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8일 서초동에서 성난 국민들을 보았습니다.
1963년 저는, 서울 한구석 빈민들이 모여 사는 판자촌에서 태어났습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저 역시 반공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성년이 된 후 정부의 폭정을 비판하며 데모하는 학생들을 보면 욕을 하고 빨갱이라고 손가락질 하였습니다.
2000년 늦은 나이에 사회학과를 들어가 공부를 하니 우리 사회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속고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진보진영은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아온 지난날은 부끄러움의 연속이었고, 현재도 때로는 잘못된 판단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좀 더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작지만 저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저처럼 부끄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던 사람은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외칠 자격이 없는걸까요?
지금 진보진영은, 진보 정치인의 과거는 마치 수정처럼 맑고 투명해야 한다는, ‘존재하기 어려운’ 프레임에 빠져 있습니다. 이처럼 스스로에게 걸고 있는 주문은 저들이 즐기는 공격목표가 되곤 합니다. 그 공격에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노회찬 의원님을 잃었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부끄럽지 않은 과거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들처럼 파헤치고 난도질한다면 석가모니 예수를 데려다 놔도 성치 못할 것입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하는 의지입니다. 진보진영의 미래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프레임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