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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평]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한국의 성소수자는 국가 통계상 0

혐오와 차별의 문제해결 첫걸음은 가시화

아직 문재인 정부의 시간이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오늘 3. 31.은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International Transgender Day of Visibility), 자신답게 살아가는 모든 트랜스젠더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이들이 마주하는 차별의 현실을 알리는 날이다.

 

2000년 연예인 하리수의 출연과 지난해, 숙명여대에 입학하고도 스스로 입학을 포기해야했던 트랜스젠더, 성전환수술 후 강제전역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변희수 하사로 한국사회는 몇몇의 트랜스젠더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후 트랜스젠더라는 용어 자체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트랜스젠더를 실제로 마주한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트랜스젠더가 실제로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회 전반의 이해가 부족하다.

2017년 국제 설문조사 기관인 Ipsos(입소스)에서 실시한 트랜스젠더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의 70%가 트랜스젠더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거나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실태조사에서도 임금노동자 중 직장 상사 및 동료들에게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알린 사람은 19%에 불과했다.

이 말은,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는 일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20년 실시한 국가인권위의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트랜스젠더 591명 중 65.3%(384)가 지난 12개월(응답일 기준) 동안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표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심각성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왔는데, 그 중에서도 트랜스젠더는 특히나 혐오와 차별에 더 취약하다.

그 이유로는 고유한 문제들이 있는데 법적 성별 변경, 신분증에서의 성별표시, 의료적 트랜지션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트랜스젠더 정체성에 대한 비병리화, 성별이분법적 공간 이용 문제 등 독자적인 인권 의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트랜스젠더는 신분증에 표기된 성별과 외모 등이 일치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데, 실태조사 결과 이 같은 불일치로 인해 병원 등 의료기관 이용 포기(21.5%), 투표 참여 포기(10.5%), 보험 가입 포기(15.0%)나 은행 이용 및 상담 포기(14.3%) 등의 어려움을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트랜스젠더는 일상생활 전 영역에서 심각한 혐오와 차별을 겪고있지만 정부에서 실시하는 각종 실태조사에서는 성별 정체성에 대한 통계를 별도로 수집하지 않아,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집단은 정책 수립 대상에서 고려되지 않고 있었다. 통계상으로 성소수자는 없는 존재이다보니 인구의 몇%가 성소수자인지 알수가 없고, 얼마나 많은 성소수자들이 아웃팅에 노출되고 위험에 처하는지 알 수가 없다. 국가 통계상 한국의 성소수자는 0명이다.

 

이에 지난 27, 국가인권위는 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하여 중앙행정기관 및 통계작성지정기관의 국가승인통계조사와 각 기관의 실태조사에서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의 존재를 파악하여 정책 수립 등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국가 통계에 성소수자 항목 추가를 권고하였다.

인권위의 정책 권고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정책 대상으로 인정하고 이들의 존재와 실태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가 적극적으로 마련되길 기대한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가시화의 목적은 단지 이러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변화해야 하는 지점들을 드러내는 것에 있다.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한국 사회가 이 경험들을 무겁게 받아안고 모든 인간이 존엄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변화해 나가기를 바란다.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는 트랜스젠더의 가시화와 인식개선을 위한 활동은 물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아직 문재인 정부의 시간이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2022331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위원장 배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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