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동산부자감세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입장 요구 기자회견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부자감세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값 안정과 보유세 정의를 위해 도입한 종합부동산세법이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무참히 훼손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종부세 대상을 현행 공시가격 9억 원에서 ‘상위 2%’로 축소하고,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액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정했습니다. 오로지 집부자들을 위한 특혜입니다. 말로는 노무현 정신을 외쳐왔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라 ‘기득권만 사는 세상’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취임 4주년을 맞아 “부동산에서는 할 말이 없다,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노심초사하고 최근 여당의 부동산 세제개편 논의 과정을 소상하게 보고받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역행하는 집권여당의 부동산부자 감세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알고 싶어 합니다. 대통령은 민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문제제기에 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첫째, 민주당 부동산부자 감세안은 노무현 대통령이 도입한 종부세의 취지를 정면으로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종부세법은 제1조(목적)에서 “부동산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하는 세금으로 자신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제정할 당시 문구가 그대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보유세는 세금의 형식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는 제도입니다. 가격이 오르면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반대로 가격이 내려가면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어 거래를 활성화하는 ‘가격 안정화’ 기능을 가집니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고 소수 집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건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좋다는 매우 위험한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불평등의 계곡이 깊게 패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조세부담의 형평성과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오히려 더 강화되어야 할 세금이 바로 종부세입니다. 민주당 감세안은 종부세의 목적을 훼손하고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둘째, 민주당의 종부세 완화안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을 단계적으로 높여나가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계획과 배치되는 것입니다.
보유세 완화를 주도한 민주당 의원들은 종부세가 ‘부유세’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종부세 성격을 왜곡시켜서 적용 대상을 줄이려는 얄팍한 의도가 담긴 것입니다. 부유세는 극소수 자산가들에게 적용되는 특별한 세금으로서 슈퍼부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세금입니다. 반면, 종부세는 앞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조세 형평과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한 부동산 보유세입니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종부세 대상을 1%로 삼았다고 말합니다. ‘상위 2%’ 안을 정당화하기 위한 거짓 주장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1%는 단계적으로 도달할 ‘보유세 실효세율 목표 1%’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부동산 조세에서 실효세율은 무척 중요한 지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작년 7.10 부동산대책을 두고, 보유세 부담을 높였지만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 평균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이번 민주당의 종부세 후퇴안은 그동안 공시가격, 공정가액의 단계적 현실화 노력과 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한 7.10 대책에 역주행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실효세율 목표는 무엇인지 대통령께서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민주당의 ‘상위 2%’ 방식은 과세요건 법률주의에도 어긋납니다. 현행 종합부동산세법은 적용 대상이 과세표준 금액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모든 세법이 이런 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공시가격 기준선이 아닌 비율로 제시했습니다.
민주당이 제시한 ‘상위 2%’ 안은 초유의 꼼수입니다. 제가 꼼수라고 말하는 이유는 집권여당의 행동으로는 너무도 속보이는 방안이기 때문입니다. 종부세 기준금액을 올리고 싶었지만 국민의힘이 먼저 선수를 치자 비슷한 내용을 다르게 포장한 것일 뿐입니다.
이러면 매년 봄에 공시가격이 발표되더라도 국민들은 자신이 종부세 대상인지 알 수 없습니다. 6월이 지나서야 정부가 상위 2%를 계산하고 이를 시행령에 반영한 이후 개별적으로 대상을 통보하게 될 것입니다.
행정의 책임자인 대통령께 묻습니다. 민주당의 종부세‘상위 2%’ 방식이 확정되면, 앞으로 종부세 적용 금액은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에 명시될 예정입니다. 매년 시행령을 개정해서 대상자를 확정하시겠습니까? 과세요건도 특정되어 있지 않고 납세자 예측도 불가능한 이런 듣보잡과세가 과세요건 법률주의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상의 세 가지는 국민들이 대통령께 꼭 듣고 싶은 질문입니다.
앞으로 부동산 세제 관련 법률 심의가 국회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코로나재난으로 불안정노동자,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고,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전월세를 전전하는 서민들의 허리가 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상위 3.7% 집부자의 세금 깎아주는 정책이 도대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습니까?
이번 민주당의 부동산부자 감세안이 통과된다면 그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26번째 부동산정책이 아니라 마지막 정책이 될 것입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의 최종적인 포기선언이자 투기세력에 굴복한 항복선언이 될 것입니다.
정의당은 부동산 부자감세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없도록 강력히 저지해나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득권 양당이 담합해서 부동산부자감세안이 통과된다면,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께 ‘거부권 행사’를 통한 마지막 역할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정말 중요한 순간입니다. 민주당은 세금 감면으로 미소짓는 소수 집부자들의 얼굴을 떠올리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은 반대편에 황망히 주저앉아있는 다수 집 없는 서민들의 편에 서야 합니다. 무엇보다 투기공화국 해체를 염원하며 문재인 정부의 ‘나라다운 나라’ 공약에 열광했던 촛불시민들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2021년 6월 21일
정의당 부동산투기공화국해체특별위원회 위원장 심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