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 중에 한 명이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CRM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그동안 비정규직이란 게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것만으로 힘들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쉽게 쓰고 버릴 수 있는 인간 소모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더 힘들었고,
내가 하는 일이 계속해서 실력을 쌓아갈 수 있는 보통의 직업일 수 없다는 사실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정부의 정책에 환호하며 조금은 으쓱해하는 모습에 눈물도 났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상황이 이상하게 바뀌었습니다.
회사(대한적십자사)에서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을 것 같다며 울상입니다.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던 약속이 자꾸만 늦어지더니, 어느새 “정권이 바뀔 때까지 그냥 버티기를 할 모양”이란 말로 바뀌었다더군요.
3월 초에 “공공부문 정규직화 1단계는 19만2천698명의 전환 작업이 완료, 정책 목표의 94.0%를 달성해서 마무리 국면”이라고 언론을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노동부에서는 아예 쐐기를 박겠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제 가족도 곧 정규직으로 전환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심평원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제 지인도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국민연금이나 근로복지공단 같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들도 모두 전환을 마쳤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노조가 극렬 반대하고 있어 2월 예정이었던 정규직 전환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대한적십자사 역시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평범한 상담사일 뿐이라서, 높은 분들이 진짜로 정권이 바뀔 때까지 버티기로 한 건지 확인한 건 아닙니다. 그저 회사에 떠도는 소문으로 지레짐작한 것이겠죠.
하지만 말단 상담사들이 그렇게 느끼게 될 정도로, 정규직 전환이 이유 없이 지체되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부디 정의당에서 이 부분만이라도 다잡아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