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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정책논평/브리핑

  • ‘박근혜 정부 시즌2’로 전락한 윤석열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
    공공의 역할을 포기하고 투기를 조장하는 ‘묻지마 공급’ 중단하라?
‘박근혜 정부 시즌2’로 전락한 윤석열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
공공의 역할을 포기하고 투기를 조장하는 ‘묻지마 공급’ 중단하라 


민간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향후 5년간 27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대책이 발표되었다. 그동안 집값만 올렸던 ‘묻지마 공급’에 대한 성찰 없이 오히려 민간 개발을 확대하고, 집값 폭등의 진앙 역할을 해왔던 재건축 규제마저 대폭 풀겠다고 밝힘으로써 부동산 투기 공화국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속내를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집값 불안의 원인은 결코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다. 그동안 매년 수십만호의 주택이 공급되었고 3기 신도시까지 추진되어 주택보급률이 104.2%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무주택자는 920만 가구(43.7%)에 달하고 있다. 반면 다주택자 비중은 2014년 13.6%에서 2019년 15.9%로 매년 증가했다. 서울의 경우 주택보급률은 계속 올랐지만 정작 자가점유율은 계속 낮아졌다. ‘공급 만능론’을 빌미로 지어진 주택들이 투기 세력의 사재기 대상으로 전락했고, 집값 과열의 불쏘시개 역할만 수행해 왔음을 잘 보여준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발표는 2014년 ‘부동산 3법’을 통해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집값 폭등을 불러일으켰던 박근혜 정부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다. 용적률 증가, 종상향 등 인센티브로 얻게 되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은 필연적으로 투기 수요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재건축부담금을 완화하는 것은 ‘얼마든지 투기를 해도 좋다’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과 같다. 정부 발표대로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된다면 무분별한 재건축 추진이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강남 재건축 폭등 → 주변 시세 상승 → 서울 및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악순환을 다시 소환하는 셈이다.

도심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개발을 허용해 역세권 등지를 중심으로 용적률을 500% 이상으로 높여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은 서울 전역을 난개발과 투기판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 도심 한복판에 50층 아파트를 허용한다면 동간 거리가 좁아진 빽빽한 아파트 숲에서 주민들은 콘크리트 벽만 보며 살게 될 것이다. 가구 수가 대폭 늘어나면서 일조권, 소음, 사생활 침해 등의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교통, 학교, 병원,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 부족 문제도 뒤따르게 될 것이다. 이제는 일괄적으로 층수를 높이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없다. 균형 잡힌 고밀개발과 저밀개발을 병행하고 개발이익 환수 방안을 강화함으로써 도심 주택 공급이 주거 안정으로 이어지게 해야 할 때다.
     
오늘 정부의 공급 대책 발표에는 억지스럽게 반지하 대책도 담겼다. 반지하 대책의 핵심은 주거취약계층이 주거비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 우선공급을 현행 6천호에서 1만호로 늘린다는 것이 사실상 반지하 대책의 전부다. 반면 부동산 불로소득을 노린 이들의 이익을 보장하고, 주거 약자들은 입주를 꿈도 꿀 수 없는 비싼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 오늘 대책의 골자다, 오히려 반지하 문제 개선을 정면으로 가로막는 내용이다. 최소한의 상식이 있다면 서로 상반되는 내용을 같이 발표하지 않았어야 했다.

겨우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집값 시장을 자극하는 이번 공급 대책은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를 더욱 키우게 될 것이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주택 공급이 되려면 비싼 분양 주택이 아니라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제도를 이용한 저렴한 공공주택과 장기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이 비중이 전체 공급의 80% 이상은 되어야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방관 속에 제대로 걷히지 못하고 있는 재건축초과부담금을 강화하고,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높임으로써 재건축 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정답이다.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공급 대책을 철회하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을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

2022년 8월 16일

정의당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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