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18대 대선부터 투표에 참여하여 2018년 지역단체장 선거까지 줄곧 정의당만을 지지해온 20대 유권자입니다. 하지만 오늘부로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자 합니다. 류호정 비례대표 후보 사태에 대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처가 나오지 않는 이상 다시는 정의당을 되돌아 볼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8년간 저의 가치관을 반영해온 정당을 잃는 것만 같아 몹시 씁쓸하고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이유로 저는 귀 당에 대한 지지를 이어나갈 수 없습니다.
하나. 류 후보자는 공정성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였습니다. 저는 입학, 취업과 같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경쟁 속에서 흔히 '수저'에 의해 사람이 차별받는 상황을 보아왔습니다. 그런 사회의 모습을 보고 자라왔기에 적어도 '수저'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게임에 저는 열렬히 환호하였습니다. 오로지 나의 실력과 노력으로만 평가 받는 유일한 세상은 게임밖엔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류 후보자의 대리게임은 더더욱 충격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의 취미, 동아리, 여가조차 하나의 스펙이 되는 이 사회에, 청년들이 그들의 인간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창구가 단 한자리도 남지 않는 이곳에서, 게임에서조차 '수저'에 의해 차별받는다면 청년들은 무엇에 의지해야 할까요? 이 세상에 청년들이 의지할 것은 공정성밖에 없다는 것을 정의당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결정이 류 후보자의 재신임이 된다는 것을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둘, 게임업계를 대표한다는 류 후보자, 그리고 그의 지지자와 정의당은 오히려 게임 이용자를 차별하였습니다. 류 후보자의 공정성 가치 문제를 제기하여도 류 후보자는 단순한 계정 공유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로 되풀이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그들의 지지자와 정의당 측은 그깟 게임이 무엇이 대수냐고 그에 대한 신임을 보여주었고, 다시금 공천으로 이어졌습니다. 청년들에게 게임은 더이상 그깟 게임이 아닙니다. 청년의 삶을 논할때, 과연 게임을 배제하고 논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1970년대 문화공보부가 영화를 검열할 때도 "그깟 영화" 였고, 예술문화윤리위원회가 대중음악을 검열할때도 "그깟 음악"였는지요. 그들은 다시금 기득권의 입으로 게임 이용자를 타자화하여 그들을 차별하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후보자의 등장에 오히려 게임 문화 산업이 10년은 뒤로 퇴보한 느낌입니다. 청년들에게 게임이란 삶이자 가치입니다. 임요환 선수와 이상혁(페이커) 선수가 국제 대회에서 이름을 알릴 때, 그들은 우리의 꿈이 되었습니다. 배틀 그라운드와 같은 국산 게임이 해외 시장을 휩쓸자 많은 청년들이 그런 게임을 만들고자 밤낮을 지새며 자신의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신박하다." "자강두천" "겉바속촉"과 같은 게임에서의 용어가 일상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류 후보자의 지지자와 정의당 당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이해하려 하고 있지 않습니다. MMR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시즌과 랭크 게임이 무엇인지 그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만약 이해했다면 재신임이라는 결과를 줄 수 있었을까요?
셋, 류 후보자는 정치적 단어 선택을 통해 유권자를 기만하고 있습니다. 류 후보자는 공정하고 보편적인 용어 선택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길 바랍니다. "계정 공유"가 아닌 "대리 게임"이며 "실수"가 아닌 "불공정 경쟁"입니다. 비록 대가가 없는 대리게임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청년들에게 게임 등급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요소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게임의 등급으로 동아리의 회장직에도 임할 수 있고, 게임의 등급으로 회사에 취직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의 등급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고, 게임의 등급으로 유명 방송인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류 후보자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게임의 등급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류 후보 이외에도 게임의 등급으로 사회적 지위를 향상 시킨 수많은 인물을 보아왔고 그렇기에 더더욱 그 해명이 석연치 않습니다. 만일 단순한 계정 공유였다면, 왜 당시 유명 롤 선수였던 당사자에게만 공유한 것일까요? 저는 많은 부분에서 류 후보자의 해명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비록 당원은 아니지만, 늘 정의당의 공약과 신념에 동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2018년 제가 사는 지역인 서울시의 비례대표 1석을 얻은 것에 대해 가슴 뛸듯이 기쁘고 되도 않게 주변인에게 자랑하고 다니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의 생각은 그때와 많이 다릅니다. 무엇때문에 촛불개혁 당시 정의당 당기 밑에서 울부짖었는지, 무엇때문에 항상 제 투표지는 정의당을 향했는지, 저는 제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청년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가 당의 얼굴인 비례대표 1번이라는 사실이 제가 알던 정의당이 맞는지 의심스럽기조차 합니다. 8년간 이어졌던 정의당에 대한 지지를 오늘 이 자리에서 철회합니다. 비록 저는 한 명의 유권자이지만, 안타깝게도 유일한 이 한 표를 다시는 받으실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