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선거연합"을 요구한다!
1.
시뮬레이션은 중요하다. 건축물의 에너지성능 전문가로서 나는 에너지 성능 시뮬레이션 툴을 옆에 끼고 산다. 내가 쓰는 도구(PHPP)는 충분히 신뢰할만한 것으로서 시뮬레이션 결과는 실제보다 더 보수적인 결과를 보여줄 뿐 굉장히 현실적이다.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시뮬레이션은 간과한 점이나 생각지도 못한 점들을 늘 깨닫게 해준다. 실행 전에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는 언제나 시뮬레이션이 없는 실행보다 탁월하다.
2.
어렵사리 선거제도 개편을 이루었으나 새 룰에 따른 시뮬레이션 툴은 최근에야 공개되었다. 사실상 선거제도 협의를 앞에서 이끌어온 주체들까지도 면밀한 시뮬레이션은 이제서야 해보게 된 듯 한데 미래한국당으로 인한 왜곡의 정도가 상상 이상이라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 것 같다. 시뮬레이션의 위력이다.
그리고 시뮬레이션 유경험자로서 권컨대 도구가 충분히 신뢰할만다하면 시뮬레이션 결과를 믿어야 한다.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멀리 벗어난 결과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즉, 현명한 국민들이 알아서 잘 해주겠지 생각하고 있다가는 한말 권문세가-사대매국노-군국주의 부역자-이승만-자유당-박정희-공화당-전두환-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우리공화당+친박신당] 그룹이 또 과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3.
지난 주말까지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선거연합당"은 불가피한 것 같다. 또 연합정치는 어느 정도 정비가 된 민주주의 제도에서는 이상할 것 없는 매우 정상적인 정치 행위이다. 선거 이후 제 세력이 연립정부를 꾸리는 것도 정상적이고, 세력 대 세력이 대결을 펼칠 때 선거연합을 하는 것도 책임있는 정치세력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나찌당이나 파시스트당과 선거에서 겨룬다면 스스로 파시스트가 되는 것말고는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례표를 독식하기 위한 표긁기용 정당이 출현한 상황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서 민주적 제 세력이 뭉쳐 선거연합당을 만드는 것, 이것이 책임있는 정치 행위라고 이제 나는 전제하려고 한다.
4.
전화위복. 차라리 잘 되었다. 기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2050년까지 전세계 탄소 배출 제로를 이루어야 한다. 무슨 급진적인 주장이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 앞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수적 요구일 뿐이다. EU는 특정 세력이 아니라 의회에서 결의를 하였고, 미국에서도 유력한 대선 주자 버니 샌더스가 이를 약속하고 있다. '그린딜', 또는 '그린뉴딜'은 이를 위한 방책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아직까지 정의당, 녹색당만이 그린뉴딜을 전면에 걸고 있고 민주당은 묵묵부답 중. 어차피 정의당, 녹색당은 의회에 들어간 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을 설득하며 그린뉴딜을 위한 연합정치를 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선거연합"이라는 연합정치의 판이 조기에 열리고 있다. 그러면 어차피 할 일을 조금 더 일찍 하자. '기후위기 대응과 그린뉴딜을 위한 선거연합'을 하자.
5.
'그린뉴딜 선거연합'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정의당, 녹색당만으로는 이번 선거에서 기후위기 문제와 근본적 전환에 대한 구상을 의제로 만들 수 없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선거연합당의 명분을 그린뉴딜로 걸면 소수당으로는 할 수 없었던 '기후위기 선거'를 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최근 여론 조사에서 70%가 넘는 응답자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이야기하는 정당에 투표하겠다고 한 바 각 정당이 가진 잠재력의 합 이상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
셋째, 현재 정의당은 선거연합당 전략에 매우 부정적인데 도리어 정의당과 녹색당이 이 선거연합당의 주축이 되고 민주당은 마지 못해 끌려오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어 양쪽 모두에게 모양새도 좋다.
넷째, 선거 이후에도 기후위기 대응과 그린뉴딜 정책을 중심으로 정책연합의 틀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21대 국회 내내 작동할 수 있는 상설 연합, 또는 연정의 기틀이 될 수 있다.
6.
'그린뉴딜' 공약이 없는 민주당에겐 부담스러울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린뉴딜이 생태적 위기와 사회적 위기 모두에 대응하는 정책이라고 한다면 그린뉴딜 정책은 소득주도성장 2.0이 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 자동차, 철강, 시멘트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이 현재까지의 한국 사회 주력 산업인 동시에 기후위기 시대 붕괴할 위험성이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면 수권 세력이라면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린뉴딜은 위기에 빠진 산업과 노동자들의 전환의 방향을 마련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당장에는 부담스러울지 몰라도 지금부터 발을 들여놓으면서 붕괴가 아닌 전환을 꾀할 수 있다.
또한 '반미래연합 전선'이라든지, '민주주의 수호', '정치 개혁의 지속'이라든지 하는 명분은 선거연합의 명분으로 얼마나 수세적인가. 그보다 공세적이고 미래를 향한 전망으로 선거연합을 한다는 것은 민주당에게 좋은 일이다.
7.
현재 함께 할 수 있는 정당들로 볼 때 '그린뉴딜 연합 - 민주·정의·녹색·미래' 이런 정도의 이름은 어떨까?
각 정당에서 비례후보로 출마하려던 기후·생태·환경문제 전문 후보들이 모두 '그린뉴딜 연합'에서 비례후보 출마를 하자. 벼랑 끝에 놓인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청년, 장애인 등 부문별 후보도 당연히 그린뉴딜 연합의 후보가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을 하지 못할수록 자산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 약자들이 우선적으로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토지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 주거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 순환경제와 제로에너지정책 전문가들도 원 소속당을 가리지 않고 그린뉴딜 연합의 후보가 되어야 한다.
즉, 각 당의 전문가들과 부문별 대표들이 모두 그린뉴딜 연합의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분은 틀을 먼저 갖춘 뒤 그 안에서 잘 논의하여 정하면 될 일이고.
8.
결론적으로 나는 주장한다. "그린뉴딜 선거연합"을 요구한다! (가칭)정치개혁연합 창당을 제안하는 그룹과 기타 비례정당을 준비하는 그룹, 그리고 정의당, 녹색당, 미래당, 민주당은 "그린뉴딜 연합"을 만들어 이번 총선에 임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