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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정치위원회] [보험이야기 19번째글] 국민의료비로 살펴보는 우리의 보건의료

국민의료비로 살펴보는 우리의 보건의료우리가 알아야할 보험이야기(19)

김종명 당원기자 | stuyoo@hanmail.net

 

기획연재 18편을 끝으로 사보험에 대한 얘기를 종료하였다. 앞의 글을 제대로 읽은 독자라면 사보험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였을 것이고, 대안으로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을 강화하여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 4회 안팎에 걸쳐서는 공보험 얘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시장에서 개별적으로 가입자와 사보험사간의 계약을 통해 구매하는 상품과는 달리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공보험은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따라서, 개별상품을 중심으로 분석했던 사보험과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분석해야 한다. 즉, 국가 혹은 사회적 측면에서 공적 의료제도가 가진 특성과 함의를 분석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보험과 사보험의 특성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우리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의료비를 해결하는 것이 좋은지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먼저 국민의료비 측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의 국민의료비 지출의 현황과 특성은 무엇인지, 현 정부의 의료정책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그 대안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 등에 대해 총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국민의료비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그리고 다음편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국민의료비 지출을 결정짓는 요인인 국민건강보험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는 것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국민의료비로 살펴본 의료지출의 현황

국민의료비란 국민이 한해 동안 보건의료를 위해 지출하는 지출의 총합을 말한다. 국민의료비는 몇 가지 분류방식에 따라 살펴볼 수 있다. 기능적으로 분류하면 질병예방, 공중보건, 치료, 재활, 돌봄, 보건행정관리, 자본투자 등에 한 사회전체가 지출한 총액이다. 서비스 공급측면에서 분류하면, 병원, 의원, 약국 등 보건의료기관, 안경점과 같은 의료재화 소매상, 일반 보건행정 및 보험 등에서 국민이 보건과 의료를 위해 지출한 총합이기도 하다. 재원별로는 공적 재원조달(정부, 사회보장금고(국민건강보험, 산재보험))과 사적 재원조달(민간보험, 가계직접지출 등)로 인한 지출의 합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국민의료비를 이해하는데는 특히 공적 재원조달과 사적 재원조달의 비중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우리의 국민의료비 지출은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 국민의료비 지출 규모는 크지 않다. 2012년 현재 총 규모는 97.1조원으로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6%다. OECD 평균(9.3%)에 비해서는 낮다. 국민 1인당 연간 194만원을 지출한다. 국제 비교를 위해 구매력 지수를 보정하면, 우리는 1인당 국민의료비는 연간 2,291달러(US$PPP), 영국 3,289달러, 일본은 3,649달러, 스웨덴 4,106달러, 독일 4,811, 미국 8,745달러이다.

   
 

둘째, 그러나, 국민의료비 증가율은 단연 최고다. 국민의료비는 매년 10%씩 내외로 증가하다가 최근 2~3년동안에는 5~6%로 증가율이 완화되고 있지만, OECD 최고수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국민소득의 증가보다 국민의료비 지출 증가율이 더 높은 것이다. 국민의료비 지출이 증가하는데에는 평균 수명의 급격한 증가(2000년 76세→ 2012년 81.4세)와 함께 급격한 고령화(65세이상 인구 2000년 7.6%, 2013년 12.2%)로 인한 의료비 지출 증가가 주요한 원인이다. 의료비는 노인일수록 급격히 증가하기에 그렇다.

세째, 다른 나라에 비해 국민의료비 지출에서 공적 지출이 낮고 사적 지출 비중이 매우 높다. 국민의료비중 공적 지출 비중은 OECD평균은 72%인 반면, 우리는 54.5%(2012년)에 불과하다. 국민의료비 97조 중 53조는 공공재원으로, 44조는 민간재원으로 지출하고 있다. 유럽의 대부분의 대부분의 공공의료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들은 공적 지출 비중이 80%를 상회한다. 우리보다 못한 나라들로는 미국과 멕시코, 칠레 뿐이며, 그 외 모든 국가들이 우리보다 월등히 공적 지출 비중이 높다.

   
 

국민의료비와 민간의료보험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국민의료비 지출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부담의 상당히 많다. 국민의료비 지출에서 공적 비중이 낮고, 사적 비중이 높아, 가계가 부담하는 의료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낮은 건강보험의 보장으로 인해 의료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이 매우 크기에 그렇다.

우리의 국민의료비 통계에서는 민간의료보험 지출은 극히 일부만 반영되어 있다. 국민의료비 중 사적 지출이 45.5%, 금액기준으로는 44조에 이른다. 이중 민간의료보험 지출은 약 4조원정도로 보험사가 실손의료보험으로 지급된 보험금만을 반영하고 있다.

민간의료보험의 전체 규모는 대략 40조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그중 10%인 4조원 정도만 국민의료비에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국민의료비는 의료소비 개념이라 암보험, CI보험 등의 각종 정액형 민간의료보험은 실제 의료재화를 소비하는데 사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국민의료비 통계에는 배제된다.

하지만, 민간의료보험 역시 가계가 부담하는 지출임은 틀림없다. 40조라면 전체 GDP의 대략 3%가 조금 넘는 정도로 결코 적지 않다. 국민의료비 지출이 현재 7.6%이니 둘을 합치면 10%가 넘는다. 즉, 이리 보면 다른 OECD복지국가의 국민의료비 지출을 넘어선다. 민간의료보험의 가입목적이 건강보험의 보장이 낮아 가계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가입하기에 실제로는 건강보험의 보장이 높으면 사실 거의 가입이 필요하지 않다. 민간의료보험은 실제로는 불필요한 지출인 셈이다.

즉, 민간의료보험은 국민의료비 지출 외에 추가로 지출할 목적에서가 아니라, 단지 국민의료비 지출중 사적 지출 부담이 커서 생기는 지출이다. 따라서, 만일 국민의료비 지출 중 공적 지출을 늘려 사적 지출을 줄인다면, 민간의료보험 지출은 사라진다. 전체 국민의료비 지출은 아무런 변동이 없이 그 내에서 공적 지출과 사적 지출 비중을 조절하기만 하더라도 민간의료보험 지출의 필요성은 사라지는 것이다.

국민의료비의 공적 지출과 의료의 공공성

국민의료비 중 공적 지출 비중이 어느 정도냐는 의료의 공공성의 중요한 지표중 하나다.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모두 국민의료비 80% 안팎을 공적인 방식으로 지출한다. OECD 평균도 72%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겨우 54.5%에 불과하다. 우리도 공적 지출을 80%로 올린다면, 지금보다 공적 지출이 25조가, OECD 평균인 72%를 목표로 한다면 17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공적 지출을 높인다고 해서 전체 국민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공적 지출 비중과 사적 지출 비중을 조절하는 것에 불과하다. 공적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사적 지출(대부분이 가계직접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의료의 공공성이 높아지려면 국민의료비 중 사적 지출을 줄이고 공적 지출을 늘려야 한다. 이론적으로 공적 지출을 늘리고 사적 지출을 줄이는 것은 매우 간단하지만, 이를 현실화시키위해서는 강력한 정치적 힘이 필요하다.

국민의료비 지출을 공적으로 할 것이냐, 사적으로 할 것이냐는 정치적으로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국민의료비의 공적 지출 부분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사회보장기금(국민건강보험 등)이 지출한 것을 말한다. 이 재원은 세금과 건강보험료로 이루어진다. 세금은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으로 이뤄져 있고, 건강보험료 역시 국민과 사업주가 부담하고 있다. 이들 공적 재원은 국민들의 소득에 비례하고, 기업의 사회보장기여금도 포함된다. 즉, 국민의료비의 공적 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조세(혹은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공적 지출을 늘리는 것이 국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유리하다. 공적 지출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세금이라 소득에 비례하고, 기업도 법인세나 사회보장기금 형태로 부담하지만, 사적 지출은 온전히 국민이 직접 부담하기에 그렇다. 또한 소득에 상관없이 가계가 부담하고 있으므로, 저소득층일 수록 부담이 커져 소득간 불평등을 초래한다.

따라서, 국민의료비에서 공적 지출을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서구 유럽 복지국가의 국민들이 누구라도 차별없이, 의료비 부담없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근저에는 국민의료비의 공적 지출 비중을 늘리기 위해 기꺼이 세금(혹은 건강보험료) 부담을 늘리는데에 동의하였고, 그에 기반한 정치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우리 역시 국민의료비 지출의 공적 지출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의료비 증가와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

하지만 우리의 정부는 국민의료비의 공적 비중을 늘려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시키는 데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 정부는 의료를 공공의 영역으로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해결해야할 사회보장제도로서가 아니라,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할 시장의 영역으로 바라본다. 의료의 공공성 측면이 아닌 의료의 산업화 측면만을 강조하며 의료의 영리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한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우리나라는 절대적인 국민의료비 지출은 아직 적지만 그 증가폭은 매우 가파르다. GDP 대비 국민의료비는 2000년에 4.4%에서 2012년 7.6%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지출의 증가추세를 활용하여 의료서비스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게 핵심요지다. 전자?통신?의료기기 등의 의료연관 산업자본들이 이를 블루오션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 정부가 의료 영리화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현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이 지속된다면 국민의료비 지출 양상은 미국처럼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민의료비 지출은 OECD 수준을 넘어설 것이고, 국민의료비의 공적 지출은 줄어들고 사적 비중은 증가하여 가계부담이 매우 커지고 의료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런다고 의료의 질과 국민의 건강수준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의료기술수준은 세계 최고지만, 그 혜택은 일부만이 누리고 있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의료비를 쏟아붓고 있는데도 미국인들의 건강수준은 우리보다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의료의 영리화 정책이 의료비에 대한 국민의 직접부담을 더욱 늘리고, 의료의 공공성을 해칠 것이라며, 진보 개혁진영이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향후 국민의료비 지출이 계속 증가하리라는 점은 피할 수 없는 객관적 상황이다. 인구의 고령화와 평균 수명의 지속적인 증가를 막을 길이 없기에 그렇다.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지속적인 국민의료비 증가에 대비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민의료비에 대한 공적 지출을 늘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흔히 공적 지출을 늘리고 사적 지출을 줄이면, 즉, 유럽 복지국가처럼 무상의료를 하게 되면, 의료비 지출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유럽의 많은 복지국가들이 우리보다 국민의료비 지출이 높은데, 그 이유는 공적 지출 비중이 높아서, 즉 무상의료를 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유럽 복지국가들은 GDP 대비 국민의료비로 10% 내외에서 안정된 지출하는데 반해, 공적 지출 비중이 낮은 미국은 GDP 대비 국민의료비가 무려 17.7%나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국민의료비의 공적 지출 비중을 늘리는 것과 국민의료비 증가와는 근본적으로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국민의료비의 공적 지출이 높을 수록 국민의료비를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국민의료비 지출중 사적 지출은 그 성격상 국가(혹은 사회보험)의 규제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사적 지출은 사회적인 규제를 받지 않기에 그 증가속도가 매우 가파를 수밖에 없다. 더욱 의료서비스가 영리화되면, 그런 현상은 더욱 강화된다. 사회적 통제가 불가능한 사적 지출을 줄이고, 공적 지출을 늘려야 드디어 국민의료비 전체에 대한 적정수준의 관리가 수월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역시 인구의 고령화에 대비한 국민의료비 지출의 증가를 사회적으로 적정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국민의료비에 대한 공적 지출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공적 지출을 늘리는 대표적인 예가 건강보험의 보장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국민건강보험에 대해 논의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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