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품질 규정’ 없던 일 되나
4년 전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 내놓고
법, 시행령, 기준 만들었는데.. 교육부 정책 뒤집나
“원격수업 강의시간이 부족하거나 콘텐츠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출석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원격수업의 품질과 학사관리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확인되었다”
10년 전 감사원 지적이다. 이후 교육부는 2016년 개선방안, 2017년 법 개정, 2018년 시행령 개정 등 거쳐 2018년 ‘원격수업의 질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규정’을 마련했다. 하지만 없던 일이 될 형편이다.
교육부는 최근, 대학 원격수업의 기준에서 손 놓겠다고 발표했다. ‘포스트 코로나 교육 대전환을 위한 총장과의 대화’에서 원격수업을 뉴-노멀로 정립하겠다며, 전체의 20%까지로 되어 있던 원격수업 비율을 풀겠다고 밝혔다. 대학이 마음껏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교육부는 “제한을 획기적으로 개선”, “대학교육의 혁신의 계기”로 칭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원격수업 운영기준은 제한이나 규제가 아니라 품질 최소 규정인 만큼, 교육부가 풀게 되면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1학기의 경우 코로나19로 기준이 적용되지 않으면서 강의의 질 문제가 제기되고 등록금 반환 요구로 이어졌다.
원격수업의 품질 문제는 오래된 이야기다. 감사원은 2010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기관운영감사에서 일반대학의 원격수업이 ▲강의시간 부족, ▲출결관리 소홀, ▲콘텐츠 품질관리 미비, ▲시험관리 부적정의 문제가 있다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일반대학에서 운영하는 원격수업의 운영 및 학사관리 기준을 마련하는 등 원격수업의 품질확보 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다.
2012년의 학사운영 및 관리실태 특정감사에서도 학사관리가 부실하다며, “일반대학에서 학생의 모든 교과과정을 온라인방식으로 운영되는 일이 없도록 학교의 수업을 철저히 지도 감독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방안은 시간이 걸렸다. 감사원 감사 이후 수년이 지난 2016년, 교육부는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여러 과제 중 하나로 ‘원격수업 운영기준 마련’을 제시했다. 그리고 “원격수업의 질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규정이 마련된다”며, “학생은 교실수업과 같은 수준의 강의를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수강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로 되지 않았다. 시간은 또 걸렸다. 법과 시행령이 없었기 때문이다. 법은 민주당이 발의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2017년 11월 국회 통과되면서 갖춰졌다. 시행령은 2018년 5월 개정되었고 같은 해 10월 <일반대학의 원격수업 운영 기준>이 만들어졌다.
감사원 감사부터 8년 만이다. 대학 원격수업의 질 관리를 위한 기준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를 되돌리려고 한다.
정의당 정책위원회 박원석 의장은 “법과 시행령까지 만들어가며 원격수업 품질 기준을 마련했는데, 교육부가 한순간에 손 놓겠다고 한다”며,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것이 우리 교육정책의 전통이긴 하지만, 대학 수업까지 그리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기준 푸는 것을 교육부는 혁신의 계기라고 부르는데, 불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질 낮은 수업으로 학생들이 피해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육부는 차근차근 접근하는 등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원격수업 기준을 풀면서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적 질 관리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대학별 원격교육지원센터 설치, 강의평가, 학생 참여하는 원격수업 관리위원회 등 대학이 자유롭게 원격수업의 질을 관리하라는 것이다. 논란이 예상된다.
붙임 1. 2016년 12월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 중에서
2. 2012년 1월 감사원 감사결과 중에서
3. 2010년 4월 감사원 감사결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