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아침, 나른한 오후, 어느새 한주가 지났다. 일상 속 무뎌진 감성, 무뎌진 지성, 쳇바퀴 같이 굴러가는 일주일 속에 내 감성과 지성을 일깨워주고 충전시켜줄 토요일이 왔다. 바로 진보정치 아카데미 수업을 듣는 날이다. 선생님과 동기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 안부를 묻는다. 인사와 안부 이 자체만으로도 충만하다. 그리고 열정적인 강사님의 강연속으로 빠져든다. 그렇게 어느새 강연은 끝난다. 그리고 동기들과 토론을 하고 발표를 한다. 이 모든 순간들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동기들과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토론하는 것은 정말 소중한 기회이다. 평일의 익숙해진 타성에 젖어버린 내 감성과, 지성은 비로소 순환한다. 정말 아름다운 소중한 순간이다.
이번주는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님이 정당론, 민주주의와 정당정치>를 주제로 강연을 하셨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쭉 자라온 나는 ‘정당’에 대해서 깊이 고찰한적이 없었다. 그러나 강사님께서 ‘정당’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고, 정당이 생긴 계기와 시대흐름에 따라 변해온 정당의 의미 등 정당의 역사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맥락도 짚어 주셨다. 강연을 듣고 난 후 정당이 가지는 사회 문화적 의미와 역사에 대해서 정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당과 시민사회 단체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한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시민사회단체는 인권이나 환경, 여성과 같이 가치 중심적인 단일 쟁점에 집중하지만, 정당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안보 등 다양한 분야를 어우르고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책임을 진다는 점이다. 흔히, 사람들은 시민사회단체의 사회적 공헌도나, 전문가의 전문성을 앞세우며 이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정당에 소속되어 있지 않아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 바로 이 대목에서 정당정치가 필요함을 깨닫게 되어 인상 깊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독일의 청소년 정치 교육 이야기였다. 독일에서는 청소년에게 정당 창당 실습 교육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교실에서 정치 이야기는 금기시 되어있는데 어떻게 독일은 저런 교육이 가능한지 정말 신기했다. 또 독일에서는 초등학생들도 시위하러 광장에 나온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초등학생이나 청소년들이 길거리에 나와서 자신들의 인권을 외친다면,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 이번에 정의당의 노력으로 정당 가입 연령을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켰을 때에도, “학교가 정치판이 될 것이다” 또는 “아직 어린아이들이 무슨 정치냐” 이런 말들이 난무하는데, 독일은 어떻게 저런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정말 신기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당에 대한 인식이 바로 이 교육의 현장부터 양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강의들 듣고 난 후 깨달은 점은, 내가 정당에 대해 편견이 있다는 사실이다. 주변 사람들과 정치 이야기를 할 때, 서로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들을 이야기하면서 논쟁하다가 그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 대동단결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정치인은 사기꾼이다”, “정당은 이익집단이다” “정치인은 다 똑같다”는 말이다.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반정당주의적 생각에는 다들 동의한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다. 반정당주의가 이미 무의식적으로 내재화된 상태인 것 같다. 나는 정의당 당원이지만, ‘정당책임정치’, ‘정당중심’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감정이 든다. 오늘 강연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들이 ‘한국정치 발전에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달리 생각해보면, 정의당과 내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이 가진 정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원들이 우리 정당을 진심으로 대하고,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러면 우리 사회의 인식도 바뀌어 갈 것이고, 한국정치는 발전할 것이며, 정의당도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지 않을까??
강연을 다 듣고 난 후, 반별이 아닌 A, B, C 조로 나누어서 토론을 했다. 새로운 선생님과 새로운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지난 워크샵에서 말을 나눠보지 못했던 동기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카데미 내에서 다른 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무리)
1학기가 지나고 2학기 2주차가 지나니까 이제 진보정치 아카데미는 내 일상이 된 것 같다. 일상이란…?? 일상처럼 느낀다는 것은 결국엔 익숙해졌다는 말이다. 익숙해지면 그 소중함을 잊어버리는 것 같다. 일상이 된 것에 익숙해지지 말아야겠다. 매 순간 항상 새롭고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무섭다. 앞으로 3학기,4학기가 더 남았지만 벌써 아쉬운 생각이 든다. 곧 아카데미가 마무리되고 졸업하는 날이 올 것 같다. 한순간 한순간 소중히 생각하고 기적처럼 우연히 마주치게 된 인연들, 소중한 사람들과 남은 과정동안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싶다.
진보정치 아카데미 4.0 4기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