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혁신위에서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선 집단지도체제라는 용어를 굳이 선택한 의도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집단지도체제가 뭔가 하면, 지금 정의당은 당대표 1인 + 부대표 3인(청년 부대표 1인 포함)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최고 지도부인데, 이걸 몇 인 이상의 최고위원제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표단제 vs 최고위원제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집단지도체제라고 한 이유가 뭘까요. 집단지도체제 반대편에 '단일지도제체'를 놓는 것에서 그 이유가 본격적으로 드러났다고 봅니다.
첫째, '단일지도체제'라고 부르면 마치 지금의 대표단제가 1인 독재처럼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때문에 당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대표단제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논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집단지도체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면, 이는 아예 당대표 선거를 따로 안 하고, 최고위원을 뽑고 그 중 최다 득표자가 당대표를 하게 되는 구도까지 밀어붙이려는 명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최악의 경우 최고의원이 10명이고 최고 득표자가 1/10 표를 겨우 넘는다면, 우리 당 당직선거 투표율이 50% 갓 넘으니, 도대체 몇 명의 당원들이 지지한 사람이 당대표가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묻고 싶습니다. 왜 굳이 최고위원제를 해야 합니까. 오히려 정의당은 왜 부대표가 3명이나 되는지 물어보는 이들도 많습니다. 심지어 지금 대표단에게는 당원총투표를 붙일 권한도 없습니다. (지난 비례연합정당 참가 여부를 당원총투표에 붙이려면, 대의원대회를 통과해야 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전국위원 숫자가 70명이나 됩니다. 여기에 대의원대회가 있고, 시도당위원장단 회의도 있습니다.
이 작은 당에 얼마나 촘촘하게 기구들을 구성해두었는지 놀랄 정도입니다. (통진당 사태 이후에 만들어진 당이니 얼마나 많이 신경썼겠습니까) 그래서 어떨 때는 이 작은 당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미 정의당은 '집단지도체제'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더 민주적인 의결 구조와 책임정치를 강화할 것이라면, 다음과 같이 논의가 흘러가야 합니다.
1) 당원들이 직접 선출한 부대표들의 권한을 키운다(이들의 대표성이 최고위원제일 때보다 훨씬 더 큽니다).
2) 전국위원의 숫자를 줄여, 전국위원들의 대표성과 논의 구조를 강화한다.
아무리 봐도 이건 혁신을 알리바이 삼아 운동권 정파들이 최고위원 자리들을 장악하겠다는 것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때문에 이 논의에서 어중간한 타협도 절대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당대표는 따로 선출하고 최고위원을 5~8명 수준으로 둔다고 하면, 그건 당대표가 허수아비가 되고, 정파간의 단합으로 당이 좌지우지되는 꼴이 됩니다.
그리고 지금 정의당이 인터넷도 없던 시절의 구소련도 아니고 집단지도체제라니. 그렇게 당의 의사결정 구조가 비민주적이고 당원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면, 당원들의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온라인 정당 구조로 과감하게 전환하는 게 더 맞지 않습니까.
당원민주주의에 기반해야 하는 정의당 혁신위에서 이와 같이 구시대적이고 비민주적인 안이 계속 논의된다면, 혁신위 전체를 불신임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