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이 법의 방향성마저 주장하고 있는 거라면 정말 신중해져야 합니다.
장혜영 의원님께서는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가해자 처벌을 원할 수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겁니다.
그 피해자의 마음에 대해 피해자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건 없습니다.
그럼에도
가해자의 법적 처벌을 원치 않는 장혜영 의원님의 마음은 양형의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뿐,
의원님의 마음과는 별개로
법은 법대로 돌아갈 것이기에
저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의원님 의견과 관련한 논란에 큰 문제를 못 느끼고 있었습니다.
의원님의 의견은 순전히 피해자의 마음에 관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페이스북에 가입해 의원님의 글들을 읽어보니,
의원님께서는 가해자의 법적 처벌을 원치 않는 피해자의 마음에 관한 말씀을 넘어
룰의 방향성에 대해 얘기하고 계신 듯하여
정말 신중해지실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용어를 쓰셨던데,
피해자 중심으로 무엇을 볼 것이냐에 대해 우리는 명확히 해야 합니다.
저는 '피해자의 보호'가 핵심이라 봅니다.
그것은 '피해자의 바람'과는 다른 것입니다.

가해자에게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하게 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의 보호에 어떠한 해가 되는 것인지 다시 묻고 싶습니다.

의원님께서는 피해자가 본인임을 밝히시지 않으셔도 됐는데,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밝히셨습니다.
그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감수하시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정의당 내부처벌로 인해 입에 오르내리시는 것은 감수가 되시면서도,
형사처벌로 인해 입에 오르내리시는 것은 감수가 안 되신다는 것은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오히려 지금
의원님의 주장을 제가 이해한대로 정리하자면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룰은 전적으로 피해자의 바람대로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도록 돌아가야한다'인데,
의원님의 이 주장으로 인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더 많아졌습니다.

의원님께서는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가고, 마무리짓는 방식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의원님의 말씀은 '피해자 중심주의'가 '피해자의 바람'과 같은 의미라는 말씀이신데,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여
룰이 전적으로 피해자의 바람대로 가해자에게 처벌하지 않도록 움직여야 한다고 하시면,
그렇다면 반대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극도의 강력한 처벌을 원하면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원하는만큼의 극도의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하는 걸까요?
처벌의 수위는 법관이 합당하게 내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기를 바라는 피해자의 마음은 양형의 하나의 기준이 될 뿐입니다.
의원님께서 수사기관에 가서 피해사실을 다시 상기시키고 싶지 않으신 거라면
단순히 출석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친고죄는
피해자가 고소해야 죄로 처벌될 수 있는 것이고,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고소한 것이 아니여도 죄로 처벌될 수 있으나
다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할 때에만 죄로 처벌될 수 있는 것입니다.

성폭력이 친고죄도, 반의사불벌죄도 아닌 것이 합당한 이유는
피해자에게 고소 선택과 처벌 여부 선택의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입니다.
이는 피해자의 보호를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피해자가 고소 선택의 부담과 처벌 여부 선택의 부담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피해자의 바람대로 가해자를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면,
그것은 피해자의 보호에 관한 것이 아니고 피해자의 바람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 중심주의와 관련이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걱정되는 것은
장혜영 의원님의 주장이 앞으로 있을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장혜영 의원님의 주장대로 피해자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해야 한다면,
결국 피해자는 가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의사를 강요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은 피해자의 보호에 반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피해자에게 고소 선택과 처벌 여부 선택의 부담을 덜어주도록 법이 발전해온 것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의원님께서는 가해자가 형사처벌 받지 않기를 바라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원님께서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하여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게 옳다고 하신다면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동의해드리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정의당은 장혜영 의원님의 의견과 생각을 전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정의당이 장혜영 의원님의 입을 빌려 법의 방향성마저 주장하고 있는 거라면 정말 신중해져야 합니다.

정의당은 성추행 당한 피해자가 아닙니다.
또한 장혜영 의원님께서 룰의 방향성을 얘기하고 계시기에,
정의당이 하는 주장들은 피해자가 표현할 수 있는 피해자의 마음에 관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바람에 관한 것입니다.

정의당은 피해자를 보호할 것입니까?
피해자 보호가 아닌 피해자의 바람을 전적으로 들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가 피해자를 보호해줄 수 없는 상황이 오도록 할 것입니까?

 
참여댓글 (6)
  • 네페쉬

    2021.01.28 17:14:16
    오! 이런 시각도 신선하네요! 옳소! 피해자의 바람은 양형시 고려할 사유 중 하나지,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판결과 수사를 피해갈 이유가 돼선 안 되죠! 그럼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매수할 수도 있어서 피해자 보호도 안 되고, 무엇보다 수사와 처벌은 피해자만 위한 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유지에도 동시에 기여하라고 있는 것이니까요. 음!


    (이 아래는 에휴님 댓본 후, 설마 싶어서 좀더 덧붙인 겁니다)
    고로 장혜영 재신임 투표 가즈아!
    법과 절차와 입법부로서 의무를 저버린 의원이 무슨 국회의원인지!
  • 에휴

    2021.01.28 17:23:27
    맞습니다.
    그럼 제가 쓴 댓글에 님이 대댓글 다신 내용 중에 이와 관련한 내용 부분들은 중복적으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되겠죠?
    다른 내용들은 시간날 때마다 답하도록 하겠습니다.
  • 네페쉬

    2021.01.28 18:27:40
    진짜 맞다고 생각하시면, 이번 이슈에 대한 에휴님의 장혜영 동감댓글과 원글들은 내용수정 혹은 철회 되는 걸로 봐도 되겠죠? 설마 저 원글 내용이 장혜영 잘했다는 식으로 읽히시는 건 아닐테고요.
  • 에휴

    2021.01.28 19:09:11
    중복적인 내용이 되더라도 다 써드릴테니 저의 의견을 정확하게 이해하시는 데에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장혜영 의원님께서 법적인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했던 부분까지 동조한 적이 없습니다.
    법은 법대로 갈 거라고 계속 말씀드려왔고,
    피해자의 마음은 자유로울 수 있다는 취지로 계속 말씀드려왔습니다.
    본 글이 제가 쓴 글들과 충돌되는 내용은 아닙니다.
  • 에휴

    2021.01.28 19:51:20
    의원님의 댓글 수정에 따른 말씀을 드리자면,
    장혜영 의원님에 대한 저의 본 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장혜영 의원님 재신임 투표는 정의당 차원에서 적절한 방향이 아닙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결과론적으로
    성추행 당한 사건을 트리거로 성추행 피해자에 대해 재신임 투표를 한 것이 되어
    정의당에는 두고두고 큰 흠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많은 분들과 댓글로 의견을 교환하며
    공격적으로 여성인권상승을 주장했던 일들로 인한 부작용이 드러나는 것을 느끼니
    여성인권개선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며 사람들을 포용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한 사람으로
    이 상황들이 참 안타깝고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속도조절이 필요한 것은 지금 부작용의 결과로 반감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을 좀 내려놓으시고 일단 우선 장혜영 의원님의 아픔에 공감과 위로가 선행되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그것이 우선인데, 저는 이곳에서 그러한 태도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나서 그와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소통하고 고민합시다.
    저는 장혜영 의원님께서 이 사건의 피해자인 당사자로서 인간적으로 이 정도는 벗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용어에 집중하여 그것이 의미해야 하는 바를 다르게 생각하실 수도 있죠.
    다만 소통을 통해서 우리 모두 무엇이 더 옳은지 함께 고민해보고 서로 벗어난 부분들을 수정하는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본 글과 같이 생각하고 있지만 저의 생각에도 헛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글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장혜영 의원님은 장애인 동생을 둔 분으로 사회적 소집단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 분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수많은 고민을 해오셨고, 그 방향성의 큰 줄기까지 틀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전문성이 있으신 분이고, 실행력이 있으신 분이죠.
    다만 그런 분이라 할 지라도 생각이 항상 옳다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 그 부분을 지적하는 우리도 옳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장혜영 의원님도 단점이 있으시겠지만,
    그럼에도 저는 장혜영 의원님이 정의당에 꼭 필요한 인재라 확신합니다.
    정의당이 이렇게 잃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분입니다.

    정의당은 '노동'이슈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진보적 이슈들을 모두 다루는 진보정당의 대표가 되어야 합니다.
    여성인권, 남성인권 모두 중요한 이슈들이고,
    저는 장혜영 의원님이 여성인권보다 장애인인권에 더 특화된 분이라 생각합니다만,
    페미를 긍정적으로 지지함으로써 페미 이슈가 많았던 정의당에서는 여성인권의 대표가 된 것 같습니다.

    장혜영의원님 재신임 투표 얘기 볼 때마다
    우리사회를 위한 관점에서도, 정의당을 위한 관점에서도, 그리고 장혜영의원님을 위한 관점에서도
    너무 안타깝습니다.

    말의 흐름이 많이 부드럽지 않은데,
    의식의 흐름대로 쓴 것이 제 의견이 잘 전달될 것 같아 이대로 올립니다.
    재신임 투표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바뀌시길 바랍니다.
  • 찬물전용

    2021.01.31 06:48:51
    피해자의 지위가 법위에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한 긴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