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안" 검토 요청, 21세기 종교재판관들에게 학교를 내어줄 수 없습니다 [이재랑 대변인]
일시: 2023년 1월 31일 (화) 15:10
장소: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서울시의회가 시대착오적인 교육관으로 가득한 ‘학교구성원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안’을 서울시교육청에 검토 요청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이 조례안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보수단체가 만든 것으로서 ‘성관계는 혼인 관계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며 혼전 순결을 성·생명윤리로 규정하는 등 많은 퇴행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심지어 교사가 교육 현장에서 이를 비판하면 ‘성·생명윤리 위반 행위’로 제보하도록 했습니다. 위헌적이며 시대착오적인 이 어처구니없는 안을 당장 폐기해야 합니다.
검토 요청한 조례안은 조항 하나하나가 황당하기 짝에 없습니다. ‘혼인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육체적 연합’이라며 성소수자를 배제하고, ‘남성과 여성은 개인의 불변적인 성별을 의미한다’는 조항으로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지우려 합니다. ‘성관계는 혼인 관계에서만’ 허용된다는 내용에서는 도대체 조례안을 만든 이들이 어떤 세계에서 살고 있는지 웃음만 날 뿐입니다.
특히 ‘성·생명윤리책임관’이라는 직책을 만든다는 대목에선 아연실색할 따름입니다. 책임관에게 학교 구성원들이 규범을 따르지 않으면 관계자를 조사하고 징계를 권고하는 권한까지 부여한답니다. 흡사 마녀를 찾아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종교재판관을 떠오르게 합니다. ‘혼전 순결’을 빌미 삼아 성·생명윤리를 제 마음대로 판단하겠다는 21세기 종교재판관입니다. 학교 구성원들을 줄 세워 ‘순결 서약’을 강요해야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고 여기니, 어찌 일상 생활들은 가능한지 걱정이 됩니다.
이어지는 비판에 의회 측은 되레 “검토 중인 안을 공개했다”라며 항의했습니다. 정작 화를 내야 하는 건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안을 검토하는 시의회를 지켜봐야 하는 시민들입니다. 다양한 학교 구성원을 차별, 배제하고 퇴행적 윤리관이나 학교 현장에 들여오겠다는 조례안을 검토하는 것이 진정 서울시민을 대표해 선출된 이들의 제대로 된 역할입니까. 검토는커녕 진작에 폐기되었어야 할 안입니다.
서울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는 집단이 결국 학교 현장을 어떻게 바꾸고자 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내 보였습니다. 이 사회 전체를 중세 시대로 끌고 가려는 세력들이 인권조례를 폐지하고, 퇴행적 조례안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인권 수준을 중세시대로 끌어내리려는 시대착오적 세력에 맞서, 학생 인권을 지키고 다양한 학교 구성원들이 차별받지 않은 평등한 학교 환경을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2023년 1월 31일
정의당 대변인 이 재 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