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산업구조 전환’과 ‘재생에너지 확대’ 빠진 채 확정
국가 산업전략과 함께 기후위기 대응 모색해야
□ 지난달 21일 발표 후 환경·청년·시민단체가 “기후위기 대응 포기 계획”이라 비판하며 폐기를 요구했던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전략 및 기본계획」이 아무런 수정보완도 없이 오늘(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다.
□ 이 계획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기존 목표는 유지했지만, 가장 중요한 대책인 ‘산업구조 전환’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있어서는 심각할 정도로 후퇴하였다.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산업부문의 배출부담은 810만톤(3.1%포인트) 줄었고, 그 대신에 탄소포집 등 기술(CCUS)과 같이 아직 실현성이 확인되지 못한 대책을 제시한다.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은 그 비율을 30.2%에서 21.6%로 대폭 축소했다.
□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가 이대로는 2040년 안에 지구 온도 한계치인 1.5도 상승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즉각적이고 중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는데, 우리 정부는 그 심각성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긴급한 시기에 하필이며 이런 정부를 만난 것이 답답할 따름이다.
□ 온실가스 감축의 첫 번째 핵심은 산업구조 전환이다. 탄소기반 산업을 걷어내고 탈탄소기반 산업으로 전면 재구성되어야 한다. 탈탄소 산업과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며, 이는 결국 국가 차원의 산업전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넷제로산업지원법」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자국 산업 육성 전략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정확한 목표와 기준 없이 무조건 세금 깎아주겠다는 지원만 내세우고 있다. 이번 계획에 담긴 산업부문 온실가슴 감축 정책도 펀드, 보조, 융자 등 금융 지원 중심이다. 기후위기라는 국가 의제 앞에서 정부는 한 발 빼고 주변인으로 머무르고 있는 모양새다.
□ 온실가스 감축의 두 번째 핵심은 재생에너지 확대이다. 전력소비를 줄이는 노력을 동반해야 하지만, 전기차와 인공지능 등 사회의 발전 속에서 전력수요는 일정 수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탄소 발전에서 탈탄소 재생에너지 발전으로의 전환이 필수이다.
게다가 얼마 전 정부는 전국에 15개 산업단지 건설을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용인 산업단지도 포함된다. 산업단지에 필수적인 것이 전력이다.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더 이상 석유 기반 전력에 의존할 수는 없다.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RE100 달성과 불안한 세계 공급망으로부터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시설 인근의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태양광 및 풍력 기반 전략 생산은 OECD 꼴찌 수준이다. 최근 정부는 해상풍력 산업에 지급해오던 국산부품 인센티브마저 폐지한다고 발표하였다. 재생에너지 발전과 여기에 필요한 부품제조업 육성이 필요하다.
또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수요가 창출되도록 일반주택의 그린리모델링이나 1가구 1태양광 설치와 같은 에너지복지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 제조업과 전력 생산 대책을 중심에 놓고 산업전략으로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때만 실효성 있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계획’이 나올 수 있다. 일명 한국형 IRA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이다.
정부가 이번에 의결한 허울뿐인 계획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덮칠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 산업, 일자리, 삶에 밀착한 구체적 목표를 세우고 이를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의지가 필요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