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주간경향, 김지선 "안철수가 대변하지 못하는 목소리 있다"
 
“안철수가 대변하지 못하는 목소리 있다”
글·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 ·‘노회찬 공동대표 부인’ 김지선 노원병 보궐선거 예비후보
    ·“투쟁현장서 몸 사린 적 없지만 정치해 볼 생각 없었다”


‘완주’와 ‘양보’, ‘단일화’와 ‘4파전’.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하다. ‘돌아온 안철수’는 노원병을 ‘새정치’의 출발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안 전 교수의 출마는 당대표의 의원직 상실로 의석 수를 잃은 진보정의당에는 또 한 차례의 시련이다. 진보정의당은 이번 선거 결과로 당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노원병을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민주당과 새누리당이라는 변수도 있다.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4월 24일까지 이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한 정치권의 전략과 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진보정의당의 김지선 예비후보는 이 싸움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의 부인인 김 예비후보는 정치권에서는 낯선 인물이다. 그러나 노동운동계에서는 노회찬 대표보다 ‘운동권 선배’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3월 14일, 노원구에 있는 ‘김지선 후보 사무소’에서 그를 만났다.

 
이번 노원병 보궐선거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이번 보궐선거가 갖는 의미는 X파일 유죄판결로 인해 정의가 상실돼 나타난 선거라고 본다. 지역민의 63%가 이번 판결이 부당하다고 여론조사에서 응답했다.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기준점이 될 수 있는 선거라고 본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출마선언으로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요즘 과거에 ‘죽을 수도 있다’고 각오하고 운동했던 시절을 떠올리곤 한다. 특히 80년대는 고 김근태 의원도 고문을 당하고 노동자들도 투쟁하다가 언제 끌려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있고 나서는 더욱 그런 공포감이 있었다. 그때와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그만큼의 신념과 각오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

지역구를 세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

“세습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인이라는 이유로 출마할 수 없다는 것도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 ‘노회찬 부인’으로 인식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정치는 신인이지만, 노동운동에서는 노회찬 대표보다 선배라고 알려져 있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16살부터 노동자가 됐다. 주민등록상 나이로는 일할 수 없어서 언니 나이로 주민등록을 해서 들어갔다. 당시는 노동자들이 공돌이·공순이로 엄청 무시당하고 있을 때였다. 부평에 수출4공단이라고 굉장히 큰 공단이 있다. 거기서 최초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때가 19살이었다. 노동운동을 하고 해고를 당하고 그 뒤로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취업했다 며칠 만에 쫓겨나고 그랬다. 1978년에 동일방직 투쟁이 있었다. 당시 4개 사업장의 여성 노동자들이 모여 CBS에서 부활절 연합예배 방송하는 단상에 올라가서 ‘동일방직 문제 해결하라’ ‘노동3권 보장하라’고 외치다 끌려내려와 구속되기도 했다.”

노동운동을 하다 정치에 입문한 정치인들이 있다. 지금까지 직접 정치를 해볼 생각은 없었나.

“솔직히 직접 정치를 해볼 생각은 없었다. 지금껏 투쟁현장에서 몸을 사린 적은 없다. 구속도 두 번이나 됐고, 수배도 당하고, 끌려가 고문도 당했다. 부당한 일에 저항하는 데는 앞장서온 편이다. 그런데 내가 주인공이 돼서 남들 앞에서 어떤 정견을 발표하거나 하는 일은 참 떨리는 일이었고,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치보다는 어려움을 당하는 분들하고 같이 생활하면서 그분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나가는 게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삶에는 정치적인 것들이 연결이 돼 있다는 생각은 늘 해 왔다. 민중당 시절부터 정치적 재능이 있는 후배들을 지원하고 그들이 선거에 나설 때 선대본부장 등을 맡으며 직·간접적인 활동은 했다.”

아직까지는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대표의 대리인’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현재는 진보정의당 입장에서 본다면 그동안 노 전 의원이 했던 역할을 계승하는 측면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벌개혁이나 검찰개혁도 해나가야 하고, 그런 점에서 삼성 X파일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 그것에 관련된 법개정도 일차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더 나아가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큰 틀의 정치는 이름 있는 정치인들이 많이 하니까 나는 구체적으로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이 당하는 문제를 생활정치의 측면에서 다룰 수 있다고 본다. 1987년 여성노동자회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1989년 ‘탁아입법’을 최초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그때는 탁아소 이야기만 나와도 ‘빨갱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였다. 공장 다니는 맞벌이 여성을 위해 직원 300인 이상의 기업에는 탁아소를 만들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노원에서는 의료협동조합 활동을 하고 마들주민회에서 지역주민들과 연대하는 생활정치의 경험을 쌓아 왔다.”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이상훈 기자

통합진보당 사태, 안철수 현상 등으로 진보정치가 위기라는 말이 많다.

“진보정치가 많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희망 있는 대안세력은 진보정치라고 생각한다. 오랜 세월 운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지금이 진보정당에는 어려운 시기이지만, 진보정당의 과제나 할 일이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이나 안철수 후보가 대변하지 못하는 진보정의당만의 목소리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이 부족한 점도 많고 당이 쪼개지기도 했지만, 진보정의당은 7월에 2차 혁신과제를 가지고 고민하는 중이다. 지켜봐주기 바란다. 진보적인 지식인이나 학자들에게는 아쉬운 점이 있다. 선거 때만 되면 ‘될 사람 밀어주자’는 분위기였지 진보정치가 싹틀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가 ‘새정치’를 내걸며 노원병 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 후보가 ‘새정치’의 내용을 빨리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 내용이 뭔지 알고 싶다. 작년 대선 때는 안 후보가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수가 문제가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나 철거민 문제, 청년실업자 문제 등을 대변하는 국회의원 수가 적다는 것이 문제다. 서민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만들 수 있게 국회가 기능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런 입장에서 국회의원 수가 많아져야 하고 독일식 정당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등 정치제도가 달라져야 한다.”

안철수 후보 측에서 만나자고 제의를 하지 않았나. 단일화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나.

“단일화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상대가 필요하다. 단일화의 가장 핵심 세력인 안철수 후보가 이미 정치공학적인 단일화는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단일화는 쉽지 않다. 아직 안 후보 측에서 연락은 전혀 없었다. 만나자고 하면 못만날 이유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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