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명 건강정치위 정책교육팀장] - 정의온 기고글
우리의 건강보험체계의 기본골격은 훌륭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건강보험만으로 의료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가구당 수십만원의 민간의료보험에 어쩔 수 없이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정작 민간의료보험은 실제로는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을 보충해주고 있지 못하다. 민간의료보험과 같은 사보험이 아닌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의료비를 해결할 수 있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편에서 이번 기획연재를 마무리짓는 글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또 다른 문제는 건강보험의 재원을 부담하는 방식이 공평하지 못하다는 데에 있다. 불공평한 건강보험료 부담체계는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또한 향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재원을 확충해야 하는데, 불공평한 부과체계를 그대로 두고서는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데 걸림돌이 된다. 여기에서는 이 건강보험 체계의 불공평한 문제를 살펴보고, 어떤 방향으로 개혁해야 하는지를 논의해보고자 한다.
현행 건강보험 재원조달 체계
2012년 건강보험의 재정 수입과 지출을 들여다보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에는 보험료 부담이 급여혜택이 엇비슷함을 알 수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직장가입자나 지역가입자간에 보험료 부담 대비 급여혜택이 비슷하기에 매우 공평하게 느껴진다. 건강보험은 건강보험의 사회연대적 원리(소득에 비례하는 건강보험료부담, 사업주와 국고지원)에 따라 설계되어 있어, 부보험료 부담대비 급여혜택이 매우 크다. 이것이 민간의료보험과 같은 사보험이 절대로 건강보험보다 우월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러나, 좀더 구체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건강보험료부과체계는 불공평한 측면이 많다.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의 건강보험료 부담 방식이 불공평하다. 겉으로는 동일한 부담과 급여혜택이 주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역가입자에게 매우 불리한 방식이다. 직장가입자에게 부과되는 건강보험료는 재산이나 자동차 소유여부는 따지지 않고 근로소득에만 정률로 부과된다. 반면, 지역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는 달리 소득외에도 재산과 자동차에도 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다. 그에 따라 지역가입자는 소득이 없어도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되는 보험료로 인해 그 부담이 적지 않게 크다.
둘째, 직장가입자내에서도 불공평한 부과체계가 존재한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즉, 근로소득만 있는 직장가입자와 근로소득 외의 종합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간에 소득차이가 있는데도 건강보험료는 근로소득에만 부과하는 것은 형평적이지 못하다(현재 근로소득외의 종합소득(사업, 이자, 배당, 연금 등)이 연 7200만원이 초과되는 경우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긴 하다). 다른한편 소득이 있으면서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건강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세째,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의 문제이다. 법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은 건강보험료 수입의 14%, 건강증진기금으로 6%를 지원하도록 하여 건강보험료 수입의 20%를 국고지원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15%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 이유는 정부예산으로 지원되는 국고지원의 14%가 실제 보험료수입기준이 아니라, 예상 보험료수입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기획재정부가 이런 법조항을 악용하여 차기 예상보험료 수입을 항상 축소하여 추계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증진기금으로 지원할 수 있는 6%는 건강증진기금 수입의 6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건강보험 재원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담배세에 부과되는 건강증진기금 수입은 증가하고 있지 않아, 실제로는 6%가 아니라, 그 절반수준에 불과하고 있기에 그렇다.
따라서, 이런 이원적이고 불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매우 복잡하고 이원화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을 내용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조만간 안이 발표될 예정으로, 얼마나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이 제시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는 부과체계 개선 방향자체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이런 문제를 자세히 살펴보자.
지역가입자, 소득외 재산, 자동차 부과방식으로 인해 보험료 부담이 매우 커
현재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매우 복잡하여 정확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소득이 500만원초과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르다. 지역가입자의 소득이 500만원초과될경우에는 소득, 재산, 자동차에 각각 보험료를 부과하여 합산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반면, 500만원이하일 경우에는 생활수준및 경제활동참가율(=평가소득), 재산, 자동차에 각가 보험료를 부과한다. 여기에서 평가소득을 산정하는 방식이 매우 복잡한데, 가구원의 성과연령(가구원수 포함), 재산, 자동차, 소득을 이용하여 평가소득을 매기는 방식을 취한다. 그러다보니 5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는 재산과 자동차가 중복되어 산정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종합해서 보면 지역가입자가 부담하는 보험료 총액 7.6조원(2011년기준) 중 생활수준및 경제활동참가율(평가소득)로 2.4조원, 소득 1.8조원, 재산 3조원, 자동차 4,500억으로 구성된다. 평가소득에는 재산과 자동차를 이용하여 중복산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산과 자동차 두가지 기준으로만 7.6조원 중 60%에 이르는 4.5조원이 부과되고 있는 셈이다.
우선 연소득 500만원 초과되는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이 되는 소득, 재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건강보험료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1. 소득에 부과하는 건강보험료
소득이 연 500만원이 초과자인 지역가입자는 소득을 75등급으로 나누어 각기 점수를 부과한뒤 점수당 175.6원을 곱한다. 소득에 부과하는 건강보험료를 보면, 소득에 비례하지 않고 역진적임을 알 수 있다. 소득이 10배, 100배 증가하는데도 보험료는 3.3배, 30배 차이밖에 안 난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과방식보다 불공평한 이유이다.
2.재산에 부과되는 건강보험료
다음으로 기준이 되는 것이 재산이다. 재산을 50 등급으로 나누어 각 점수를 산정하고 각 점수당 175.6원을 곱한다. 재산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산정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그 역진성이 가장 크다.
재산에 부과하는 점수를 보면 100만 원부터 30억 원까지 50개 구간으로 나뉜다. 30억 이상은 상한치가 적용되어 50구간에 해당한다. 재산에 부과되는 건강보험료를 보면 그 역진성이 매우 크다. 재산이 1,000만원만 있어도 11,580원이, 1억원에는 77,080원이, 3억원의 재산에는 119,580원이, 10억원에는 177,770원이, 30억 이상은 259,010원이 부과된다.
재산에 부과되는 건강보험료의 가장 큰 문제는 아무런 소득도 없더라도, 재산만 3억원정도를 갖고 있기만 하더라도 12만원에 이르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는 점이다. 12만원의 건강보험료라면 직장가입자의 근로소득이 월 400만원인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와 같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딸랑 3억정도의 집한채를 갖고 있는 지역가입자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군다나가 3억원의 재산과, 30억원의 재산을 비교해보자.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의 재산은 주거 목적의 주택이다. 자기 소유의 주택 한 채는 아무런 소득원이 되지 않지만, 30억원의 재산을 가진 경우라면 적어도 2채이상을 소유하거나 다른 부동산을 갖고 있어 임대소득 등이 발생한다. 즉, 3억원의 재산과 30억원의 재산은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도 여기에 부과되는 건강보험료는 불과 2배가 약간 넘는 정도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역가입자가 가진 가장 큰 불만이 바로 이 재산에서 발생한다. 만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소득중심으로 단일화된다면, 3억정도의 주택을 가진 일반적인 서민이라면 건강보험료는 대폭 줄어들게 될 것이다.
3. 자동차에 부과되는 보험료세 번째 기준은 자동차다. 자동차의 점수 부과기준은 배기량과 사용연수에 따라 책정된다. 자동차가 보험료 산정에 들어간 이유는 소득과 재산을 정확히 판정하기 어려웠을 때 자동차가 일정 정도 이를 반영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자동차가 보편적으로 공급된 상황이고 재산 가치도 그리 크지 않아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 또 현행 보험료 산정기준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부과되는 보험료는 차량 가격이 아닌 배기량과 사용연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같은 2000cc 승용차라고 하더라도 국산이냐 수입이냐에 따라 가격이 수배나 차이난다. 그런데 그런 반영이 없다. 2000cc 승용차를 가지고 있다면, 자동차로 인해 보험료가 1만 9,840원(113점 *175.6원)이 추가된다. 또한, 생계에 활용되는 자동차인 화물, 승합, 특수자동차 등에도 보험료가 부과되는 문제점이 있다.
지역가입자가 부담하는 건강보험료 7.6조원 중 자동차로 인한 건강보험료가 무려 1조원에 이른다. 건강보험료 부과에 대해 연구하는 많은 보고서는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폐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5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과의 문제점
정작 문제는 과세소득이 500만 원 미만인 지역가입자다. 이들은 전체 지역가입자의 80%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과세소득이 500만 원 이하인 지역가입자는 500만 원 초과와 다르게 산정한다. 현재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이 40% 정도밖에 되지 않는 탓에 지역가입자의 60%는 과세소득이 없다(하지만, 현재 부과체계 개편논의에 따르면 새로운 소득세법 개정으로 인해 향후 소득파악률이 80%이상 상향된다고 한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산정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500만원 초과소득자의 건강보험료는 소득, 재산, 자동차를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500만 원 이하 소득자도 이와 비슷하게 산정한다. 단 이들은 정확한 소득을 알 수 없다는 가정하에 실제 소득이 아닌 평가소득으로 산정하는데 성별, 연령, 가족 수, 재산, 자동차를 이용하여 생활수준 및 경제활동 참가율 등급을 산정하고 그 등급에 따라 점수를 부과하여 평가소득을 산정한다. 이 평가소득 점수에 다시 재산과 자동차 점수를 합산하여 최종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그러다 보니 재산과 자동차는 건강보험료 산정에 이중으로 부과된다.
500만 원 이하 평가소득의 점수 범위는 20~372점인데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쳐 산정한다. 예를 들어 50세 남성, 45세 여성, 15세가 사는 가정의 재산이 3,000만원, 자동차세가 연간 20만 원이라고 하면, 50세 남성은 5.7점, 45세 여성은 5.2점, 15세 딸은 1.4점을 부여한다. 재산은 7.2점, 자동차는 9.1점으로 총합은 28.2점에 해당한다. 이 점수는 생활수준 및 경제활동 참가율 점수이고 다시 평가소득 점수로 환산하는데, 평가소득 점수는 287점이다. 이 평가소득에 해당하는 보험료는 287*175.6원=5만 390원이다. 이것은 평가소득에 해당하는 보험료이고, 여기에 다시 재산과 자동차에 해당하는 점수를 합산하여 최종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따라서 과세소득 500만 원 이하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상당하다. 500만 원 이하 소득자의 보험료 산정은 매우 복잡하고 불공평한 측면이 많다. 재산, 자동차 점수가 이중 부과된다는 점과, 연령과 가족 수에 따라 점수를 높게 부과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
직장 가입자의 부과형평성의 문제점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과의 형평성 역시 적지 않다. 여기에서 두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직장가입자중 근로외 소득(종합소득)이 있는 경우, 둘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중 소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건강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첫째, 직장가입자의 경우에는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함에 따라 근로외 소득(종합소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건강보험료는 근로소득만을 기준으로 부담하는 경우이다(물론 현재 근로소득외의 종합소득이 연 7,200만원이상인 경우에는 이 종합소득에도 추가로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만, 이 대상자들은 전체 직장가입자의 0.25%(1,400만여명중 3만6천명)에 불과하다).
직장가입자중 일부는 근로소득보다 종합소득이 훨씬 많은데도 불구하고,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함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매우 적게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불공평한 부과체계의 허점을 악용하여 고소득 지역가입자 중 일부가 직장가입자로 전환, 매우 적은 건강보험료를 부담해온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 후보였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후보는 수백억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그로 인해 상당한 임대수입을 거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01년 건강보험료를 2만원정도만을 냈었다. 그 이유가 지역가입자일 때는 종합소득, 재산, 자동차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므로 지역가입자의 최고 수준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했지만, 빌딩 관리회사를 만들어 자신을 직원으로 둔갑함으로써 겨우 2만정도의 건강보험료만을 부담한 셈이다. 이런 사례들이 적지 않다.
현재 직장가입자중 근로소득외 종합소득이 7200만원초과한 경우에만 추가적인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도 문제다. 예로, 종합소득이 연소득이 7300만원인 경우와 종합소득이 7000만원인 경우는 소득차이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건강보험료는 전자의 경우 월 18만원의 건강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건강보험료가 전혀 부과되지 않는다. 따라서, 직장가입자라 하더라도, 근로소득외의 종합소득에도 모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소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경우이다. 현재 소득이 있더라도 일정한 조건만 충족하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즉, 금융소득(이자및 배당소득)이 연 4천만원이하인 경우, 연금소득이 연 4천만원이하인 경우, 사업자등록이 없이 사업소득이 연 500만원 이하인 경우, 과표재산이 9억원이하인 경우가 그렇다.
이런 조건으로 인해 동일한 조건을 가졌더라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경우와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경우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예로, 금융소득이 3천만원, 연금소득이 3천만원, 재산이 5억원, 그리고 자동차를 소유한 경우에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일 경우에는 건강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지만, 같은 조건의 지역가입자라면 약 40여만원의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현행 국고지원방식의 문제점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 뿐 아니라, 국고지원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 법적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정부는 20%를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14%는 일반회계인 국고에서, 6%는 담배세에 부과하는 건강증진기금으로 지원한다. 하지만, 실제로 건강보험 재정에 국고지원률을 보면, 최근에는 15%내외로 떨어지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보면,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지원은 7.8조원(39조*20%)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5.8조원에 불과하여 무려 2조원가량이 부족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법적으로 국고지원이 ‘예상보험료’ 수입의 14%이라는 허점을 이용하여 기획재정부가 실제 내년도 보험료 수입 예상액을 축소 추계하여 반영하기에 그렇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임의로 축소지원을 못하도록 건강보험 정부지원에 대한 ‘사후정산제’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런 법안은 매년 야권에서 발의하고 있지만, 실제로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는, 예상 건강보험료 수입의 6%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는 건강증진기금의 부족 때문이다. 건강증진기금으로 건강보험재정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는 법은 2002년 건강보험 재정위기에 대처하고자 한시적 특례로 시행된 것이 고착화된 것이다. 이 법안에 의하면 건강증진기금 수입액의 65%를 한도로 건강보험 재정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매년 증가하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에 비해 담배세에 부과되고 있는 건강증진기금은 10년째 담배가격이 유지됨에 따라 건강증진기금도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법적으로 보자면, 현재 건강증진기금은 2.34조원(39조원*6%)이 지원되어야 하지만, 그 절반수준도 안되는 1조원 정도만 지원되고 있다.
사실 담배세는 소득 역진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이 재원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는 것은 형평적이지 못하다. 담배세가 가진 소득역진성을 고려하면, 건강증진기금은 그 원래의 목적에 맞게 사용되어야 하며, 정부지원은 전액(20%) 정부지원(일반회계)으로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소득중심으로 재편해야
위와같이 현재 우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그리 형평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불공평한 부과체계는 우리의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으며, 더구나 추가적인 재원확충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튼튼하게 하여 민간의료보험과 같은 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장애가 되고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단일한 기준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그 기준으로 현재 제시된 것이 직장과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소득을 중심으로 단일한 조건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또한 동시에 국고지원 역시 법률의 취지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건강보험의 부과체계 개혁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건강보험의 신뢰가 대폭 제고된다. 건강보험은 능력만큼 부담하고, 필요한 만큼 혜택을 받는 사회연대성을 기초로 하고 있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은 이런 건강보험의 우수한 성격을 더욱 강화시켜 줄 것이다. 이는 향후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자는 운동의 가장 큰 장벽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둘째, 건강보험료 부과대상이 기존 근로소득외에 모든 소득으로 확대됨으로써 건강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이 대폭 제고된다. 그간 소득이 없더라도 재산, 자동차 기준에 의해 과도하게 건강보험료를 부담해왔던 서민들의 상당수가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어들게 된다. 반면, 근로소득 외의 소득이 많은 고소득층의 건강보험료 부담은 훨씬 강화된다. 서민들의 부담은 줄어들고, 고소득층의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다. 물론 현재 정부에서 논의되는 방향이 완전한 소득중심 개편은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적어도 건강보험료 부과대상이 근로소득외 소득으로 확대되고 지역가입자의 높은 건강보험료 부담의 이유였던 재산기준이 대폭 완화되고 자동차에 부과하는 보험료를 없애기만 하더라도 그 효과는 적지 않게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