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안 맞는 교육부, 대학 설립요건
(앞뒤) 정원감축 와중에 설립요건 완화 모색
(왔다갔다) 예전은 요건 강화, 지금은 완화
대학 정원감축을 발표하면서 그것과 상반되는 대학 설립요건 완화를 모색한다. 학령인구 해법이 8년 전에는 설립요건 강화였는데, 지금은 완화다. 왔다갔다 앞뒤 안 맞는다.
교육부는 5월 말,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급격히 감소하는 학령인구과 급변하는 산업 및 사회에 대응하여 대학의 자율혁신과 체질개선을 위한 △한계대학 집중 관리, △폐교절차 체계화, △정원 감축이 골자다. 학생수 감소의 충격을 대비하여 대학 정원을 줄이겠다는 접근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대학 설립요건의 완화가 추진된다. 교육부는 해당 전략에서 “대학 설립운영 규정상 4대 요건(교원, 교지, 교사, 수익용 기본재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추진”한다며 대학 운영요건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완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대학 설립은 쉬워져 대학이나 분교가 늘어난다. 정원 감축과 대학 증가가 교육부의 한 전략에 함께 있는 셈이다. 앞뒤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4대 설립요건 완화는 다른 방안에서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원격수업을 뉴-노멀로 정립한다던, 지난해 2020년 9월의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 지원 방안>에서 교육부는 “대학운영 핵심요건 정비”한다며, “원격교육 확산 및 일상화에 따라 교육과정, 교원, 학생정원, 학습장 등에 대한 근본적 개선 및 검토”를 내비쳤다.
작년 10월의 <코로나 이후, 미래교육 전환을 위한 10대 과제>에서는 “대학 규제 혁신”한다며 해당 사항을 언급했다. 또한 교육부가 지방 살리겠다며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에서는 규제 특례로 4대 설립요건 완화의 시범 적용도 감안하고 있다. 시범이니 만큼, 전국 확대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교육부는 4대 요건을 안전장치가 아니라 규제로 인식한다. 그래서 완화를 추진한다. 요건이 완화되면 교수나 건물이 부족해도 대학 설립이 가능하다. 한편에서는 정원을 감축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대학을 쉽게 설립하는 풍경이 연출된다.
설립요건 완화는 8년전 입장과도 반대다. 2013년 8월, 교육부는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시안)>을 발표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경제 패러다임 변화 등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대학의 발전 전략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현재의 정원 감축과 배경이 같다.
2013년 방안에서는 대학 설립요건 강화 입장이다. “대학설립준칙주의를 폐지하여 대학 설립 억제”하겠다며, “교원, 교지, 교사, 수익용 기본재산 등 설립요건 강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산에 따른 대학 위기는 대학설립준칙주의라는 정부 정책도 한 원인이기 때문에, 우후죽순 설립을 억제하고 4대 요건을 강화하면서 학령인구 감소에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2013년 방안의 추진과 관련, 교육부는 대학설립 과정에서 심사를 강화하고 수익용 기본재산의 최소 기준을 상향했다고 밝힌다. 2015년에 대통령령 ‘대학설립운영규정’을 개정하여 대학은 1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전문대는 7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40억원이던 대학원대학은 100억원으로 높혔다는 것이다. 영세 사학의 설립을 사전에 예방하는 조치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8년 전에는 4대 요건을 강화하겠다던 교육부가 지금은 완화를 모색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점은 동일한데, 정책 방향은 반대다.
정의당 정책위원회 장혜영 의장은 “교육부가 이 쪽에서는 정원 감축하면서 저 쪽에서는 설립요건을 완화하려고 한다. 오른손이 하는 일과 왼손이 하는 일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서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것은 동일한데, 예전에는 요건 강화이고 지금은 완화다”라며, “교육부가 이러니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제대로 될리 만무하다”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현재 4대 요건과 관련한 정책연구로 ‘원격수업 확대 등 미래교육 대비 ?대학설립운영규정?의 교육여건 기준 개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교사 및 교지의 범주와 강의실 등 공간에 대한 재구조화, 새로운 기준 도출, 그에 따른 잉여재산 활용 등 규제 완화 방안 모색을 연구내용으로 한다. 최근 연구자를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