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나경채 공동대표, '진보정당 여성정책과 여성주의 활동의 평가와 과제 토론회' 축사
일시: 2017년 2월 22일 오후 2시
장소: 국회본청 223호
반갑습니다. 오늘 '진보정당 여성정책과 여성주의 활동의 평가와 과제'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하는데, 축사 요청을 받았습니다. 토론회 제목을 듣고 무겁고 쉽지 않은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보정당의 여성주의 평가와 과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루었고, 과거에는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떠올려 봤습니다.
제 기억에 남아있는 진보정당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2007년 쯤 여성 농구계에서 독보적이었던 박찬숙 씨가 우리은행 여자프로농구단 감독에 지원을 했다가 이유 없이 1차에서 탈락합니다. 박찬숙 씨는 이것이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호소했습니다. 당시 이를 정치적인 문제로 바라봤던 유일한 정당이 민주노동당이었다는 점에 저는 매우 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박찬숙 씨가 인권위원회를 찾아갔을 때, 그 옆에 섰던 정치인은 우리 당 심상정 의원이었습니다. 참 자긍심을 느낍니다.
2006년 11월 공군 파일럿으로 복무 중이던 피우진 중령이 유방암 수술을 받고 군에 복귀했습니다. 그러나 곧 신체 불균형을 이유로 강제 전역을 당했습니다. 피 중령은 이 조치가 온당하지 않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때, 이 문제를 '군대에서 발생한 여성차별'이라고 사회적으로 규정하면서, 함께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정당 또한 진보정당이었습니다. 이를 생각하면 그 자부심이 다시 떠오릅니다.
‘당직과 공직의 최소 30퍼센트는 여성할당을 해야 한다. 특히 공직 진출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비례대표 후보의 경우에는 홀수 순번에 여성을 배치해야 한다.' 진보 정당은 이러한 동수제를 가장 먼저 채택했던 정당이었습니다. 이 제도는 국가 법률로 확장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당에는 ‘결혼할 때 남자에게 혼수가 필요하다면, 조리사 자격증이다’라고 말하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그 정치인은 지금도 3월 8일 여성의 날, 붉은 장미꽃을 동료 정치인에게 나눠주며 여성의 날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할 줄 아는 정치인입니다.
저는 진보정당에 가졌던 무한한 자부심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평가와 토론회를 통해서 아픈 이야기를 해보려는 이유는 ‘자세와 태도만으로는 뿌리 깊은 여성차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세와 태도를 뛰어 넘어 여성정책·여성주의 논의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그런 문제들이 화두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이 자리는 한 번의 정책 토론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몇 차례 이어지는 기획토론회라고 들었습니다. 오늘을 시작으로 이런 이야기들이 폭 넓게 진행되길 바랍니다. 여성정책·여성주의가 다시 진보정당 자부심의 원천이 될 수 있도록 이 자리에 계신 분들과 함께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2월 22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