제도 개혁 의지를 찾아보기 어려워진 민주당의 태도다. 지난 시기 민주당은 수없이 정치개혁 의지를 밝혀왔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제3의 선택이 가능한 다당제, 선거제도 개혁, 정치교체를 확실하게 해내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다당제 연합정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강화 등을 담은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밝힌 바 있다. 이런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과 거리가 먼 병립형 환원에 합의하는 것은 결국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를 고집해온 국민의힘의 당론에 굴복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병립형 환원을 빼면 남은 것은 비례대표 명부 작성과 선출 단위를 전국단위에서 권역으로 나누는 것밖에 없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거대양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대단한 개혁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47석을 몇 개 권역으로 나누는 것은 소수정당의 원내진입장벽을 높이는 것 외에 어떠한 효과도 거두기 어렵다. 지역주의 해소 효과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결합했을 때보다 낮다. 거대양당만의 의석 독식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다당제 민주주의 실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
이에 우리는 촛불 이전의 선거제도로 돌아가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환원에 반대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화하고 선거제도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개선해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한국 정치를 타협과 양보가 가능한 다당제 연합정치로 바꾸기 위해 공동 대응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거대양당의 밀실담합에 의한 선거제도 퇴행에 반대하며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비교섭단체와 원외정당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공동 대응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함께했던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굴복해 선거제 퇴행에 끝내 합의한다면 이를 촛불정치개혁에 대한 배신으로 보고 정치개혁을 열망하는 시민사회와 함께 강력히 대응할 것을 결의한다.
2023. 9. 13.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