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심상정 후보, 국회 헌법개정특위 '대통령 후보의 개헌관련 의견청취 전체회의' 발언
일시: 2017년 4월 12일 오후 2시
장소: 예결위 회의장
존경하는 정세균 국회의장님,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이주영 위원장님, 자문위원회 김원기, 김형오, 김선욱 자문위원장님, 그리고 특위 위원, 자문위원 여러분. 오늘 귀한 자리 마련해서 저의 의견을 말씀 드릴 기회를 주신 것에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선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과 시기를 말씀 드리기 전에, 이번 개헌이 갖는 의미와 성격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대한민국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국민을 배신한 대통령을 국민이 파면시켰습니다. 그리고 ‘내 삶을 바꾸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며 정치권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헌은 무엇보다도 촛불 시민혁명에서 나타난 주권자들의 뜻을 담는 개헌이 돼야 합니다. 87년 체제의 한계를 넘어서고 촛불시민혁명을 완수하는 개헌이 돼야 합니다. 근본적 개혁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뜻을 받아 새로운 대한민국의 가치와 지향을 헌법에 담아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지금의 헌법 개정 논의가 지나치게 권력구조 논의로 치우쳐져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요구를 받들기 위해, 촛불시민혁명을 제도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사회경제적 권리를 강화하는 개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자유권, 정치적 권리는 물론이고 극심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사회경제적 기본권을 강화하는 개헌이어야 합니다.
제헌헌법에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는 ‘이익균점권’을 명시했습니다. 이는 5.16 군사쿠데타로 사라질 때까지 있었던 조항입니다. 지금 대선 후보 모두가 양극화 해소와 복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한 시대가 저물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또, OECD 국가 중 가장 불평등한 나라, 차별이 심한 나라인 시대적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이익균점권이 다시 헌법에 명시될 때입니다.
또한 헌법에 노동 존중의 정신을 담아야 합니다. 헌법 전문에 노동과 평등의 가치를 담고 헌법 조문의 ‘근로’, ‘근로자’를 ‘노동’, ‘노동자’로 바꿔야 합니다. 이것은 제가 진즉 말씀 드린 바가 있습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에서도 노동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출발점으로 이와 같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동이 없는 대한민국에 이제 노동이 시민권을 얻어가고 있는 것 같아 매우 반갑게 생각합니다.
헌법상 용어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국가의 고용안정 의무, 고용형태별 차별 금지, 여성 노동의 보호,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과 확대 등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 노동 관련 조항이 이번 개헌을 통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기본권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기본권을 보장 받는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거주 외국인까지 포함하는 인간으로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생명권과 안전의 권리, 차별금지 사유의 확대, 성평등의 실질적 보장, 양심적 병역거부권,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정보기본권이 명시 되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환경권·건강권의 신설 등이 필요합니다.
둘째, 개헌은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개헌이 되어야 합니다. 권력구조와 관련해 많은 의견들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온건 다당제에 부합하는 권력구조는 내각제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들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 국회가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실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권력구조가 의회의 권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귀결될 것으로 봅니다. 이런 점에서 권력구조 개헌의 필수적 전제는 ‘선거법 개정’입니다. 선거법 개정 없는 권력구조 논의는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국회가 5천만 국민을 골고루 대변하는, 민심 그대로의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오랜 세월동안 대한민국 정치를 지배해왔던 승자독식선거제도를 개선해 비례성 높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합니다.
셋째, 이번 개헌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해 국민의 참정권을 대폭 확대하는 개헌이 되어야합니다. 1600만 국민이 촛불을 들어야 작동되는 민주주의는 문제가 있습니다. 대의제도만으로 주권자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 촛불시민혁명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더 확대하고, 주권자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서 국민 참여의 다양한 제도를 보장해야 합니다.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파면을 국민이 직접 결정하는 국민소환제, 개헌안·법률안을 국민이 발안하고 국민이 직접 결정하는 국민발안제, 주요 정책과 법률에 대해 국민투표 회부권을 요구하고 국민이 직접 결정하는 국민투표제와 같은 직접 민주제 요소를 적극 도입하고 확대해야 합니다.
넷째, 지방분권 개헌이 돼야 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는 대통령의 권력을 국가권력의 범위 내에서 재분배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극도로 중앙집권화된 우리의 국가시스템은 이제 지방분권 국가시스템으로 바꿔야 합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단일국가라는 점에서 연방제 수준의 분권은 과도합니다. 지방정부에 실질적인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을 보장하는 지방분권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구체적으로 헌법에 지방분권국가임을 명시하고 중앙과 지방이 대등하고 수평적인 관계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입법권은 국회와 지방의회가 분점하는 것임을 명시해 자치입법권을 보장하고, 지방의 과세권 보장, 국가의 지방재정격차 해소 의무 명시 등 과감한 지방분권의 원칙이 명시돼야 할 것입니다.
다만 지역대표형 상원 도입 등 양원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양원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는 상원이 귀족원, 지역 또는 직능대표성, 입법과정의 신중성과 상호견제 등의 측면에서 마련되었습니다. 지방분권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양원제를 통해 가능하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저는 이번 개헌의 핵심과제가 이상의 네 가지, △시민의 사회경제적 권리를 강화하는 개헌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개헌 △국민의 참정권을 강화하는 개헌 △지방분권 개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쟁점이 되는 정부형태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낮은 권력을 지향하는 개헌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온건 다당제에 기반을 둔 의회중심제로 장기적으로 가야하지만, 사전에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국회로 개혁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선거제도 개혁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런 조건이라면, 이원집정부제를 포함한 다양한 권력구조에 대해 저와 정의당은 열어 놓고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 국민의 판단이 중요합니다. 선거제도 개혁, 특히 비례성을 강화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전제된다면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선 국민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자문위에서 추가 질문한 것 중, 몇 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검찰 등 4대 권력기관에 대한 분권을 헌법에 담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검찰총장 등 권력기관의 장 인사에 관한 임용을 헌법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사법행정의 민주화와 분권화에 대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법원의 독립성 민주성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법관 임명 제청권을 폐지하고, 법원 인사의 민주화를 포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헌법 과정에 대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민을 위한 개헌이라면 마땅히 개헌 과정도 국민이 주도하는 개헌이어야 합니다. 개헌특위가 이렇게 많은 각계의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모시고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의견을 듣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더 많은 국민들이 헌법개정 논의에 참여하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구조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즉각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구조부터 국회가 논의해 만들어야한다는 제안을 드립니다.
그리고 개헌 일정과 관련해서는 국민적 논의를 거쳐 2018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다만 새 헌법의 시행시기와 관련해서는 권력구조가 정부형태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예민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각책임제나 내각에 권한을 대폭 부여하는 이원집정부제로 결정될 경우에는 국회의원 임기와 대통령의 임기를 같이 가져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우에는 2020년, 대통령 임기 단축을 통해 헌법을 발효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말씀 드립니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 문제와 관련해 선거 시기, 정치 공세 일환으로 거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역시 선거 이후, 개헌논의 과정에서 중론을 모아 결정될 일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이번 개헌은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을 파면하고, 주권자인 시민인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개헌입니다. 무엇보다 국민의 사회경제권이 대폭 확대되고, 대의민주주의 운영에 있어서 미흡했던 점을 주권자가 채울 수 있도록 참정권이 확대되어야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국회에 대해 겸허하게 스스로 성찰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하는, 선거법 개정을 위한 개헌이라는 점을 강조 드립니다.
헌법 개정특위에서 국민의 뜻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개헌 논의과정을 만들어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2017년 4월 12일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