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심상정 상임대표·노회찬 원내대표·이정미 부대표, 121차 상무위 모두발언
심상정 상임대표 "국정마비 상태 이대로 지속시켜서는 안 돼...여야 정당과 지도자들, 정의당의 ‘질서 있는 하야’ 프로세스 실천에 함께 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
노회찬 원내대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박근혜-최순실 사태...안팎으로 ‘내우외환’ 상황, 이 위기 돌파하려면 대통령 하야와 조기대선 불가피”
이정미 부대표 "책임총리에게 내치 맡기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외치 맡기자는 주장은 나라를 망쳐도 열 번은 망칠 주장...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애국"
일시: 11월 10일 09:00
장소: 국회 본청 223호
■ 심상정 상임대표
트럼프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먼저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해 부당한 공격과, 여성에 대해 형편없는 언행을 일삼아 온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에 놀랍고, 두렵고, 또 언짢습니다. 동시에 바닥 대중의 불만과 좌절을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민심에 외면당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트럼프 시대의 개막은 우리가 알던 미국, 우리가 알던 세계의 종언을 의미합니다. 미국은 여러 강대국 중 하나가 아닙니다. 세계경찰로 군림하며 개방과 자유무역이라는 세계화를 이끌었던 유일 패권국가입니다. 트럼프는 정치에서 신고립주의, 경제에서 보호무역주의를 양대 축으로 하는 미국우선주의를 내걸었습니다. 쉽게 말해 미국이 더 이상 세계를 이끌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각자도생하겠다는 것입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미국이 우리나라와 국민들의 삶에 가져올 변화를 철저히 분석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일입니다. 외교안보와 경제 모두에서 미국에 크게 의존해 왔던 한국은 일찍이 없던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달라질 것입니다. 트럼프는 유세 내내 한국의 방위비 분담 인상을 공언해왔습니다. 북핵문제에 대해선 북핵시설 정밀타격, 중국을 통한 압박, 김정은과의 대화까지 극단을 오갔습니다. 최종결과가 무엇이 됐든 미국만 바라보고, 미국에 기대온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의 수정은 불가피합니다.
트럼프 당선은 우리 경제에도 대형악재입니다. 트럼프는 자유무역의 과실에서 소외된 하층 노동자들의 불만과 지지로 대통령에 올랐습니다. 우리나라와 또 기업들은 한미 FTA 재협상과 환율인상, 반덤핑과 상계관세 등 트럼프 정부의 공격적인 통상압력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에 큰 부담을 안길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정부의 발 빠른 대응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때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금 대한민국은 식물정부 상황입니다. 대통령은 유고 상태이고, 외교안보와 경제사령탑은 무능하거나, 두 손 놓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국정마비 상태를 이대로 지속시켜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대통령에 의한 헌정유린 사태를 어물쩍 덮고 갈수도 없습니다. 국민이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정상외교조차 불가능한 대통령을 앞세워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세계적인 격량에 침몰하지 않으려면, 대한민국호의 선장을 빨리 바꿔야 합니다. 조기대선이 최선입니다. 정의당이 제시했던 하야선언-과도내각-대통령사임-조기대선이 헌정수호와 국가 조기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수습책입니다. 이것이 국민의 분노와 불안을 함께 해소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여야 정당과 지도자들에게 정의당의 ‘질서 있는 하야’ 프로세스 실천에 함께 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 노회찬 원내대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트럼프 당선자를 택한 미국 국민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우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이 처한 상황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내우외환’이라고 할 것입니다. 바깥으로는 국제적인 불안정성에 더해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국가 간 대결의 근심이 커지고 있는데, 내적으로도 대통령 통치의 정당성이 상실된 ‘내우외환’ 상황인 것입니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주한미군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하는가 하면, 미국만의 이익을 중심에 놓는 외교정책,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는 보호주의 경제정책을 펼칠 것을 시사했습니다. 이러한 트럼프식 미국 제일주의 외교무대의 시험대가 한국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외부적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는 데만 해도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대통령과 정부의 존재가 절실한데 지금 우리는 어떤 상태입니까. 어제는 차은택씨가 중소 광고회사 포레카를 강탈하는 과정에 박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간여했다는 안종범 전 수석의 진술이 보도되었습니다. 밖에서는 해일이 몰려오고 있는데 안에서는 대통령이 특정 민간인들의 불법행위에 간여된 정황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내우외환’의 위기를 해쳐나갈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은 질서 있는 하야와 조기대선을 통해 새로운 정부가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 시국대회에 모이는 국민들의 분노에 책임 있게 답하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은 강제로 끌어내려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경고합니다.
■ 이정미 부대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이 됐습니다. 수십년 간 계속된 신자유주의 세계화, 그로 인한 불평등과 양극화에 불만을 가진 미국인들은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을 도널드 트럼프라는 의외의 후보를 선택하는 것으로 표출했습니다.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정치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 위험신호를 진보정치를 지향하는 정의당은 신중하게 살펴볼 것입니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한반도 정세는 불확실성이 높아졌습니다. 트럼프 당선자는 후보 시절부터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외치며 미국의 분쟁개입을 줄이고 방위비 분담을 줄이는 한편, 기존 자유무역협정을 조정하여 보호무역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왔습니다. 이로 인해 북핵 문제의 해법, 사드배치 문제, 한미 FTA, 한미일 동맹 등은 동아시아 외교 안보 통상 전체가 흔들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 정부 또한 전면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외교는 비상시국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상시국에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권한이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외교권을 행사할 수 없는 통치불능의 상황에 있습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은 19일부터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 대통령으로서 처음 불참하기로 했습니다. 수십년 만에 찾아온 외교적 비상시국에 대한민국 외교는 공백 그 자체입니다.
이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외치를 맡기자는 2선 후퇴론은 외교 안보 포기나 다름없는 무책임한 주장입니다. 이미 예정된 정상회의도 가지 못할 정도로 국민의 지지를 잃은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판도 자체를 좌우할 수 있는 외교석상에서, 독자적이며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보는 국민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트럼프 당선자를 포함해 외국 정상들이 외교정책을 추진할 동력을 잃은 것은 물론 대통령 지위 자체가 위태로운 박근혜 대통령을 정상적인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여길리도 만무합니다. 결국 책임총리에게 내치를 맡기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외치를 맡기자는 주장은 나라를 망쳐도 열 번은 망칠 주장인 것입니다.
중대한 국가적 위기 앞에 모험과 도박을 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의 위헌행위에서 시작된 지금의 헌정 중단 사태는 헌정의 정상적 회복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고, 그러할 때 외교적 비상시국에 대한 대처 또한 가능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다면 굳건한 한미동맹 같은 똑같은 소리를 해서는 안됩니다.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애국임을 명심하십시오.
2016년 11월 10일
정의당 대변인실