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정의란 무엇일까요?
정의당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정의당에 자동이체로 꼬박꼬박 당비를 내는 사람입니다. 
마음으로만 정의당을 응원하다가 노회찬의원의 서거 이후에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이 되었습니다.

제가 86학번이니 그동안 참 많은 투표를 했습니다.
저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늘 지역구는 민주당을 정당은 정의당에 투표하는 이른바 전략투표를 해 왔습니다.

그동안의 투표는 위에 방식으로 투표하면 쉬웠지만 이번 국회의원 투표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선거제도 변경으로 내 표의 가치를 산출하는 방식도 어렵거니와,
범 진보진영을 위하여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특히 민주당이 참여할 것으로 예측되는 '비례연합정당'에 투표를 할 것인지가 고민을 더 깊어지게 합니다.

나름 많이 공부하고 숙고해 본 결과 저는 이번에 '비례연합정당'에 투표를 하기로 결정 하였습니다.

제가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모든 일에 우선 순위가 있을텐데, 저는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 순위는 진영이고 그 다음이 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선거 결과에서 범 진보진영이 보수진영에 우위를 갖는 것이 우선이고,
진보진영 속에서 각 당이 정책과 노선으로 선명성 경쟁을 하는 것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바뀐 선거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보수 진영의 공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미래한국당의 파괴력이 상당하리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어떤 인사는 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지역구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아서 미래한국당이란 꼼수를 물리칠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정의당의 어떤 인사는 미래통합당이 원내 1당이 되리라는 생각은 더불어민주당만 한다고 인터뷰를 하기도 합니다만,
저는 이런 주장은 객관적 분석은 외면한채 자신의 결론을 주장하기 위한 현실성 없는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민단체가 만든 의석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분석을 해 보아도,
또 여론조사 기관의 분석 데이터를 보아도 현재의 구도로라면 미래통합당과 미리한국당이 연합하면
보수 진영이 과반을 넘어가고, 미래통합당이 원내 1당이 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왜 정의당은 '만장일치'의 의견으로(사실은 만장일치가 아님은 누구나 알 것입니다)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난 정치 역사를 되돌아 보면 진보진영이 집권을 했을 때나, 보수진영이 집권을 했을 때를 구분 할 것 없이
정의당은 큰 차이 없이 소규모의 의석만을 차지해 왔습니다.

정의당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느 진영이 우위를 점하든 정의당의 몫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는게 아닌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해서 한두석을 더 얻는 것보다는 차라리 명분과 선명성을 고수해서 
정의당을 열렬히 지지하는 층들의 결속을 유지해 나아가는 것이
정의당의 미래를 위해 더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추측해 보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빠른 시일내에 정의당이 원내 교섭단체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따라서 제가 추측해 본 대로 당의 노선을 선택하는 것도 채택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만약 정의당 지도부와 정의당 적극 지지자들의 생각이 그런 것이라면,
저는 정의당이 조금 더 어른스러운 생각을 해 보기를 권합니다.

즉,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정치를 감안해보면
진보진영이 보수진영보다 우위를 점하는 진영의 우위가 당의 선명성보다 더 시급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정의당이 자신의 가치를 일시적으로 양보하더라도 우선은 진보진영의 우위를 위하여 '비례연합정당'에 동참하고,
그 안에서 진보적 가치의 선명성 경쟁을 바탕으로 비례의석 경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정의당이 범 진보진영의 승리를 위하여, 더 큰 대의를 위하여 '비례연합정당'참여를 결정 했다고 한다면
저는 그런 정의당을 비판하는 의견보다 지지하는 의견이 훨씬 더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정당이 자신의 가치와 노선을 지켜 가는 것은 분명 옳은 일입니다.
하지만 더 큰 대의를 위해서 자신의 주장을 잠시 유보하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정의는 무엇일지 정의당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다 같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전쟁에서 질 것을 알면서 그래도 우리는 우리 전투에서는 이겼다'라고 자평하는 길을 가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의당이 마지막으로 어떤 결정을 하는지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그 결과를 보고 정의당과 함께 할 것인지 결정을 하겠습니다.


두서 없는 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참여댓글 (1)
  • 깨생각녀

    2020.03.11 15:46:38
    '전쟁에서 질 것을 알면서 그래도 우리는 우리 전투에서는 이겼다' 이 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