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제 선정 동기
급성장한 경제를 기반으로 학벌과 기술을 습득해 중산층의 보편화를 양성해내는 데 성공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시대가 끝나고, 이제 Z 세대가 사회로 진출하게 되었다. 그러나 Z세대에게 주어진 사회적 배경은 기존과 다소 달랐다. 누구나, 열심히 하고, 잘 하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는 더 이상 우리 사회의 계층 구조를 설명하지 못한다. ‘수저론’, ‘헬조선’ 등의 담론은 사회적 성공이 개인의 역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배경이 뒷받침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심화시킨다. 그러나 능력주의가 붕괴되었다고 해서 이를 대체할 만한 사회적 사상이 등장하지 않아 개인적 차원에서의 극단적 경쟁과 압박은 지속되고 있다. 청년들은 본인들의 노력이 성공으로 직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허탈감과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 열심히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30세대의 삶에 큰 타격을 입힌다.
이런 사상적 측면뿐 아니라, 우리는 다양한 지표들을 통해 청년 문제의 심각성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2030세대에 만연한 정치적 무관심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2019년 세계일보가 서울 소재 12개 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대한민국 정치 활동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누가 국회의원이 당선되던, 정치활동은 모두 똑같을 것’이라는 선지에 응답자의 48.6%가 동의했다. 또한 정부와 정당에 국민 개개인의 의견이 전달될 수 있겠냐는 물음에서도 부정적 응답 비율이 긍정적 응답 비율보다 높게 나왔다. 이런 정치적 무관심은 청년 문제의 해결에 있어 걸림돌이 된다.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보이고,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니, 청년 문제 또한 정치권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그들에게 표를 주는 유권자들에게 예민하게 반응한다.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질수록, 정치인들 또한 청년 문제 해결의 절실함을 깨닫지 못하게 되고, 이는 청년들의 정치적 효능감을 다시 떨어뜨리는, 일종의 악순환으로써 작용된다.
청년 주거 문제, 일자리 문제, 심리 문제, 뉴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사회적 혐오와 차별, 갈등 문제 등 현재 청년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 수많은 원인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식개선을 수반한 정책과 법률의 개정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과연 ‘청년’들의 문제를 어디까지나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채워진 국회에만 맡겨도 되는 것일까? 실제로, 21대 국회의원들의 평균 연령은 54.9세이다. 여성 당선인의 비율도 전채 300석 중 30%를 채 넘지 못했다. 주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학력, 전문직, 남성 위주의 정치인들로 채워진 우리의 국회는 절대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개혁을 이끌어낼 수 없다. 오직 청년들만이 그들이 온몸으로 느끼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에 나는 청년 정치의 필요성을 느끼고, 현재 청년 정치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사회적 양상에 대해 분석함과 동시에 그 해결책도 제시해보고자 한다.
2. 문제 상황 분석
정치 활동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책임감?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도? 물론 이런 요소들은 정치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원초적으로 돌아갔을 때, 그 어떤 것들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바로 ‘돈’이다. 시, 구의원부터 국회의원까지, 모든 정치활동에는 금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후보자 기탁금, 사무실 관리금, 인건비, 지역구 활동 홍보비, 정당활동비, 당협 운영비 등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 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작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의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수십 년간의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부를 축적해온 5060 세대에게는 해당 부분이 정치 진출에 있어 그렇게 큰 걸림돌이 아닐 지도 모른다. 그러나 청년들에게는 이야기가 다르다. 돈은 청년 정치의 큰 장벽이다. 돈은 청년의 정치 진입을 막을 뿐 아니라 가까스로 진입한 청년들을 정치권 밖으로 내몰기도 한다. 자유한국당 수도권 지역의 한 30대 당협위원장과 경향신문의 인터뷰에서 자세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당협 운영만으로 빚더미에 올랐다고 말하는 청년 위원장이 많다. 당협을 운영하는 데 자비만 최소 월 1000만원씩 든다. 이걸 감당할 수 있는 청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라며 허탈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1] 정치 활동에 필요한 돈 뿐 아니라, 후보자 기탁금 또한 청년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밖이다. 총선 기탁금은 1500만원, 시.도지사는 5000만원이다. 과연 이를 부담없이 납부할 수 있는 청년들이 얼마나 될끼?
더불어, 청년 정치인들을 양성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도 청년 정치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애물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청년이 정치활동을 하고자 할 때, 어떤 절차와 방법을 거치면 되는 지 전문적으로 알려주는 곳은 없다. 정치적 사상에 대한 기본 소양을 쌓고, 정치 참여에 대한 절차를 알아보고 실행하는 것까지, 이 모든 과정이 오롯이 청년 개개인에게 귀속되어 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어 경험을 쌓아가기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정치적 지원 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압박은 선뜻 정치에 참여 할 엄두를 못 내게 한다.
또한, 굳이 정치인으로서 공직에 진출하지 않더라도, 국민 주권자로서의 청년 정치 참여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알리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기 위한 초석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치적 사안에 있어 청년들의 목소리는 배제되기 일쑤다. 청년들과 현직 정치인들이 직접적으로 대면해 청년들이 처한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자리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청년과 정치인들간의 적극적이고 솔직한 의견 공유는 잘 일어나지 않을뿐더러 가끔 마련되는 청년과 정치인들의 토론회 역시 이벤트성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애초에 청년들이 정치권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잘 마련되지 않는 것도 청년 세대의 저조한 정치참여율을 야기한 원인 중 하나이겠지만, 나는 우리나라의 부족한 정치 교육을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교육은 획일화된 교육 체제 안에서 일률적 기준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평가해온다. 학생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주관을 확립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다양한 고찰을 하기보다는 주어진 학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보다 집중하게 된다. 이런 교육 현실은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정치에 큰 관심을 가질 수 없게 만든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정치에 대한 기본적 가치관과 배경적 소양이 갖추어져 있어야 다양한 정치적 양상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해 비판적으로 의견을 공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사회에 대한 본인의 목소리를 내 보지 않은 우리의 청년들이 정치적으로 무력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청년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중년 기성세대 위주의 정치적 주류 문화를 유지해옴으로써, ‘젊은 정치인’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낮은 편이다. 그 예로 21대 총선 당시 정의당 비례대표 1,2번으로 청년 정치인이 선정되자, 일각에서 불만의 의견이 터져 나왔던 것을 들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은 아직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고 나이가 어린 정치인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다고 판단된다. 그들의 미성숙함이 정치적 불완전성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과연 5060세대의 기성 정치는 완전성을 띄고 있는가? 이 물음에 고민없이 긍정할 유권자는 사실상 없으리라 판단된다. 정치적 완성도와 충실도는 단순히 후보자의 경력이나 나이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러 계층에서 다양한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후보자들이 국회를 메운다면 국민 삶 전반을 세심하게 살필 수 있는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청년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청년으로서 다른 2030 유권자들과 동일한 문제와 사상을 공유하고, 그 누구보다 솔직하게 청년의 목소리를 대표할 수 있는 청년 정치인들은 고질적인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키 역할을 할 것이다. 이에 국민들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변화하는 개방적인 정치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청년 정치인들을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3. 해결방안 제시
지금까지 나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A. 후보자 재산에 비례한 정치 기탁금 부과 및 청년 정치활동 지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정치 자금은 청년들이 정치에 선뜻 나서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로서 작용한다. 이에 기탁금 액수를 절대적으로 정해놓고 후보자들보고 납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들의 보유 재산에 일정 비율을 기탁금으로 납부하도록 정해놓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비율로 규정한 기탁금은 특정 집단에게 적은 기탁금을 내게 함으로써 입후보의 신중성을 떨어뜨리고 무분별한 정치 출마를 야기할 것이라 반박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기탁금과 별개의 문제로, 공직 선거에 후보로 출마한다는 것은 개인의 사회, 경제적 위신, 정치적 가치관 등을 사람들 앞에서 공개하고 사람들에게 지지를 부탁하는 것이다. 무분별하고 장난스레 저지르기에는 후보자 본인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 올 일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든, 적은 사람이든 정치적 자신감 없이는 도전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무분별한’ 입후보 라는 측면은 사실상 성립하기 어려운 개념이라 생각한다. 또한 정치 입문의 문턱이 낮아짐에 따라 다양한 집단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후보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민주정치의 진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비록 특정 후보자들이 논란과 비판의 여지가 있는 주장을 펼치더라도, 이는 국민의 판단 능력에 맡길 일이지, 애초에 선거의 참여 문턱을 높이는 식의 조치는 올바르지 않다고 판단된다. 재산 비례 선거 기탁금은 청년들이 본인의 경제적 환경과 상관없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뒷받침해줄 것이다.
선거 기탁금뿐 아니라, 당협 운영비, 각종 활동비 등 청년들이 정치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하는 금액들은 정당에서 일정 금액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생각한다. 무소속 의원의 경우 선관위의 예산에서 지원해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청년들의 경선 비용이나 선거 대출을 지원하는 등 그들의 정치 활동을 경제적으로 지지하는 것 또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민주 사회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정당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B. 각 정당 별 청년 정치 조직 마련
우리나라에서는 청년 정치인을 양성하기 위한 공식 교육 기관이나, 청년과 정치인이 직접적으로 만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있지 않다. 이에 나는 정당들이 공식 정치인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청년 정치 조직을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정책은 해외에서도 그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청년 정치 조직, ‘영 유니온’을 들 수 있다. 이는 독일 기독민주당, 기독사회당 내 연합 청년 정치 조직으로, 학교와 조직 내에서 정치를 즐기면서 배우도록 유도하는 단체이다. 조직 내에서 청년들은 활발한 토론을 할 수 있으며, 토론 결과와 참여자들의 의견은 당 지도부에 전달된다고 한다. 14세부터 35세의 청년이 가입할 수 있으며, 466개의 지역 조직과 12만명의 회원으로 이루어진 영 유니온은, 회원들에게 의회 인턴과 선거 캠프 참여 기회를 제공하며, 영 유니온을 거친 청년이 정계에 입문 시 정치 자금을 지원한다고 한다.[2] 스웨덴 또한 매해 7월마다 국회를 비우고 정치인들과 청년들이 정책토론을 벌이는 참석자 10만명 규모의 ‘정치주간’ 축제를 개최한다.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당내에 ‘봄메쉬빅’(청년정치학교)를 설치해 정치 지망생들이 기존 당원들과 교류하며 당의 이념을 공유하고 정치 실무를 익히도록 돕는다. 실제로 스웨덴 사회민주당 출신의 총리는 모두 봄메쉬빅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처럼, 독일이나 스웨덴, 미국, 프랑스 등 젊은 정치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국가들은 비용 지원을 넘어 정책적, 교육적으로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활성화하는 제도 및 기관을 갖추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의 정당들 또한 이들의 정책들을 벤치마킹해 청년 정치인을 육성해내야 한다 생각한다. 청년들에게 정당의 이념을 가르치고, 국회의원 및 당원들과 토론하고,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지원을 하게 된다면 이는 보다 체계적인 청년 정치인 양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C. 중등, 고등 교육과정에서의 정치 교육 활성화
정치인이 되어 민주주의의 진보에 기여하려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유권자로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변화시킬 권리를 가지고 있는 청년들에 대한 정치 교육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사회 양상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의 고찰 결과를 타인과 공유하며 지식의 범위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면, 국민 의식은 높아질 것이고 유권자들의 비판적 판단력 또한 향상되어 정치 문화의 전반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형식적 교육체계 안에서는 불가능하다. 정치 토론 및 민주시민 교육을 중등, 교육과정에서 활성화 해 학생들에게 정치적 사고력을 키워 주어야 한다. 정치적인 관심을 가지고 소통과 협력의 가치를 배우며 성장한 학생들은 청년 문제 해결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민주 시민이 될 것이다. 정치 교육 또한 강연자가 학생들에게 일방향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이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각자가 조사해보는 시간을 가진 후 쟁점을 정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또 현재처럼 한 학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교육이 아닌, 적어도 한 달에 2번 주기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필수적이라 판단된다.
4. 마무리
청년들의 능동적 정치참여를 유도하고 청년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행해진다면, 이는 청년 문제 해결에 기여할 뿐 아니라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한민국은 다양한 세대, 계층, 지역의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공동체이다. 특정 집단의 목소리가 간과되는 것이 아닌, 모두가 직접 나서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 높일 수 있는 사회가 형성되어야 한다. ‘젊은 놈의 정치’, 즉 ‘청년 정치’는 이를 위해 우리가 내딛을 수 있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