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김지선 후보, 4/10 프레시안 "안철수와 단일화 고려 안해…당당하게 승부할 것"

 

"안철수와 단일화 고려 안해…당당하게 승부할 것"

[인터뷰] 노원병 선거 나선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

노원은 서울 중에서도 지역 운동이 잘 자리잡은 곳으로 꼽힌다. 지하철 7호선 마들역에 위치한 '마들연구소'와 이미 문을 연 지 20년이 훌쩍 넘은 '마들주민회'가 그 중심이다. 인문학 강좌부터 독서모임 등 각종 소모임, 봉사활동까지 풀뿌리 주민자치 운동의 거점 역할을 해왔다.

'얼굴'은 물론 얼마 전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다. 그러나 동네 곳곳에서 살뜰히 지역 현안을 챙겨온 사람, 정치권 표현을 빌자면 충실히 '지역구 관리'를 해온 이는 따로 있다. 남편의 의원직 상실 후 열린 4.24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지선 후보다. 이미 이 지역에 출마한 다른 후보가 '지역 일꾼론'을 꺼내들었지만, 지난 8년간 노원 지역에서 의료 생협과 마들주민회를 이끌며 생활 정치를 해온 장본인인 셈이다.

그러나 출마 선언부터 논란이 거셌다. '지역구 세습', '대리 출마'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이런 평가는 거대 정당도 아닌 진보정당이기에 더욱 엄격했다. 출마 일성으로 "노회찬의 배우자가 아닌 김지선으로 출마한다"고 밝혔지만, 열여섯의 나이에 공장에 취직한 뒤 40년 동안 여성노동운동에 몸 담아온 김 후보에겐 이런 비판이 더욱 아플 수밖에 없다.

재보선을 보름여 앞둔 지난 8일, 서울 상계동의 선거사무소에서 김지선 후보를 만났다. 지역구 세습 논란에 대한 고민, '생활 정치인'에서 이제 여의도 입성을 기다리는 정치신인으로서의 포부, 안철수 후보(무소속)와의 야권 단일화를 둘러싼 고민 등을 들었다.

▲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정치인 노회찬'은 김 후보에게 든든한 '백'이자 동시에 넘어야 할 '벽'이다. "노회찬이란 남편을 둔 것은 김지선 후보의 이력 가운데 사이드 메뉴에 불과하다", "노 대표가 김지선 후보보다 먼저 한 것은 국회의원직 밖에 없다"는 심상정 공동대표의 말처럼, 김 후보는 노회찬·심상정 두 거물 정치인에게도 '노동운동 대선배'로 불리지만, 그가 남편에 이어 노원병에 출마한 이상 '노회찬의 아내'로 불릴 수밖에 없다. 김 후보도 이런 부담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노회찬 대표가 지역 주민과 쌓아온 신뢰를 자신의 것으로 견인하는 것이 시급한 숙제라고도 했다.

"많은 분들이 격려를 해주신다. 초기엔 사실 노회찬은 알고 김지선은 몰라서 애를 먹었다. '노회찬의 처'라고 알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처음에 저를 어떻게 알릴까 고민도 많이 했다. 지금은 많은 분들이 이제 '김지선'으로 알아보시는 것 같다. 선거가 가까워 오니 걱정도 많이 하신다. 많은 분들이 노회찬 대표가 의원직을 잃게 된 삼성 X파일 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이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 앞장서서 해결하라는 조언도 많이 하신다. 물론 민심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 (웃음)

솔직히 말하면 (노회찬 대표를 남편으로 둔 게) 강점이 더 많다. 다녀보니, 지역에서 열심히 진보정치 운동을 하면서 노회찬 씨가 서민의 편에 서서 발언하고, 손해가 가더라도 적극적으로 싸워온 것에 대한 신뢰가 있다. 국민들은, 어찌 보면 참 솔직하고 선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침은 물론 여러 번 있었지만 노회찬이 추구한 '서민을 위한 정치'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게 앞으로 저에게 투영이 될 것이다. 그게 투표로 이어질지는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고, 시간은 짧지만 주민들의 신뢰를 어떻게 제 것으로 만들어내느냐가 숙제일 것 같다."


"왜 김지선이어야 하냐고? 왜 김지선이면 안 되는가?"

보다 직접적인 질문을 던졌다. '왜 꼭 김지선이어야 하는가?'. 범야권 모두가 삼성 X파일 판결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검찰과 재벌 개혁 등 '노회찬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왜 꼭 그의 아내 김지선이어야만 하는가? 김 후보는 "그렇다면 왜 김지선이면 안 되느냐"고 반문했다.

"왜 김지선이면 안 되는가도 물어보고 싶다. 진보정의당으로선 옳은 일을 한 당 대표가 억울하게 의원직을 박탈 당했다. 주민들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이미 다 알고도 작년에 표를 주셨고, 당으로서도 이 판결의 부당함을 알려야 한다. 다른 당에서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물론 환영한다. 그래도 진보정의당 의원이, 당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했기 때문에 더 적극적인 소신을 가진 사람이 나서는 게 옳다고 본다.

개인적으론 진보정의당 당원 누구라도, 이곳에 출마해 삼성 X파일 판결을 알려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제가 계속 (후보직을) 고사했던 것도, 노 대표의 배우자이기 때문에 안 좋은 시선이 있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도 여성 운동을 한 사람이지만 세습 논란도 듣기 싫고…그래서 선거에 나서지 않으려고 끝까지 버텨보기도 했다.

그래도 결국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부당한 일을 당한 이가 부당함을 주장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제가 살아온 삶 역시 사회민주화와 노동자의 권익,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열아홉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해 왔다. 다만 앞장서서 나서지 않았을 뿐이다. 그걸 당에서 이미 알고 저를 선택했고, 저 역시 당원으로서 이 부당한 판결로 추락한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 결국 이젠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


'지역구 세습'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출마한 이상 세습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다만 세습 받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단 출마하면 당선이 보장되는 곳이라면 세습 얘기가 맞다. 노원이 우리 당의 소위 '표밭'이라서 후보만 내면 당선이 확실한 곳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런 조건이 아니지 않나. 세습이란 비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맞는 얘기는 아니다."

ⓒ프레시안(최형락)

발 묶인 노회찬 "선관위가 준 시간으로 짜파구리를…"

오랜 시간 지역 운동을 해온 '생활 정치인'이라지만, 선거라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더구나 이제 막 첫 발을 뗀 '정치 신인'인 그로서는 안철수 후보 등 이른바 거물급이 출마한 이번 선거가 더욱 힘든 과정일 수밖에 없다. '혈혈단신 무소속'이라고 하지만 불과 넉 달 전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후보나, 거대 여당의 공천을 받은 허준영 후보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다. 그러나 김 후보는 "안철수 후보나 저나 정치신인은 마찬가지"라고 못 박았다.

"사실 선거가 알고 보니 체력 싸움이었다.(웃음) 제가 지역 운동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 자체가 훈련인 것 같다. 그런데 저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저나 안철수, 허준영 후보 모두 초보끼리 겨루는 상황 아닌가? 오히려 저는 40여 년간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제가 해왔던 게 생활정치였고, 그 모든 과정이 정치 활동 아니겠나.

아쉬운 게 있다면, 노회찬 대표가 선거법에 발이 묶여서 저 혼자 뛰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 이후) 첫 날에 거리를 다니면서 함께 인사만 했다. 그런데 선관위가 바로 제재를 하더라. 지지해 달라거나 선거운동을 한 게 아니고 그냥 인사만 했는데, 그것도 선거법 위반이라고 한다. 우리끼리는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냐' 이런 농담도 한다. 사실 다른 후보는 배우자나 자녀들도 다 따로 움직이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저는 이 큰 지역에서 사실상 혼자 뛰고 있는 셈이다."


'발 묶인' 노회찬 대표의 근황을 물었다. "외조는 잘 하고 계시는지?"

"본인도 답답해 한다. 할 수 있는 건…빨래는 세탁기가 해주니까 돌리고 너는 정도고, 제가 가끔 쉬러 들어가면 라면도 끓여주고 한다. 문건 뽑아달라고 하면 뽑아주고…시중 드는 것은 하고 있다. (웃음) 한편으론 속상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속이 어떨까 싶기도 하고."

김 후보가 언급한 라면은 '표고버섯과 쇠고기를 넣은 특별 짜파구리'라고 한다. 9일 노 대표는 "선관위의 사려가 끝을 알기 어려울 만큼 깊다. 선관위의 배려로 만들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쓰기로 했다"며 김 후보에게 표고버섯을 넣은 '노회찬표 짜파구리'를 대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질 사람이 포기하는' 단일화, 옳지 못하다"

안철수 후보와 나란히 출마한 이상, 유권자들의 관심은 '야권 단일화'에 쏠린다. 사실 초반부터 '단일화 선 긋기'에 나선 것은 안철수 후보 쪽이었다. 그러나 2009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랬듯, 이번 선거에서 만일 야권이 패한다면 '야권 패배'의 화살은 후보직을 완주한 진보정당 후보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김 후보도 이런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는 "정치공학적인 단일화는 저 역시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단일화를 얘기하기엔) 이제까지 진보정당 후보들은 너무 많이 희생해왔다"고도 했다.

"안철수 후보가 출마 기자회견을 하면서 '공학적 단일화'는 분명히 없다고 하셨고, 그 뒤엔 민주당의 지지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 이동섭 후보의 지지는 환영한다고 했다. 그런 식의 단일화, '질 사람이 포기하는' 단일화라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단일화가 필요한 시기도 분명 있다.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것 때문에 진보정당은 수없이 많은 희생을 해왔다. 작다는 이유로 희생해 왔다. 그렇지만 민주주의 국가라면 작은 정당이라도 분명한 정책과 비전을 갖고 국민 앞에 심판받는 게 정당한 것이 아닌가. 게다가 이쪽 선거는 정당성도 있다. 노 대표가 억울하게 의원직을 상실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 선거란 정당성도 분명하다. 그런 공감대가 야권 후보들에게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오시지 않았나. (안철수 후보가) 이 지역이 놓인 정치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했다면 단일화 문제도 사전에 얘기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한 것은 아니지만, 정작 상대 쪽이 요지부동이다. 김 후보는 "안철수 후보로부터 어떤 제안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진보정의당 입장으로선 지지율이 낮은 후보에 대한 일종의 '무시의 전략'으로 읽힐 수 있는 상황. 김 후보도 "이제 더 이상 단일화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정치권에서 단일화를 논의할 때) 지지율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을 밀어줘야 한다는 그런 논리가 있지 않았나. 지금은 단일화에 대해 더 이상 고려하지 않는다.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기간도 있었는데 되지 않았고, 우리가 단일화에 목맬 시기도 아니라고 본다. 정정당당하게 나설 것이다. '공학적 단일화'는 안 된다고 하셨는데, 공학적 단일화를 반대하는 것은 저희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가 희생해야 하는 것은 단일화가 아니다."

그러나 4년 전 '노회찬의 고난'이 이번 선거에서도 되풀이 될 수 있다. 진보정당 후보가 선거를 완주하고 야권이 패할 경우, "노회찬 때문에 한명숙이 떨어졌다"는 2009년 서울시장 선거의 논리가 이번엔 김 후보를 옥죌 수도 있는 것이다. 진보정당으로선 후보직 완주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지만 동시에 '고난의 길'이기도 하다. 김 후보는 "민주주의는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작은 정당이 희생하라'는 논리라면, 이는 곧 국민들에게 진보정당의 의제를 선택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항상 지식층은 민주주의를 얘기하고, 거대 악을 이기기 위해 작은 악을 선택하자고 한다. 그런 시기도 때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이 과연 그럴 때냐고 묻고 싶다.

이 지역의 민심이라는 것도 있다. 지난 총선 때 이미 상대 후보 쪽에서 노회찬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공보물에도 내걸고, 연설원들도 곧 보궐선거가 이뤄질 것이라고 흑색선전을 하고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7%의 주민들이 노회찬을 선택해 주셨다. 이제 의원직을 상실했지만 다시 주민 앞에 선택을 받겠다는 것이고, 이는 전적으로 주민에게 맡겨야 할 문제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그게 꼭 진보정당만의 책임일까. 어쩌면 이번에 이변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부침 있었지만…진보정당의 가치, 여전히 유효해"

진보정당의 상황도 전반적으로 낙관적이지 않다. 2004년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로 한 때 '진보정치의 황금기'라고 불린 시기도 있었지만,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로 다시 분열과 침체의 상황에 빠져 들었다. 김 후보에게 당의 상황을 물었다.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를 거치면서 국민에게 실망감을 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진보정의당을 다시 창당했지만 국민들에게 아직 희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사실 진보정당이 추구해온 의제들이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으로도 수렴되고 있다. 우리가 노력한 가치들이 수렴되는 것이니 좋은 현상인데, 이럴 때 우리에겐 위기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어떻게 국민에게 다가가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낼지, 당분간은 부침이 있겠지만 과제는 앞으로도 비슷할 것 같다.

상황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진보정당이 추구해온 가치가 잘못 됐나. 그건 아니라고 본다. 아직 끊임없이 그 가치가 남아있고 역사적 과제가 있다. 다만 그것을 실현하는데서 힘이 부족했거나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앞으로 국민들의 언어로 성실하게 해낸다면, 금방은 아니지만 서서히 회복되지 않을까 싶다. 좀 더 지켜보시면서 판단했으면 좋겠다."


이번 재보선을 기점으로 민주당 등 야권이 '야권연대의 유의미한 파트너'로 진보정당을 보지 않는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로 진보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회의가 생기고, 기대가 깎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진보정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일 잘하는 사람들은 진보정당에 있다는 믿음이 아직 남아 있다. 다만 내부의 민주주의를 잘 못해서 겪었던 내홍이라고 본다. 당장 지역에서만 봐도 '노회찬 같은 사람이 국회에 10명만 있어도 우리나라가 달라진다'고 할 정도로 신뢰를 보내주신다. 진보정당이 여러 부침이 있었지만, 진보정치인이 갖고 있는 나름의 헌신과 비전은 달리 보시는 것이다.

사실 국민들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여러 걱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안철수 현상'이 나온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선 안철수 후보를 포함해 야권 전체가 국민들에게 누구도 힘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진보정당은 아직은 소수정당이기 때문에 유의미하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걱정이 있을 순 있다. 그런데 좀 더 적극적으로 의제를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얻고, 내부 혁신을 한다면 서서히 국민들의 지지도 회복되지 않겠나. 시간은 좀 걸릴 수 있다. 진보정당을 더 이상 야권연대의 파트너로 안 보고 있다고 했는데, 전 그렇게 안 될 거라고 본다. 어느 나라도 진보정당이 그렇게 배척된 나라는 없다. 그렇게 배척될 만큼 작은 조직은 아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상황은 녹록치 않지만, '정치인 김지선'으로서의 첫 무대가 바로 노원병 보궐선거다. 오랜 시간 노원의 생활정치인으로 살아왔던 그에게 지역 현안을 물었다. 김 후보는 '대표 공약을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뉴타운 문제 해결과 국공립 어린이집 건설을 꼽았다. '진보 정치인' 김지선이 보는 뉴타운 문제의 해법은 뭘까.

"이 지역에 뉴타운이 6개구가 있는데, 뉴타운은 어떻게 보면 실패한 정부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하게 주민들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뉴타운을 추진 안하기로 결정한다면 매몰 비용의 70%를 국가가 지원하도록 하는 법을 이미 노회찬 대표가 발의한 바 있다. 지역 정책으로서 적극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또 아직은 희망사항이지만, 30%의 주민만 뉴타운을 추진 안하겠다고 합의를 하면 서울시의 재검토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들려고 한다. 현재의 기준은 50%인데, 30%로 낮추는 것이다. 뉴타운이 졸속으로 진행됐을 때 주민 피해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피해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가장 큰 게 매몰 비용 문제다. 때로 수백억 원 씩 물리기도 하는데, 정부가 잘못한 정책을 주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길거리에 나앉게 된 분들이 매몰 비용까지 빼앗기게 되면 남는 게 뭐가 있나. 뉴타운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재정착이 안 되는 사례가 너무 많다. 결국 재정착률을 높이는 게 관건인데, 정책의 실패는 분명히 묻고 주민의 생존권을 최우선에서 생각해야 한다.

또 국공립 시설 확충은 노회찬 대표의 오랜 숙원이기도 했고 저도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 상계 9동에 국공립 어린이집 설립이 결정됐는데, 노 대표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어린이집은 많지만 질 좋은 보육과 교육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국공립 시설을 늘려 국가가 책임있게 아이들을 보육할지가 중요하다. 서울시의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이 5.6%인데, 굉장히 낮다. 장기적으론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아파트의 유휴시설이나 가정 탁아소 같은 시설도 꽤 있는데, 국공립으로 전환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 중이다. 민간 탁아소를 인수해 국공립화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시설이 낙후된 어린이집이나 가정 탁아소 개선에 대해서도 선생님들, 어머니들과 계속 논의할 예정이다. 보육도 무상보육으로 되는 시대에 책임 있는 보육을 해야 한다는 관점을 접근하고 있다."


"따뜻한 정치 하고 싶다…민생정치 승리하는 이변 만들 것"

'노회찬보다 더 노회찬처럼 노원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아직 지지율은 10% 안팎으로 높지 않은 상황. 선거를 보름 남짓 남겨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릴 복안을 물었다.

"사실 믿는 수밖에 없다. 솔직히 민심이 갈등하고 있다. 많은 주민들이 김지선을 지지하고는 싶은데, '과연 되겠느냐'는 의문을 갖고 계신다. 일단 상대 후보가 대선 후보급이기 때문에 걱정을 하신다. 저는 그 분들에게 '김지선을 찍으면 됩니다'라고 말한다. 또 '김지선을 찍으면 당선을 넘어 정의가 승리합니다'라고 한다. 그런 밑바닥 민심을 읽을 수 있다.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주민들께 믿음과 희망을 드리는 것이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알려간다면 지지율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정치인 김지선'의 포부도 밝혔다.

"이번 선거는 다른 지역의 재선거과 달리 노회찬 대표가 부당하게 의원직을 잃은 사건이기 때문에 이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선거라고 생각한다. 노회찬이 추구했던 민생정치 역시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제 꿈은 어려운 사람과 괜찮게 사는 사람들이 한 동네에 어울리면서, 아이들이 서로 차별하지 않고, 서로 돌보고, 사회 안전망이 그 안에서 해결되는 따뜻한 지역을 만드는 것이다. 어려운 이들을 뒤에서 보듬는 정치를 하고 싶다. 그런 따뜻한 사회를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게 정치 아닐까 싶다. 선거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열심히 뛰어서 상계동의 자존심을 세우고, 정의가 승리하고, 또 민생정치가 승리하는 그런 '이변'을 만들어 보고 싶다."

/임경구 기자,선명수 기자(정리)

 

참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