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조준호 공동대표, 5/5 중앙선데이 “10년 같았던 1년 … 국민 눈높이 새로 보게 됐다”

“10년 같았던 1년 … 국민 눈높이 새로 보게 됐다”

‘머리끄덩이녀’ 사건 1년 … 조준호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인터뷰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 제321호 | 20130505 입력
조용철 기자
지난해 5월 12일. 조준호(55·사진)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에겐 잊혀지지 않는 날이다.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였을 때 당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당 중앙위에서 4월 총선 비례대표 경선부정사태에 대한 ‘혁신 결의안’을 상정하려다 박모(24·여)씨 등 당권파 당원들에게 머리채를 잡혔다. 전치 6주의 상해도 입었다. 진보정치의 부끄러운 실상은 중앙SUNDAY의 보도 사진으로 널리 알려졌고 ‘머리끄덩이녀’란 신조어까지 낳았다. 이후 조 대표를 비롯한 비당권파는 통합진보당에서 나와 진보정의당을 만들었다. 진보 세력의 분열과 대립은 12월 대선까지 이어졌다. 지난 2일 중앙SUNDAY 뉴스룸에서 조 대표를 만났다.

-이른바 ‘머리끄덩이녀’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그냥 ‘중앙위 사태’라고 표현하자. 그 일로 국민은 진보정치에 실망했고 진보 진영은 분열했다. 대단히 안타깝다. 그렇다고 거기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요즘 통합진보당 사람들을 마주치면 담담하게 인사한다. 각자 추스르고 자기 혁신을 해서 국민에게 검증 받는 단계다.”

-당시 사건으로 박모씨가 실형(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출소했다.
“당시 (박모씨를) 구속하는 게 옳지 않다고 (법원에) 이야기했다. 당에서 (사태를) 수습하게 놔뒀어야 했다. 경찰·검찰이 개입해 진보정당 운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시 여러 명이 머리채를 잡았다. 대표로서 당원들이 린치를 가하는 것 자체에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지난 일을 자꾸 들추는 건 적절치 않다.”

-이후 통진당은 분열됐고 지난 대선에서 별 역할을 못했다. 이정희 전 대선 후보는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는 말까지 들었다.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란 말은 과다한 얘기다. 다만 진보정치 진영이 1년 전 진상조사위 발표 당시 허물을 드러내고 낮은 자세로 새롭게 야권연대를 한 뒤 대선에 임했다면 야권 승리에 기여할 수 있었을 거다.”

-진보정의당은 계속 위기다. 강동원 의원이 탈당 의사를 밝혔는데.
“뼈아픈 일이다. 강 의원에게 ‘어렵더라도 함께 비를 맞자, 길을 개척해가자’고 했다. 하지만 강 의원은 ‘호남 지역구에서 진보정치를 하기 어렵다’고 했다. 어려운 길임은 틀림없다. 노동자·농민·서민을 위한 정치, 소외된 사람을 위한 정치는 필요한데 우리가 받는 지지는 약하다.”

-왜 호남에서 진보정당은 안 되는 건가.
“호남이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오병윤·김선동 의원에게 의석을 주긴 했지만 지난해 진상조사위 사태 후 관망하는 거 같다.”

-강 의원이 안철수 신당에 참여할까.
“속내를 다 알 순 없다. 강 의원이 내겐 ‘안철수씨와 연계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민주당이 다수인 호남에서 다른 정치 세력이 새 정치를 일구는 게 어렵고 오히려 무소속이 유리하다고 했다.”

-4·24 보궐선거로 진보정의당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도 안철수 의원에게 갔는데.
“연이어 아픈 일이 생겼다. 서울에 지역구를 일군 건 노회찬 대표가 최초였고 그것도 최다 득표였는데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노 대표에 대한 지지가 식었다고 보진 않는다. 노동·여성 운동을 해온 김지선 후보의 진면목을 알릴 기회가 적었다. 선거 구도 역시 새누리당과 안철수의 대결처럼 됐다.”

-안철수 의원이 결과적으로 진보정당의 입지를 줄인 셈인데.
“안철수 현상은 진보정당의 폭만 줄인 게 아니라 기성 정치판의 변화를 요구한다. 진보정치도 새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국민의 사랑을 받기 어렵다.”

-민주당을 어떻게 평가하나.
“제1야당인 만큼 민주당의 건강한 변화도 중요한데 기대에 못 미친다는 국민 정서가 존재한다.”

-진보정의당이 안 의원과 연대할 수도 있나.
“안 의원은 새 정치를 많이 이야기했는데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 새 정치를 하겠다는데 노원병에 온 건 아쉬웠다. 하지만 안 의원이 ‘새 정치는 서민을 위한 정치’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우리와 다르지 않다. 안 의원이 좋은 법안을 내고 우리 힘이 필요하다면 협력할 수 있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대가 가능할까.
“지금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실익이 없다. 모든 가능성이 있다. 함께할 수도, 독자적으로 갈 수도 있다.”

-진보세력은 다시 통합될까.
“쉬운 문제는 아니다. 끊임없이 혁신하고 차이가 많이 좁혀졌을 때 논의할 수 있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할 단계가 아니다.”

-기아차 노조,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데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어떻게 보나.
“경제민주화 정책을 지금 평가하는 건 섣부르다. 몇몇 정책을 시행한다고 해서 다수 국민이 체감하긴 쉽지 않다. 어떤 점에선 ‘쇼윈도 정책’이다. 경제민주화 밑그림을 포기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한다면 우리도 힘을 보태고 그렇지 않다면 견제할 거다.”

-1980, 90년대 민주·통일 운동을 하고 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회장을 지낸 조용술 목사가 부친인 게 진보정당 참여에 영향을 미쳤나.
“아버님의 영향을 안 받았다고 할 순 없다. 노동운동에 최선을 다했다. 정치권에 들어온 건 민주노총이 (정치 참여를) 결의했고 진보정치와 노동운동의 궤가 다르지 않아서다.”

-7월 재창당을 준비한다는데.
“진보정의당은 지난해 분당 이후 대선 직전 급히 창당했다. 차분하게 우리가 어떤 정당인지 밝히기 위해 7월에 재창당을 한다. 지역 시·도당을 더 만들 거다. 스웨덴·브라질·독일 등 여러 가지 정치 형태와 정당, 이념을 공부하고 있다. 바꿀 게 있으면 확 바꿔야 한다.”

-중도로 외연을 확장할 수도 있나.
“중도로의 변화란 시류에 편승하는 모호한 이야기다. 국민이 진정 요구하는 정치가 뭔지 확인해 가는 게 옳다.”

-유시민 전 대표가 당에서 발을 뺐는데.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을 접겠다고 한 것일 뿐 당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본인과 노회찬 대표는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나.
“민주노총 활동 등으로 (피선거권이 제한돼) 총선 때까지 피선거권이 없다가 이젠 복권됐다. 역할이 필요하다면 하겠다. 노회찬 대표는 내년 초 이후 (집행유예가) 풀린다. 현재는 제2 창당이 중요하다.”

-앞으로 진보의 길은.
“근래 1년간 많은 어른을 뵈었다. 백낙청 교수, 김상근 목사, 권영길 전 대표, 단병호 전 위원장과 ‘진보정치가 필요한가’를 상의했다. 대부분 ‘힘들겠지만 멈추지 말아달라’고 했다. 지난 1년이 10년 같았는데 스스로와 국민 눈높이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였다. 진보정치는 크든 작든 이 사회에 기여해왔는데 내부의 허물로 외면받는 건 우리 잘못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다. 진보정치가 활발해야 서민에 이익이 된다. 국민이 애정을 거두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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