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오현주 대변인, ‘간병살인’ 강도영 씨의 비극, 복지사각지대 해소가 아닌 복지체계 전면의 개편이 필요합니다.
일시 : 2021년 11월 8일(월) 14:30
장소 : 국회 소통관
존속살해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22살 청년 강도영 씨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며 대한민국을 아프게 겨누고 있습니다. 강 씨의 사연은 가난한 이들이 불치병에 걸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흔히 강도영 씨의 사연을 두고 복지사각지대의 비극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강 씨의 사례는 복지사각지대를 메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땜질식 처방과 사각지대 해소에만 눈길을 돌렸던 복지 정책 전반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입니다.
강도영 씨에게는 선택 가능한 대안이 제시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의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은 2019년을 기준으로 64.2%를 넘어섰지만 비급여 치료비와 간병비는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습니다. 요양급여는 65세 이상에게만 적용되기에 강 씨의 아버지는 받을 수 없었습니다. 또 당사자 신청주의에 입각한 복지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 기초연금. 장애연금 등 받을 수 있는 급여를 모두 받더라도 강도영 씨의 비극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을 것입니다.
간병살인은 둘 중 한 명은 죽어야만 끝나는 전쟁이라고 합니다. 이 전쟁을 멈출 책임은 국가에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실행했던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는 왜 실현되지 않았는지 뼈아프게 반성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정의당은 이미 지난 대선공약으로 의료비 100만원 본인부담 상한제를 주장해왔습니다. 강도영 씨를 짓눌렀던 비급여 본인부담금 중 비필수 비급여를 제외한 본인부담 상한제를 실시했다면 아버지는 퇴원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착해서 아버지 죽이고 아들은 살인자 됐네”라는 말은 병원비를 꼬박꼬박 냈던 강도영 씨에게 아버지를 병원에 버리고 모른 척해야 했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불법과 부정의를 저지르기를 강요하는 이 사회의 참혹함에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그 외에도 간병 보조인 지원제도가 도입되고 65세 이상에게만 적용되는 요양급여 등은 전면적으로 개편되어야 합니다.
“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할 시설이나 제도적 뒷받침이 현실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사회적 환경을 고려하면 이러한 비극적인 결과를 오롯이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2020년 뇌경색 딸을 15년 간호 후 살해한 노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재판부가 했던 말입니다. 11월 10일은 강도영 씨에 대한 2심 선고가 내려지는 날입니다. 강 씨의 사연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적 책임입니다.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은 피고인만이 아닙니다. 강도영이 ‘살인죄’면, 대한민국 정치는 ‘직무유기죄’인 것입니다.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2021년 11월 8일
정의당 대변인 오 현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