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류호정 의원 개발도상국 산림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및 탄소축적 중지 지원법 반대토론문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님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정의당 국회의원 류호정입니다. 정의당은 ‘개발도상국 산림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및 탄소 축적 증진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반대합니다. 법안 한 줄 요약 먼저 하겠습니다. 본 법안은 대한민국에서도, 상대 국가에서도 기후정의 실현을 방해하는 법안입니다.
본 법안은 산림청이 레드플러스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또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라 설명합니다.
레드플러스는 개발도상국의 탄소배출 감축에 산림 탄소 축적 보존,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 조림과 산림 복원을 통한 산림 탄소 축적 증진의 의미를 더한 개념입니다. 한 마디로, 개발도상국의 산림 전용과 산림 황폐화의 유혹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내자는 것입니다.
개발도상국이 자국에서 레드플러스를 통해 산림 파괴를 막아 온실가스 감축 결과를 인정받으면 보상금을 받거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편,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서 레드플러스를 이행해 얻은 결과물을 직접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활용하지는 못하지만,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감축 실적을 탄소배출권의 형태로 거래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3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총 4곳에서 시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배출권거래제도를 통해 선진국들의 개발도상국 보전 활동 지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선진국들의 탄소 배출 책임에 대한 면죄부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에 선진국 자본이 투입됨에 따라 숲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개발도상국 지역주민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비판 역시 거셉니다.
산림청은 캄보디아에서 진행한 레드플러스 시범사업이 온실가스 65만 톤을 감축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지 위성사진을 분석한 캄보디아와 국내 환경단체는 오히려 매년 약 3,500ha의 산림이 유실되었다 밝히고 있습니다. 레드플러스 사업을 시작한 후 37% 이상의 산림이 파괴됐습니다. 여의도 면적의 24배에 달하는 숲이 사라진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삼림 탄소 축적 증진과 탄소배출 감축을 바란다면 레드플러스가 아닌 다른 방식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나 본 법안은 주요 제안이유에서 앞서 언급한 캄보디아 레드플러스 시범사업을 성공적이라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본 법안이 통과되면, 레드플러스 사업의 문제점은 더욱 확산할 것입니다. 개발도상국의 환경파괴와 지역주민들의 생존권 문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 후퇴 등 기후 부정의를 일으키는 일들은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장님, 그리고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숲이 파괴되는데 탄소배출권은 고스란히 인증받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문제투성이인 레드플러스 사업은 단순한 개선이 아니라, 전면 재검토해야 할 사업입니다. 그러나 산림청은 위성 자료 및 항공사진 분석, 여러 차례 현지답사 및 관계자 인터뷰 등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밝혀낸 심각한 산림 파괴와 부실한 관리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본 법안 통과로 “국제사회에서 레드플러스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근거없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본 법안은 국제사회에서 ‘레드플러스 선도국가’가 아니라 ‘레드플러스 불량국가’, ‘산림파괴 선도국가’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 자명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법안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이 실패를 거듭하며 급기야 최후의 방어선처럼 간주한 ‘1.5°C 가드레일’조차 이제는 지키기 어려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제 기후 붕괴가 사회 붕괴로 이어지는 ‘기후 엔드게임’마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기후와 생태 위기 대처를 위한 더 나은 해법을 찾기 위해 우리가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본 법안은 대한민국에서도, 상대 국가에서도 기후정의 실현을 방해하는 법안입니다. 정의당은 본 법안에 찬성할 수 없습니다. 함께 반대해 주십시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년 7월 27일
정의당 원내공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