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혹은 일요일에도 여의도로 간다.
평소 회사 동료와 지인들 사이에서는 '정치 얘기 하는 유별난 사람'이라는 평을 듣지만, 여기 오면 그런 유별난 사람들 40명이 모여서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낸다. 환경, 노동, 권력, 입법, 구조, 재벌, 소수자 등 각자의 지향점은 다르지만, 방향이 같다는 것에서 동질감을 얻고, 쉽지 않은 '진보'정당 정치를 해나갈 힘을 얻는다.
1학기 조별 과제 발표 주제는 정의당에서 '더할 것과 덜어낼 것'이다. 조마다 주제가 잘 드러난 발표들이었으나 발표의 형식을 '라디오 진행'으로 바꾼 조가 기억에 남는다.
정의당에서는 오늘 발표한 내용에 대해 모르고 있을까? 정의당에서 더할 것과 덜어낼 것에 대한 논의는 각 위원회에서 충분히 알고 있는 것 같다. 해야 할 것들은 많고, 시간, 돈, 인력 등은 부족한 것 같다. 발표한 내용에 대해 나중에 정의당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소모임, 법안 스터디, 지역사회조직 등 다양한 시도들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18시가 되었고 마음 편하게 식사 후 1기 수강생들이 방문했다. 1기생과 당직자 몇 명이 '사람 책'이 되어 1기의 경험과 각자의 정의당에서의 활동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현재 당직자로 일하시는 분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밖에서 보는 당과 안에서 느끼는 당의 괴리가 잘 느껴졌다.
정의당의 인력이 많이 부족한 듯하고, 의사소통방식의 문제점, 현실과 이상의 차이 등 해결해야 할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알게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교섭단체가 되어 재정적으로 좀 더 확장할 여유가 있으면 좋겠는데...
사람 사는 곳이니 완벽한 곳은 없고 실수도 할 수 있다. 그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방향'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믿음을 쌓아가야 하고, 모래 위가 아닌 단단한 토대 위에 쌓이기를 바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1기 수강생들과 담화를 나눴다.
이튿날 아침에는 '노회찬 정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개인별로 2분 연설을 했다. '약자, 소수자, 가진 게 없는 자' 등 공통적인 단어들이 많았다. '스타 정치를 지양하자'는 내용은 참신했다.
전태일 기념관에 가서 전태일 열사에 대해 좀 다르게 보게 되었다. 책이나 뉴스, 영상으로만 봤을 때는 '아 그렇구나, 안타깝다.' 정도의 감정이었다.
전시관에 유품들과 미싱 여공들이 생활하던 장소를 재현해놨는데, 실제로 사용하던 미싱, 책, 녹슨 낫, 사진 등을 손으로 만져보니 느낌이 달랐다. 시청각 자료보다는 오감을 활용하는 것이 더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
진보정치 4.0 아카데미의 4학기 중 1학기를 마무리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유별난 건가? 그냥 넘어가도 되나? 저 사람들은 왜 저런 결정을 내리지? 문제 제기하는 내가 이상한 건가? 좋은 게 좋은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많다.
그 모든 이상하고 유별난 사람들이 여의도의 한 방에 모여서 서로 얘기하고 동질감과 소속감을 나누는 일이 나에게는 굉장히 소중했다.
특히, 대구, 삼척, 부산, 울산, 전주 등에서 오신 분들이 투자한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교육이 수도권 중심이라는 문제도 느끼지만 그분들한테도 이 모임은 값진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 기회를 마련해주신 당과 교육연수원 소속 선생님들, 그리고 후원해주신 당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정병운 진보정치 4.0 2기 수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