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생명안전특별위원회 논평]
반쪽짜리 중대재해처벌법에 반쪽짜리 시행령 제정, 강력 규탄한다!
-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시행령, 한계 많아, 즉각 법 개정에 나서야
9월 29일 인천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외부 유리창을 청소하던 또 한 명의 청년 노동자가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청년은 해당 아파트에 처음 출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올 초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에도 중대 재해 사망사고는 줄지 않고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특히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이 줄을 잇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기에 28일, 정부 국무회의에서는 법 제정의 취지를 온전히 담지 못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가결 시켰다.
정의당 노동생명안전특위는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시행령을 반쪽짜리 시행령으로 평가한다. 또한 시행령 입법 예고기간에 정의당과 노동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이 제대로 된 시행령 제정을 촉구하는 수천 건의 의견서를 제출했음에도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강력히 규탄한다.
우선, 정부가 시행령을 의결하면서 밝힌 시행령 제정의 배경에 대해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시행령 제정에서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이 아니라 예방을 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안전 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반만 맞는 내용으로, 입법 취지를 호도하는 설명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1조 목적에서 “이 법은...(중략)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며, “처벌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분명히 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경영계 등의 요구를 핑계로 사실상 처벌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만들어, 예방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정의당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등에서 주요한 의견으로 제출했던 “법령에 따른 의무 이행 점검 민간위탁 조항 삭제”, “종사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경영책임자의 의무에 대한 명시적 규정”, “2인 1조와 과로사 예방 등 적정인력과 예산확보 의무 명시” 등의 문제에 대한 온전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안전보건 점검 업무를 외부 민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관리상의 조치 의무를 외부에 열어둠으로써 경영책임자의 책임성을 불분명하게 만들었으며, 2인 1조 작업 등 재해 예방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만 넓혔을 뿐 작업에 필요한 적정인력과 하도급 노동자의 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 등을 구체적으로 담지 않아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또한, 직업성 질병 범위에서 과로사의 주된 원인인 뇌·심혈관계 질환, 직업성 암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대로 담지 못하였으며, 과로로 사망한 택배 노동자나 광주 철거 현장 붕괴 참사 같은 재해를 일으킨 책임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시행령이 제정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행령은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중대 재해 사망사고가 줄지 않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똑바로 직시해야 하며, 사망사건 사고를 막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 나서야 하며 노동(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산업안전 전문인력 양성 등 노동자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정의당은 정부의 반쪽짜리 시행령 의결을 강력히 규탄하며, 반쪽짜리 중대재해처벌법이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50인 미만 사업장 3년 유예와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 그리고 경영책임자와 원청의 책임성을 보다 분명히 하는 내용으로의 법률 개정안을 하반기에 제출할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중대재해 시민신고센터 운영과 재해 발생 대기업을 상대로 “악덕기업 퇴출, 국민생명 지키기” 운동을 보다 확대해 나갈 것이다.
2021년 9월 28일
정의당 노동생명안전특별위원회(위원장 김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