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심상정 상임대표, 다시 광장에 서며 국민들께 드리는 글
박근혜가 내려왔지만, 저는 오늘도 광화문 광장으로 나갑니다. 박근혜 파면에 항의하는 이들과 맞서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새로운 삶,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을 촛불시민들과 함께 논의하러 나갑니다.
어젯밤 청와대는 밤새 불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모든 기록을 없애는 범죄를 저지른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습니다. 박근혜는 단지 파면되었을 뿐,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습니다. 출국금지, 소환조사 등 엄정한 수사가 조속히 이뤄져야 합니다. 헌정 유린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묻혀있는 진실들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땀을 특권층에게 뇌물로 바친 기업인에게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국민들은 주시하고 있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독재 정권의 몰락 이후에도 제대로 적폐를 청산하지 못했던 역사를 알고 있습니다. 87년 직선제를 쟁취했지만 또 다시 군부 출신에게 권력을 넘겨주었던 역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처럼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이 옹골차게 국민 모두의 가슴 속에 들어 있습니다.
이미 국민들이 알고 있습니다. 아직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화문에 있다는 사실을. 월요일이면 가난한 청년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 일터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이렇게 비범한 역사적 경험을 했는데, 돌아가는 일상은 여전히 무기력하고 나약하다는 사실을. 그래서 이 촛불이 이루어낸 국민으로서의 주권이, 이제 일터에서의 주권, 지역 사회의 주권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일상의 모든 곳을 개혁해가는 열기로 더욱 뻗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열망을 이루기 위해 더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야 할 것입니다. 완성된 민주주의란 없습니다. 역사의 시계추는 전진과 후퇴를 거듭한다는 것을 우리는 배웠습니다. 민주주의는 끝없이 만들어 가는 것이고, 시민들의 참여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 사람의 권력자에 의해, 몇몇 선장에 의해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산으로 가지 않기 위해, 나를 비롯하여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런 역사적 교훈을 만들었고, 앞으로 더 큰 역사를 만들, 자랑스러운 국민들을 만나러 광화문으로 나갑니다. 박근혜 파면 이후 제일 먼저 찾아야 할 곳이 이곳이고, 가장 먼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바로 여러분이었습니다.
대한민국 과감한 개혁의 주체는 다른 누구도 아니고, 촛불시민입니다. 그 개혁의 과제를 가장 책임 있게 받아 안아서 실천해야 할 주체가 정의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의 현명함으로 어떤 사고도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광장을 만듭시다. 이 안전한 광장에서 저 심상정과 정의당은 촛불 시민들과 함께 더 과감한 개혁, 더 많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겠습니다.
2017년 3월 11일
정의당 대변인실
2017년 3월 11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