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류호정 의원, 벤처기업법 개정안 반대토론문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김영주 국회부의장님과 선배·동료 의원님 여러분, 정의당 류호정입니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반대합니다. 입법자 여러분께 반대 표결을 부탁드립니다.
본 법안은 이른바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안입니다. ‘복수의결권’이라고도 부릅니다.
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주당 최대 10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됩니다. 국민투표 시에 10표를 행사할 수 있는 시민권을 국가가 발행할 수 있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언뜻 보아도 납득할 수 없는 이 제도를 찬성하는 측은 비상장 벤처기업을 창업한 경영자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동시에 반대하는 측은 ‘상장기업과 대기업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팽팽히 맞선 대립은 충분히 중재되지 않았습니다.
본 법안의 최초 발의는 3년 전입니다. 국회 전반기 산자중기위 위원이었던 저는 그때 처음 이 법안을 만났습니다.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관련 시민단체들, 스타트업계 기업인들과, 오늘 반대토론하신 의원님 등과 함께 법안 통과를 막아왔습니다.
참 많이 말했습니다. 수많은 소위와 상임위에서,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룸에서 법안 통과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업계의 이해관계자,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주로 듣고, 참고했습니다. 오늘은 좀 다른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여러분께 주권자인 시민의 이야기, 그중에서도 2030 청년 시민의 ‘시니컬한’ 반대를 전합니다.
청년들이 ‘주식’ 얘기를 하기 시작한 지는 꽤 됐습니다. 2020년 신규 개설 계좌 중 2030 세대의 것은 절반이 넘습니다. “소득과 저축으로 집은 못 산다.” 간명한 전제 하나가 이들을 ‘스마트 개미’로 만들었습니다. 그 개미들의 이야기입니다.
첫째, “공정하지 못합니다.”
같은 한 주인데, 다른 사람의 것은 10배의 의결권을 갖는다니, 못마땅합니다. 의결권 차등도 문제지만, 처음부터 일반 주주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주식을 만든다니, 참으로 공정하지 못합니다.
둘째, “현행법상 제도와 충돌하는 것 같은데요.”
한 예로, ‘주식매수청구권’이 있습니다. 기업의 인수합병 시에 발생하는 대주주와 개미주주의 불공정을 시정하기 위해 주주에게 부여한 권리입니다. 만약 경영자의 차등의결권을 보장해 주면, 개미들의 청구권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상식에 맞지 않는 제도는 기존의 제도들과 계속해서 부딪치게 될 겁니다.
셋째,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하려는 거 맞아요?”
차등의결권이 없어서 창업을 못 하고, 복수의결권이 없어서 대한민국에 유니콘 기업이 없는 것 맞습니까? 우리 벤처기업을 거대 신생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면,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같은 고질적인 문제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상장기업이나 대기업의 세습에 악용될 소지가 큰 복수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장기적 관점에서 벤처업계 발전을 저해합니다.
넷째, “이 모든 걸 감수하면 정말 창업주 경영권이 보호되기는 합니까?“
중소벤처기업부는 비상장 벤처기업 상장 시, 이전에 발행한 복수의결권 주식을 3년 내 보통주로 전환하도록 일몰조항을 마련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일몰기간인 3년 동안 준비를 '잘 하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의 소유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한 상황에서, 비상장 시절에도 투자를 받아야 했던 창업주가 상장 이후에 자금을 확보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이게 가능한 가치 있는 기업은 복수의결권 없이도 경영권을 방어합니다.
복수의결권의 일몰이 다가오면, 창업주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일몰기한을 연장하거나, 일몰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할 겁니다. 1주 1의결권의 상법상 대원칙의 예외를 허용한다면, 비벤처 상장기업에게도 복수의결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것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법안을 끝내 본회의에 상정했으니 통과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선배·동료 의원님 여러분, 이 법안은 제한 요건이 없으면 ‘상장기업과 대기업 세습’에 직행하고, 우려사항 때문에 지금처럼 제한 요건이 있으면 ’경영권 방어‘라는 본 목적을 이루지도 못하는 법안입니다. 오늘 통과되면 다음 국회에서 제한 요건을 없앨 차례만 남습니다. 실익은 없고 잠재적 해악은 지대한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부결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의 숙고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4월 27일
정의당 원내공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