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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심상정 후보, LG 유플러스 고객센터 현장실습 희생자 추모문화제 인사말
 
일시: 2017년 3월 17일 오후 7시
장소: 전주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앞
 
먼저 고 홍OO 님 그리고 이OO 님,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의 말씀을 올립니다. 대책위를 비롯해서 고인들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투쟁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숱한 노동 현안들을 다뤄오면서 현장실습의 문제점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현장실습생의 죽음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비통합니다. 교육과 노동, 양쪽으로부터 외면된 이들의 죽음이 이어질 때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청을 높여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무거운 책임감과 깊은 분노를 가지고 이 자리에 함께 했습니다.
 
현장실습생들은 학생입니다. 학생으로서 받아야 할 교육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험한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임금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고 홍OO 님도 애완동물학을 전공했지만 콜센터에서 일했듯이, 실습생 5명 중 1명은 자기 전공과 무관한 사업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기억하실 겁니다. 2011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특성화고 학생이 뇌출혈을 일으켜서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학생은 기아자동차에서 가장 고되고 열악한 스프레이 도장 공정에 배속 받아서 무려 법정근무시간을 30시간이나 초과하는 주 70시간의 살인적인 노동으로 내몰리다 이승과 저승을 헤매고 있는 신세가 됐습니다. 베테랑 상담원들도 감당하기 힘들다는 데가 바로 홍OO 님이 일하던 해지고객 방어팀입니다. 얼마나 극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감정노동에 시달렸겠습니까.
 
노동부 자료를 보더라도 우리 실습생들에게 최저임금보다 못한 조건에,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먹지라는 분노가 일어날 만큼 착취하는 탐욕스런 기업들이 많습니다. 우리 고 홍OO 님도 원래 실습협약서에 기재된 임금과 달리 상당 부분이 실적급으로 왜곡됐던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제가 더 가슴 아픈 것은 현장실습을 끝낸다 해도, 인턴, 청년 노동자로 살면서 이런 저임금, 장시간, 위험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입니다.
 
2016년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 19살 청년도 실습생이었습니다. 현장실습생으로 회사에서 일했고 졸업하고 그 회사에 정식 취업을 했습니다. 그 청년이 다니던 서울메트로 하청업체는 이직률이 72%나 되는 위험하고 고된 직장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메트로의 자회사가 되면 정규직이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 고된 노동을 참아냈습니다. 그러다가 7개월 만에 스러졌습니다.
 
그동안 현장실습의 문제점들이 수없이 지적되고 제도 개선도 있었습니다. 학교의 관리감독도 강화하도록 했고, 저희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발의해서 실습생들한테는 하루 7시간 주 40시간 이상, 야간노동 못하도록 금지도 했습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제가 감정노동 보호에 관한 법률도 낸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 친화적인 기득권 정치가 계속되는 한 이런 제도가 힘을 갖기 어렵습니다.
 
실습생 문제의 근본에는 한국 사회 직업교육의 문제가 놓여 있습니다. 특성화 고등학교는 우리의 미래 노동력을 길러내는 중요한 교육기관입니다. 이 특성화 고등학교에 대한 정부 기관들의 하대, 우리 사회의 편견이 무엇보다 큰 문제입니다.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에서는 일반 인문학교보다 직업학교의 교육 예산이 거의 두 배에 가깝습니다. 그 교육비를 국가에서 전적으로 지원합니다. 그렇게 해서 학력 차별이 없는 노동, 자신의 개성과 잠재력이 발현될 수 있는 교육을 만들어 내고 있고, 그것이 복지국가의 국가경쟁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특성화 고등학교는 우리 학생들조차 스스로를 ‘땜빵 노동자’라고 부릅니다. 중요한 교육 기관이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 양성소처럼 생각하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과 노동의 양쪽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으로부터 함께 보호를 받아야 할 소중한 학생들입니다. 그런데 어쩌다 그들에게 하층노동을 강요하고 심지어는 질식시키고 죽음으로 내모는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정의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저는 교육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정의당에 유권자들, 국민 여러분의 힘이 실린다면 정말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 절반 이상을 직업학교로 바꾸고 국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서 차별 없는 노동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습니다. 반드시 이와 같은 사회를 만들 것을 약속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 근본을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산업화 30년, 민주화 30년 60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와서 1인당 국민소득이 400배나 뛴 나라입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이런 고속성장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그 결과 세계 11위 경제대국이 됐습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 절대 다수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우리 실습노동자들 문제뿐만 아닙니다. 월급쟁이 2000만 명 중에 1000만 명이 월 200만원을 못 받습니다. 장사하시는 분들은 어떻습니까. 하나같이 요즘 장사를 접어야 될지 말아야 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농사짓는 분들은 한 달 수입이 100만원이 안 됩니다.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왜 이렇게 됐습니까.
 
우리는 민주화 이후 6명의 대통령을 뽑았고 두 번의 정권교체가 있었습니다. 한반도 평화, 정치 개혁에 있어서는 여야의 노선 차이가 뚜렷했지만 경제, 민생의 영역에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역대 정부들은 대부분 기업친화적 정부, 친재벌 정부였습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한 대가는 뒷전으로 밀리고, 기업을 살리고 재벌을 살리는 일에 주력해왔습니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양극화가 심하고 가장 아이를 낳기 힘들고 그리고 청년들이 헬조선을 부르짖는 나라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촛불을 든 국민들이 국민들의 삶을 파탄 낸 최고권력자를 끌어내렸습니다. 이 촛불 국면에서 열리는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뽑히는 차기 대통령은 사람을 살리는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기득권 정치를 끝내고 친노동 개혁정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인간의 존엄성,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그런 정부를 만들어야 합니다. 말로만 개혁을 떠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국민들이 준 그 소중한 권력을 우리 청년 노동자들을 일으켜 세우고 워킹맘들에게 희망을 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농민들, 자영업자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써야 합니다.

학생에서 노동자로 첫 발을 내딛는 우리 소중한 아들딸들이 이런 참혹한 노동에 짓밟히지 않도록, 그들의 꿈이 무참히 스러지지 않도록,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를 세우는 그런 정부를 꼭 만들겠다는 약속합니다. 그리고 당장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책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첫째, 학교에서 현장실습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합니다. 현재 2회 정도로 되어 있는 현장방문지도의 횟수를 늘리고, 이수 태도, 학생 건강 등으로 이루어진 형식적인 방문 보고가 아니라, 실제 상담 내용이 보고되고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만 대상으로 하는 노동권 교육을 시행하는 게 아니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노동권 교육을 실시하여 다양한 차원에서 이들의 노동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무엇보다 산업체의 노동 착취를 엄격하게 관리 감독해야 합니다. 현장실습생은 교육 과정에 있는 만큼 실적평가를 통한 성과급여 형태의 근로 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실습협약서와 근로계약서가 다르거나 지켜지지 않을 경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 강력한 처벌 조항을 마련하겠습니다.
현장실습제도와 연계된 산업체는 의무적으로 ‘산학협력 교사’를 위촉하여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며, 현장실습생, 인턴 등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시 과중 페널티를 물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현장실습생을 비롯한 청소년, 청년 노동자들이 폭력과 폭언 등에 쉽게 노출되고 있습니다. 감정노동의 강도도 강합니다. 우울증, 자살 등이 산재로 인정되도록 관계 법령을 정비하고, 특히 자살의 경우 중대재해에 포함시켜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 사업주를 처벌하도록 하겠습니다.
 
넷째, 현재 18세 이하에게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조항들을 만 18세 이상의 현장실습생, 인턴들에게도 적용하여 이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지난 1월 정의당은 ‘열정 페이 방지법’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이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몸져누우신 고 홍OO 님의 어머님, 어머님 탓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 탓입니다. 정치 탓입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정말 내 삶이 바뀌는 새로운 대한민국 열어가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우리 어머님의 한을 풀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2017년 3월 17일
정의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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